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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6 17:05 수정 : 2019.09.26 19:28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검찰은 법무부 장관 일가족을 수사하고 있고 법무부는 검찰개혁을 한다니 모양새가 썩 좋지 못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가릴 여유가 없다. 조국 장관은 이미 상수가 되었고 그 전제 아래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한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역으로 검찰개혁의 원동력이 되길 바랄 뿐이다.

다만 면밀히 검토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돼 있지만, 건설적인 비판도 만만찮았다. 여전히 공수처가 독립된 제2의 검찰특수부가 될 우려는 없는지,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주면서 특수수사는 검찰이 계속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검찰의 수사지휘가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던 일반 형사사건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충분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검찰개혁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게 아니다. 어차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기존 개혁안의 맹점을 치밀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반성도 필요하다. 요즘 논의되는 특수부, 피의사실 공표, 먼지털기식 수사의 문제는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제기되었던 문제였으나 당시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비로소 의제화됐다. 의도가 의심되니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파적 이익을 초월한 불가역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장관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개혁이냐는 의심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검찰 문제에 가려져 있는 비검찰 법무 분야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법무부는 검찰 업무 외에도 일반 법무, 인권, 법조인력, 교정, 난민, 이주 등을 담당한다. 하나같이 중요한 의제들이다. 더 이상 검찰이 지배하는 법무부가 아니기에 변화를 기대해볼 만하다. 조국 장관은 비검찰 출신이기도 하지만, 법무행정의 거의 모든 의제들에 관해 뛰어난 연구업적을 내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도 해온 학자다. 법무부 업무의 총책임자로서 최적의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지난 2년 동안 법무부가 탈검찰화에서는 진전이 있었지만, 가짜뉴스 대처방안이나 난민 문제에 대한 법무부의 대응은 이전 정부와 다를 바가 별로 없었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장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고소·고발 없이도 가짜뉴스에 선제적으로 수사하라는 지침은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부의 정책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장관 후보자 시절 발표된 정신장애인 대책, 인사청문회 때 밝힌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 그리고 며칠 전 불법체류 외국인 대책은 조국 장관이 말한 것이 맞는지 눈을 씻고 다시 봐야 할 정도였다. 물론 법무부는 늘 그런 입장이었고 그런 취지의 보고가 올라갔을 것이다. 다른 장관이었다면 그걸 그대로 발표했겠지만, 조국 장관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 “이걸 지금 나보고 발표하란 말입니까?”라고 질책할 수 있는 장관, 그렇게 변화를 만들어가는 장관을 우리는 조국이라는 인물에게 기대했던 것이었다.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선해하는 것도 한두번이다. 얼마 전 “자꾸 그렇게 좋게 봐주기 때문에 거기까지 간거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자꾸 기대하자고 하는거냐?”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검찰개혁도 중요하고 비검찰 법무분야의 혁신도 절실하다. 검찰개혁에 강한 소신을 가진 법무분야 전문가 조국이라는 인물의 등장은 높은 기대를 갖게 하지만, 다른 모든 상황은 비관적이다. 다시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냉정하게 보면 희망적이라 말할 수가 없다. 그저 낙관의 힘이, 개혁의 의지가, 시민사회의 뜨거운 관심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그래서 이 비관적인 전망이 기우였음을 보기 좋게 논박해주길 기대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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