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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0 07:59 수정 : 2010.10.20 07:59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그제 끝난 중국 공산당 17기 5중전회는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내수와 분배·복지를 중시하는 ‘포용성 성장’을 기본방침으로 채택한 것과,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사실상 중국 차기 지도자로 확정한 것이 그것이다. 국민통합과 지도력에서 불안요소를 최소화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고민이 잘 드러난다. 하지만 중국이 감당해야 할 도전은 나라 안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대규모 충돌은 대개 1등과 2등 사이에서 벌어진다. 영미 패권에 맞서는 독일의 도전은 1·2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됐고, 소련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긴 냉전을 낳았다. 세계경제의 활력이 동아시아로 옮아간 뒤에는 이 지역이 대결의 중요 무대가 됐다. 1980년대 일본, 90년대 한국과 동남아 나라들에 이어 이제는 중국이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는 이전 사례와 성격을 달리한다. 우선 80년대 일본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으나 패권에 도전할 나라는 아니었다. 일본 스스로 이를 잘 알았기에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가치를 두배 가까이 높였다. 90년대에 금융위기를 겪은 동아시아 나라들 역시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로 편입시킬 대상이었을 뿐이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이미 세계 1위 외환보유국이자 최대 무역국이다. 현재 2위인 국내총생산 규모도 2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할 전망이다. 중국은 ‘80년대 일본이나 90년대 한국처럼 되지 않겠다’고 했다. 환율갈등은 미-중 패권싸움의 서막이다.

중국의 앞날과 관련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미국의 국제정세 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다음 100년>이란 책에서, 2020년의 중국을 ‘심각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안은 종이호랑이’로 봤다. 중국이 내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해 몇개 나라로 갈라질 것으로 보는 분석가도 꾸준히 있었다. 이제는 적어도 중국이 초강국이 될 거라는 예상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대신 논란의 초점은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문제로 옮아갔다. 지금까지 서방 전문가의 다수의견은 중국이 결국 미국·유럽식의 민주주의 체제로 수렴할 거라는 쪽이었다. 이들은 서구적 가치의 완결성과 보편성이 지구촌 전체에서 관철될 것으로 믿는다는 점에서 ‘서구 보편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체제의 특수성을 주장하는 이가 늘고 있다. 이른바 동아시아 체제의 한 유형이든, 어느 나라와도 닮지 않은 독특한 체제이든, 중국과 서구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 체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시 둘로 나뉜다. 그래서 중국이 더 위험하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지금과 차이는 있겠지만 나름대로 안정된 세계체제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적잖다.

중국인의 자기정체성 역시 갈라져 있다. 한쪽에는 서구에서 형성된 보편적 가치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고, 다른 쪽에서는 주체성을 갖고 중국 나름의 체제를 발전시켜 보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서구 보편주의자는 소수이며 권력기관내 영향력도 낮다. 중국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중국 당국의 거센 비난은 다수 중국인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무엇이 보편적인지는 가치와 문화의 문제이면서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가 보편적이더라도 현실에서 실현하는 방식이 모두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세계체제의 변화 또는 패권국의 교체는 결국 문명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문명을 건 긴 싸움을 벌여나갈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중국과 미국 둘 다 국제사회와 잘 협력하는 ‘책임있는 대국’이 되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 그래야 패권경쟁이 열전으로 비화하지 않고 세계체제의 평화적 재편이 이뤄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흥국과 선진국의 가교로서 조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폭넓은 시야와 의지만 갖춘다면 우리에겐 그런 역량이 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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