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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0 20:55 수정 : 2006.09.20 20:55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김지석칼럼

우리나라 운전자 열 사람 가운데 두 사람(19.7%)은 교통법규를 상습적으로 어긴다. 지난해 삼성화재 부설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한국갤럽에 맡겨 조사한 결과다. 이들은 열 번 운전할 때 주정차·정지선 위반과 안전띠 미착용이 각각 2.6회로 다른 운전자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도로 위의 기득권층’이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운전 행태와 경찰 단속에도 불만이 많다.

기득권층은 어디에나 있다.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한 야당 의원들은 다음달 총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인 노무현’을 용납할 수 없었다.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의석의 70% 이상을 점유한 정치 기득권 세력이었다. 이들은 변두리 정치인으로 대권을 차지한 노 대통령이 기존 정치구도를 흔드는 것에 질겁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몇 달 뒤 2차 탄핵이 이뤄졌다. 그해 10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우리나라 수도가 서울이라는 우리 헌법체계상 자명하고 전제된 불문의 관습헌법”을 위반했다고 선고했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지역 기득권 세력은 이 법에 큰 위협을 느꼈음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은 자신이 다수당일 때 통과시킨 이 법이 무효로 됐는데도 환호했다.

이어 무대는 사립학교법으로 옮겨졌다. 사학재단 쪽과 야당의 끈질긴 반대로 이 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대폭 완화돼 통과됐다. 그럼에도 사학재단, 특히 종교계 사학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과 한나라당은 겨울 내내 원외투쟁을 벌이면서 정권 퇴진을 주장했다. 사회적 기득권 세력이 주도한 3차 탄핵 운동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달부터 계속된 보수세력의 궐기는 4차 탄핵에 해당한다.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안보 기득권 세력이 전면에 나서고, 정치·사회·지역 기득권 세력이 뒤를 떠받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세력과 이슈를 두루 묶어내는 종합판이다.

보수세력은 여전히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자신이 권력의 중심에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과거에도 집권세력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정권과 충돌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현정권은 진보적이지도 좌파적이지도 않다. 정치개혁과 행정수도 건설은 색깔이 분명하지 않고, 사학법은 기껏해야 중도적이다. 일부 외교안보 정책이 진보적인 듯하지만 과거 수십년 유지돼 온 수구적 관성이 만들어낸 착시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끈질기게 탄핵 대상이 되는 이유는 기득권층과 정면대결을 시도하는 것으로 비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과거 김대중 정권과는 다르다.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기보다 기득권층과의 공방에 치중하는 듯한 행태는 목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이 없다. 지난해 노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론과 여권내 사학법 재개정 움직임 등은 그 한계를 보여준다. 불필요한 갈등으로 대북정책 등 주요한 국가적 이슈가 정파적 대결의 대상이 돼 버리는 것도 큰 문제다.


도로는 평평하지만 그 위를 달리는 차들은 평등하지 않다. 버스·트럭 등 큰 차는 힘으로 밀어붙이고, 택시는 직업권 우선권을 주장한다. 고급차·외제차는 ‘능력 있으면 접근해 봐라’는 식으로 압박한다. 고질적인 기득권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긴 안목과 효과적 전략의 부재도 문제지만, 기득권 세력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정권 투쟁으로 일관하는 것은 심각한 횡포다.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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