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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20 18:26 수정 : 2015.07.20 18:26

백두산에 다녀왔다. 식생 탐사가 주된 목적이지만 천지를 둘러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말이 산이지 백두산은 경기도보다 큰 임해(숲의 바다)와 숱한 고봉을 두루 지칭한다. 중국은 그 절반 이상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천지로 향하는 북파(북백두), 서파, 남파 코스 모두 중국 쪽이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수십분을 가야 한다. 입장료와 차비가 4만원에 가깝다. 한해 관광객이 200만명을 바라보니 그 수입만 해도 짭짤하다.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정상 부위는 장바닥처럼 붐빈다. 울타리를 친 관람로가 북-중 경계 바로 옆까지 뻗어 있다. 대조적으로 북한 쪽은 적막강산이다. 백두산은 이미 ‘중국 관광지’로 굳어지고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길에서 출발해 북한 쪽 동파로 올라가는 코스가 지난 15일 개통되기는 했다. 관광객 규모는 많아야 매달 수백명이다. 그나마 북한 입국이 금지된 한국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동파 코스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남한 사람을 빼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가까이 있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공생(symbiosis)한다. 양쪽 모두 이익을 얻는 것이 상리공생 또는 좁은 의미의 공생이다. 한쪽에만 이득이 있고 다른 쪽은 이득도 손해도 없으면 편리공생이고, 거꾸로 한쪽만 피해를 보면 편해공생이다. 양쪽의 이익과 피해가 엇갈리면 기생이 된다. 당연히 상리공생이 가장 바람직하다.

북-중 관계는 백두산 관광만 놓고 본다면 중국에 유리한 편리공생 또는 기생에 해당한다. 안타깝게도 남한 사람은 이런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나라 전체 차원으로 확장시켜도 다를 바 없다. 북한이 중국에 짐이 된다는 분석이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이익을 얻는 것이 더 많다. 반면 지금의 남북관계는 기껏해야 양쪽 모두 편해공생에 가깝다.

백두산 관광은 북한의 현실을 상징한다. 남북은 2005년 시범관광 실시에 합의했으나 이후 별 진전이 없었다. 북한은 지난 4월22일 백두산 산록의 무봉노동자구에 국제관광특구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금강산에 이은 두번째 국제관광특구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발전시킬 역량이 부족하다. 모든 경제특구가 비슷한 상황이다.

북한은 최근 2~3년 사이 장마당을 중심으로 시장경제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 봉쇄 속에서도 생활 수준은 나아졌고, 특히 평양은 중국 대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달라졌다. 여기에 남북 경협이 제대로 가세한다면 북한 전체가 상전벽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며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내놓은 ‘남북경제교류 신 5대 원칙’과 ‘7대 전략 과제’는 지금 남북관계와는 걸맞지 않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북한의 자기주도적 경제개발’과 ‘남북한 경제단체 연락사무소 서울·평양 교환 설치’는 북쪽의 독자성과 역량 강화를 지향하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남북이 상리공생하려면 우선 공진(resonance)이 있어야 한다. 공진은 같은 진동수를 가진 힘이 서로 작용해 진폭이 커지고 에너지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곧 남북이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며칠 전 임금 문제 등을 논의하려고 모처럼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이견만 확인했다. 정책 결정의 자율성이 부족한 이런 실무협의 차원에서는 주파수를 일치시키기가 쉽지 않다. 훨씬 높은 차원에서 새롭게 주파수를 설정하는 게 해법이다. 이어 공진을 공진화(coevolution)로 전화시켜야 한다. 상호 관계가 양쪽 진화의 바탕이 되는 구조의 구축이다. 이는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시도한 것이기도 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것은 근본주의적 태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핵과 인권 문제, 동북아 지역 갈등을 푸는 지름길은 평화통일’이라는 내용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일종의 ‘전도된 통일 근본주의’다. 미국 네오콘이 십수년 전부터 목소리를 높인 북한붕괴론의 변형된 형태이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그 역이 옳다. 통일이 핵 문제 등을 푸는 게 아니라 이런 문제들이 풀려야 통일이 이뤄진다. 또는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통일 기반이 튼튼해진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공생에 대한 인식과 분명한 문제 해결 의지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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