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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08 18:40 수정 : 2015.06.08 18:40

한반도와 남중국해는 수천㎞ 떨어져 있지만 미-중 관계 측면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적절한 사례가 있다.

천안함 사건 직후인 2010년 봄, 이명박 정부는 미국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서해 한-미 해상합동훈련을 계획하고 미국에 요청한다. 미국은 미리 잡힌 훈련 계획을 바꾸기 어렵다며 거절한다. 곧 상황이 바뀐다. 중국이 “남중국해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선언하자 미국은 7월 “남중국해의 영토 분쟁 해결이 지역 안정의 핵심”이라고 맞받는다. 다시 중국 쪽이 반발하자 미국은 8월 초 핵항모 조지워싱턴의 훈련 참가를 발표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서해는 공해이므로 (항모) 군사훈련을 할 자유가 있다’는 미국에 대해, 중국은 ‘서해에는 공해가 없다’며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선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의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서해 훈련과 연계시키고 9월로 잡힌 후 주석의 방미도 취소한다. 놀란 우리 정부는 태풍 등을 핑계로 훈련 직전인 9월 초에 훈련을 10월로 연기한다. 항모는 일단 필리핀으로 향한다. 10월 중순 이 항모가 다시 서해로 향하자 정부는 훈련 시기를 한번 더 주요 20개국 회의 이후로 미룬다. 항모는 또 필리핀으로 간다.

남중국해의 넓이는 350만㎢로 인도와 비슷하다. 중국은 역사적 근거 등을 들어 이 가운데 300만㎢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한다. 분쟁의 초점은 스프래틀리(난사)군도다. 이 군도는 700개 이상의 섬, 암초, 암석, 인공물 등으로 이뤄져 있다. 물 밖 땅은 다 합쳐도 2.1㎢밖에 안 되지만 해역은 42만5천㎢로 서해보다 넓다. 중국·대만·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다섯 나라가 하나 이상의 섬을 실효 지배한다. 중국은 인공섬 건설 등의 방법으로 최근 18개월 동안 8.1㎢의 부지를 추가 확보한 것으로 미국은 판단한다.

미국의 핵심 요구는 인공섬 건설 중단이다. 중국은 정당한 주권 행사에 당사자가 아닌 미국이 간섭해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미국도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을 하지 않으며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현상을 변화시키려는 일방적 활동에 반대하며 필리핀 등 동맹국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복잡한 논리다. 미국은 아울러 항행 자유와 해상교역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는다. 결국 영유권 논란에서는 중국이 우세하다.

정면 대립하는 것은 안보 측면이다. 중국은 점유지의 12해리(약 22㎞) 안쪽은 영해라며 외국 군함 등의 진입을 막으려 한다. 나아가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훈련을 비판한다. 사실상 이 바다를 지배해온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것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을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선포할 가능성도 있다. 양쪽 ‘핵심 이익’이 충돌하면 좁은 길만 남는다. 지금과 같은 대치 또는 정면충돌이 그것이다. 어쨌든 중국의 실효 지배는 더 강해질 것이다.

남중국해 갈등은 한반도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하나는 전략적 측면이다. 중국은 자신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 전략적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해왔다. 남중국해 갈등은 그 시험대다. 전략적 균형의 대상에는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도 포함된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까닭이다. 남중국해 갈등과 사드 문제는 서로 얽혀 있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 관련 사안에 대한 것이다. 두 나라가 여러 곳에서 대립하는 것은 양쪽에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한반도에서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현상 유지를 꾀하기가 쉽다. 이는 북한 핵 문제 등 꼭 풀어야 할 사안의 해법을 찾으려는 동력이 약해지는 것을 뜻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3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남중국해 갈등에서 어느 쪽을 편들 이유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 문제다. 미-중 협력 분위기를 만들어 핵 문제 등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남중국해에서도 협력 기조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것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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