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이런 반역사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박 대통령 아버지 시대에 그랬듯이 국민의 뜻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 세미파시즘 정권을 완벽하게 청산하는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새 체제 구축의 토대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밀실’ 내각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내놓았다.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행태다. 국민의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박근혜 체제’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박근혜 정권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억압적이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공안기관이 위세를 떨치고 보수 관변단체들은 군사정권 종식 이후 전성기를 구가한다. 관료들은 합리적 질문을 할 능력조차 잃어버린 채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쓰며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의 고통이 심해진 것은 당연하다. 경제는 막막하고 외교·안보는 꽉 막혔다. 불평등과 차별이 커지고 사회갈등이 늘어났다. 필자는 이런 박근혜 체제를 ‘세미파시즘’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 체제가 지금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그 표현이지만 변곡점은 여당이 참패한 4·13 총선이다. 당시 예상대로 여당이 압승했다면 박 대통령은 ‘세미’(절반)에서 더 나아간 파시즘 정권의 구축을 시도했을 것이다. 청와대 쪽 인사의 말대로, 박 대통령의 10월24일 ‘정부 주도 개헌’ 선언은 단순한 정국돌파용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정권 연장 카드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근원적인 힘은 국민의 의지다. 국민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시대착오적이고 파렴치한 의도와 불법적인 권력 행사를 문제 삼는다. 곳곳에서 출몰하는 주술적 요소는 최소한의 국민적 자존심마저 짓밟는다. 이번 일이 두 사람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국민은 잘 안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보수 기득권 세력의 손에 이끌려 정치에 입문했다. 그의 과거와 관련한 청산 과정도 없이 이뤄진 이 야합은 박 대통령 집권 이후 파시즘적 요소를 키우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적어도 친박으로 표현되는 정치집단은 이번 게이트에 대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18년 집권 과정을 압축해서 되풀이했다. 거짓말과 공작, 밀어붙이기와 억압은 물론이고 정치를 통치의 하위 도구로 전락시키려 한 것도 닮았다. 온갖 수단을 통해 언론과 대학, 연구·문화·학술 기관 등 이데올로기 기구를 장악하고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것 역시 옛 모습의 재판이다. 국정농단 수단이 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조차 박정희 정권 말기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과 박근혜 대통령이 공동 주인이었던 새마음봉사단의 새 버전이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는 집권 12년째인 1972년 파시즘 체제인 유신체제를 구축했다. 박 대통령은 4·13 총선에서 진 뒤에도 이와 비슷한 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다가 파국을 맞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숨지기 전날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판이 거세질수록 그 비판을 누르기 위해 더 큰 권력을 추구했다. 박정희 체제는 그러다가 안에서부터 무너져내렸다. 아버지의 행태를 충실하게 되풀이해온 박근혜 대통령 또한 마지막날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이번 게이트가 세미파시즘 체제를 제대로 해체하는 계기가 될까? 그런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데올로기 기구의 일부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친박 세력도 사실상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검찰·경찰 등도 ‘박근혜 이후’를 생각해 몸을 사리는 조짐을 보인다. 박 대통령에게 가장 큰 타격은 그의 두뇌를 대신하던 청와대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 등 최측근이 떨어져나간 것일 듯하다. 파시즘 체제의 속성상 거짓일지라도 대중의 정서를 흔들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점을 생각하면, 두뇌가 사라진 박근혜 체제는 엔진이 고장난 자동차와 같다. 다수 국민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 한자릿수로 떨어진 지지율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은 이미 그를 탄핵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체제에 협력한 여러 세력은 국정 혼란을 들먹이며 체제 유지를 강변한다. 야권의 일부도 대선을 의식한 탓인지 모호하게 행동한다. 박 대통령은 비록 두뇌가 없더라도 이들의 등에 업혀 계속 갈 수도 있다. 이런 반역사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박 대통령 아버지 시대에 그랬듯이 국민의 뜻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 세미파시즘 정권을 완벽하게 청산하는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새 체제 구축의 토대가 된다.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더 전진시킬 때가 왔다. jkim@hani.co.kr
칼럼 |
[김지석 칼럼] ‘세미파시즘’ 박근혜 정권 청산, 국민의 힘으로 |
논설위원 이런 반역사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박 대통령 아버지 시대에 그랬듯이 국민의 뜻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 세미파시즘 정권을 완벽하게 청산하는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새 체제 구축의 토대가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밀실’ 내각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내놓았다.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행태다. 국민의 분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박근혜 체제’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박근혜 정권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억압적이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공안기관이 위세를 떨치고 보수 관변단체들은 군사정권 종식 이후 전성기를 구가한다. 관료들은 합리적 질문을 할 능력조차 잃어버린 채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쓰며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의 고통이 심해진 것은 당연하다. 경제는 막막하고 외교·안보는 꽉 막혔다. 불평등과 차별이 커지고 사회갈등이 늘어났다. 필자는 이런 박근혜 체제를 ‘세미파시즘’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 체제가 지금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그 표현이지만 변곡점은 여당이 참패한 4·13 총선이다. 당시 예상대로 여당이 압승했다면 박 대통령은 ‘세미’(절반)에서 더 나아간 파시즘 정권의 구축을 시도했을 것이다. 청와대 쪽 인사의 말대로, 박 대통령의 10월24일 ‘정부 주도 개헌’ 선언은 단순한 정국돌파용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정권 연장 카드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근원적인 힘은 국민의 의지다. 국민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시대착오적이고 파렴치한 의도와 불법적인 권력 행사를 문제 삼는다. 곳곳에서 출몰하는 주술적 요소는 최소한의 국민적 자존심마저 짓밟는다. 이번 일이 두 사람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국민은 잘 안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보수 기득권 세력의 손에 이끌려 정치에 입문했다. 그의 과거와 관련한 청산 과정도 없이 이뤄진 이 야합은 박 대통령 집권 이후 파시즘적 요소를 키우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적어도 친박으로 표현되는 정치집단은 이번 게이트에 대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4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18년 집권 과정을 압축해서 되풀이했다. 거짓말과 공작, 밀어붙이기와 억압은 물론이고 정치를 통치의 하위 도구로 전락시키려 한 것도 닮았다. 온갖 수단을 통해 언론과 대학, 연구·문화·학술 기관 등 이데올로기 기구를 장악하고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것 역시 옛 모습의 재판이다. 국정농단 수단이 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조차 박정희 정권 말기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과 박근혜 대통령이 공동 주인이었던 새마음봉사단의 새 버전이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는 집권 12년째인 1972년 파시즘 체제인 유신체제를 구축했다. 박 대통령은 4·13 총선에서 진 뒤에도 이와 비슷한 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다가 파국을 맞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숨지기 전날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판이 거세질수록 그 비판을 누르기 위해 더 큰 권력을 추구했다. 박정희 체제는 그러다가 안에서부터 무너져내렸다. 아버지의 행태를 충실하게 되풀이해온 박근혜 대통령 또한 마지막날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이번 게이트가 세미파시즘 체제를 제대로 해체하는 계기가 될까? 그런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데올로기 기구의 일부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친박 세력도 사실상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검찰·경찰 등도 ‘박근혜 이후’를 생각해 몸을 사리는 조짐을 보인다. 박 대통령에게 가장 큰 타격은 그의 두뇌를 대신하던 청와대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최순실 등 최측근이 떨어져나간 것일 듯하다. 파시즘 체제의 속성상 거짓일지라도 대중의 정서를 흔들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점을 생각하면, 두뇌가 사라진 박근혜 체제는 엔진이 고장난 자동차와 같다. 다수 국민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 한자릿수로 떨어진 지지율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은 이미 그를 탄핵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체제에 협력한 여러 세력은 국정 혼란을 들먹이며 체제 유지를 강변한다. 야권의 일부도 대선을 의식한 탓인지 모호하게 행동한다. 박 대통령은 비록 두뇌가 없더라도 이들의 등에 업혀 계속 갈 수도 있다. 이런 반역사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박 대통령 아버지 시대에 그랬듯이 국민의 뜻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것이다. 세미파시즘 정권을 완벽하게 청산하는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새 체제 구축의 토대가 된다.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더 전진시킬 때가 왔다.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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