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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6 18:12 수정 : 2006.07.26 18:12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김지석칼럼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그르지 않다. 북한이 지난 5일 쏜 미사일은 일차적으로 미국의 양보를 겨냥한 것이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시험발사를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미사일 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당연히 북한과 미국이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모습에는 그리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걸로 알려진 대포동 미사일이 동해에 떨어진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후 정세가 자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더 큰 이유인 듯하다. 미사일 발사 열흘 만에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 결의안은 앞으로 대북 정책에서 새로운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당장 미·일 강경파는 이를 바탕으로 대북 압박·제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제재 강화로 핵·미사일 등 북한 관련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 상황은 ‘최선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내 협상파이자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까지 이례적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은 그런 시각을 반영한다.

문제는 제재 강화로는 북한 관련 현안들을 해결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데 있다. 북한 핵 문제가 악화한 근본 원인은, 미국을 불신하는 북한이 체제를 지키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핵 계획을 진행시켰고 이런 태도가 거꾸로 미국의 불신을 심화시킨 데 있다. 미사일 문제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고, 북한도 자신의 무기들이 방어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모두 인정해야 할 사실은, 양쪽의 불신과 적대감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재는 대화와 협상으로 가게 하려는 도구일 뿐인데도 지금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미국 정부는 강경파들이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수단으로 요구하는 각종 조처를 하나둘씩 받아들인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군사대국화와 평화헌법 폐기, 집권 연장 등을 위해 대북 적대감을 고취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 강화는 해답이 되지 않는다. 제재 강화가 불러올 파국의 최대 피해자는 남북한이다. 미국과 일본은 한발짝 떨어져 있어서 괜찮다는 건가.

미국은 초강국이지만 동북아라는 지역 정세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 부분 제한된다. 이라크전 등 중동 사태에 몇 해째 발이 묶인 상태에서는 더 그렇다. 게다가 반세기에 걸친 동맹 관계임에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우리의 필수적인 이해관계를 온전하게 공유하지는 못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중·일·러 등 6자 회담 참가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공동 목표를 갖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 유지와 북한 체제의 점진적 변화라는 목표에서 우리와 가장 많은 부분을 함께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여기에다 북-미, 북-일 관계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불신과 적대감이 북-중 사이에는 별로 없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미사일 등 북한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인 이유다.

두 나라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미국과의 동맹은 우리의 큰 자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6자 회담 재개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풀어야 할 지금, 강화해야 할 것은 한-미-일 공조가 아니라 한-미-중 공조라는 삼각대다. 역설적으로 유엔 결의안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은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데 핵심 구실을 해야 할 위치에 있다.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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