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1.28 18:40 수정 : 2015.01.28 18:40

김지석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올해 국방비는 37조456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1조7500억원 늘었다. 일본 국방비는 더 많은 4조9800억엔(46조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수직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 F35 전투기, 초계기 P1 등 중국을 겨냥한 무기 도입 예산이 늘어났다. 지난해 8082억위안(140조원)이었던 중국 국방비는 올해 155조원(세계 2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국방비는 1990년대 이후 해마다 1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러시아도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국방비를 늘려 70조~80조원(세계 3위)이나 된다.

동북아 지역은 군비 증강이 활발할 뿐만 아니라 지구촌에서 가장 병력이 밀집된 곳이기도 하다. 모두 합치면 500만명이 넘는다. ‘일본은 세계 3위 경제대국에 걸맞게 군비를 늘려야 한다’는 27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은 동북아 군비 경쟁의 앞날을 보여준다. 한해 60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쓰는 미국은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을 일본·한국 등에 떠넘기려 한다.

남북한과 미·중·일·러 사이에는 다원적 대립 구도가 형성돼 있지만 모두 한반도 상황을 빌미로 삼는다. 곧 휴전선에 모든 갈등이 압축돼 있다. 이런 구도는 현상 고착을 강화하는 ‘자기암시적 목표’를 만들어내며 진화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북 정책과 관련해 “경제제재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 확산 등을 통해 체제 변화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런 정권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돌출발언의 성격이 강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북한붕괴론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그 이틀 전 국정연설에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등 자신의 외교 ‘치적’만을 열거하고 북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남은 2년 임기 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대북 방관·압박 정책을 바꿀 뜻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대화를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보다는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에 주력해왔다.

북한붕괴론이라는 유령은 본래 한국산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통일은…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온다”며 “이제 그날이 다가오고 있어 정부는 공고한 통일기반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누워서 감 떨어지기 기다리는’ 이런 ‘전략 없는 흡수통일론’은 통일대박론의 최악의 형태다.

최근 새로운 유령이 등장했다. 국방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창조국방’이 그것이다. 국방부는 레이저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PM)탄, 전자기파(EMP)탄 등 ‘북한이 따라올 수 없는 역비대칭 무기체계’를 2020년대 초반까지 개발해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무력화하겠다고 말한다. 또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기법 등을 기반으로 작전수행태세를 변혁하겠다고 한다. 미국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는 전력을 단시간에 확보하겠다는 꿈같은 청사진이다. 여기서 우리의 수십분의 1의 국방비를 쓰는 북한은 곧 무너질 나라가 아니라 군사강국으로 상정된다. 위협을 극대화하는 것은 군비 증강의 공식이다.

긍정적인 변화가 누적되지 않으면 통일은 이뤄질 수 없다. 평화 구축이 가장 중요한 토대다. 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이다. 진전된 남북관계를 기반으로 관련국들과 함께 핵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노력 자체가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핵 문제가 풀리는 끝 지점에서 평화체제가 완성되고 통일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창조국방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과정이다.

지금 남북 당국은 관계 개선을 말하면서도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자존심 싸움의 양상이다. 정부는 ‘북한이 요구하는 (회담) 전제조건들을 먼저 선제적으로 조처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 조건의 핵심은 5·24조치 완화·해제다. 이 조처를 풀 뜻이 있다면 먼저 움직이는 게 효과가 있고 모양새도 좋다. 한반도 정세를 바꿀 ‘골든타임’은 그렇게 길지 않다. 횡행하는 유령 속에서 군비 증강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현상 변경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김지석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