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16 18:37
수정 : 2015.03.16 18:37
16일 취임식을 한 홍용표(51)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내각에서 가장 젊은 축이다. 하지만 2006년 취임 때의 이종석 전 장관에 비하면 3살이 더 많다. 홍 장관의 직전 직위가 청와대 비서관(1급)이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으나 거꾸로 청와대 쪽과 더 잘 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정책기조와 추진력이다.
동북아의 안보 관련 사안은 대부분 북한과 엮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북한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표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순수한 북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사안이 뒤섞이는 현상이 심해진다. 예컨대 핵·미사일·탈북자·인권 등은 북한 문제인 반면 합동 군사훈련, 고고도 미사일방어(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등은 북한을 전면에 내세우더라도 주된 동력은 그렇지가 않다.
사드 문제는 그 가운데서도 두드러진다. 미국은 북한 위협을 강조하지만 핵심 목적은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미사일방어(엠디) 체제를 완성하는 데 있다. 폴란드 사례가 이와 비슷하다. 조지 부시 미국 정부는 2002년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야 한다며 폴란드에 엠디 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진짜 목표가 러시아였음은 물론이다. 망설이던 폴란드는 2008년 미국과 합의했으나 곧 등장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를 백지화했다. 하지만 미국-러시아 관계가 나빠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동유럽 및 옛 소련 지역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요격미사일 기지의 폴란드 배치는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제는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유럽 엠디 체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폭발한 미-러 대결의 한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사드가 우리나라에 배치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해마다 여러 차례 되풀이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은 ‘북한 위협에 대비한 방어용’이다. 하지만 훈련 내용은 상황에 따라 확장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이 집요하게 한-미-일 합동훈련을 추구하는 것은 훈련의 범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원칙적으로 전함과 전투기는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다.
순수한 북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사안은 성격과 해법도 차이가 있다. 전자는 평화 구축 과정과 함께해야 제대로 해결될 수 있으며 한반도 통일로 완성된다. 후자는 갈등과 협력 사이에서 동요하면서 대결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곧 양쪽은 평화의 길과 대결의 길로 나뉜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역사적으로 그 한가운데에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체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북한 문제다. 이는 동북아 차원에서 협력과 공존을 추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거꾸로 우리가 대결의 한쪽에 선다면 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옮겨놓은 것처럼 뒤엉킬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어느 나라도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동력은 우리나라에서 나와야 하고, 그 출발점은 남북 관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홍용표 장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그는 안보 강경파가 주도하는 현 정부 외교안보통일팀 가운데서도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꼽힌다. 하지만 취임사와 청문회에서 보인 모습은 미흡하다. 남북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방법과 비전은 취약하다. 청와대 비서관에서 차관을 건너뛰고 장관으로 지명된 게 ‘고분고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길재 전 장관은 퇴임 직전 “솔직히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통일부 위상이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지금 구조에서는 일을 하려 해도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일 것이다. 변명처럼 들리지만 많은 부분 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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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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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남북 관계를 매개로 동북아 전체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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