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면적 타협을 원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한된 협력으로 응답했다. 지난 6~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얘기다. 분위기는 괜찮았다. 두 나라 관계는 적어도 협력 수준을 놓고 주고받기를 할 수 있는 새 출발선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 중국을 적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전면적 타협은 미국의 통 큰 결단이 전제가 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꾸준히 요구해온 신형대국관계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패권을 많은 부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미국을 추월하지는 못하더라도 엇비슷하다는 사실을 공인하는 것이다. 그러면 핵심 현안의 해법이 나온다. 경제 문제에서 중국이 크게 양보하는 대신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에서 미국이 물러서는 형태가 될 것이다. 북한 문제에선 중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미국은 대북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두 나라는 통일된 한반도에 대해서도 함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키신저식 타협’이라고 할 만한 이런 일은 이번 회담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나라가 사안별로 협력할 여지는 커졌다. 중국이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해 제안한 ‘100일 계획’에 대해 미국 쪽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보복관세를 부여하겠다고 한 것에 비해 훨씬 누그러진 태도다. 무역·통상 문제에서 나름의 타협 선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중국의 약점 가운데 하나인 인권 문제는 공개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역시 중국의 약점인 환경 문제도 부각되지 않았다. 중국에 가장 골치 아픈 사안 가운데 하나인 남중국해 문제도 별 쟁점이 안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뒤 “엄청난, 진정한 진전이 있었다”고 한 것은 빈말이 아니다. 이번 회담이 두 나라 관계의 ‘좋은 시작’이라는 평가가 중국 쪽에서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분위기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미-중 전면적 협력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 중요한 예외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다. 두 나라가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풀려는 게 아니라 거꾸로 핵·미사일 문제가 두 나라 관계 진전을 방해하는 양상이 되고 있다. 물론 이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해법을 찾으려는 동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내세우는 중국책임론과 미국책임론은 동북아 정세와 핵 문제의 본질을 냉정히 바라보고 근본적으로 풀려는 의지와 결합할 때만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 회담은 그 실마리를 보여준다. 회담 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두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대북 대화와 논의의 기반이 마련되려면 북한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중국책임론을 앞세웠던 이전에 비해 다소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중국은 앞으로 대북 특사 등의 시도를 통해 협상 여지를 키우려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공습한 데서 보듯이 그의 대외정책에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있다. 독트린을 따르지 않는 게 바로 트럼프 독트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거나 북한을 선제타격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한·일 정부 안팎의 강경세력이 이를 은근히 바라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는 건 무책임하다. 북한의 새로운 도발이 없고 이달 말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우리나라의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미-중 협력은 두 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협력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중 갈등 속에서 입지를 키운다. 미국이 체제 붕괴를 꾀한다고 생각하는 한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반대로 미-중 협력이 진전되면 체제 위협에 대한 북한의 불안은 줄어들고, 이 과정은 비핵화 협상과 충분히 연동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다. 한-미 동맹은 군사·안보 협력에 더해 한반도 관련 사안의 평화적 해결에서도 힘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으면 중국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고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국면이 바뀐다.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역량에 대한 의심이다. jkim@hani.co.kr
칼럼 |
[김지석 칼럼] 제한적 ‘미-중 협력’과 한반도 |
대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면적 타협을 원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한된 협력으로 응답했다. 지난 6~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얘기다. 분위기는 괜찮았다. 두 나라 관계는 적어도 협력 수준을 놓고 주고받기를 할 수 있는 새 출발선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 중국을 적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전면적 타협은 미국의 통 큰 결단이 전제가 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꾸준히 요구해온 신형대국관계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패권을 많은 부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미국을 추월하지는 못하더라도 엇비슷하다는 사실을 공인하는 것이다. 그러면 핵심 현안의 해법이 나온다. 경제 문제에서 중국이 크게 양보하는 대신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에서 미국이 물러서는 형태가 될 것이다. 북한 문제에선 중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미국은 대북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두 나라는 통일된 한반도에 대해서도 함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키신저식 타협’이라고 할 만한 이런 일은 이번 회담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나라가 사안별로 협력할 여지는 커졌다. 중국이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해 제안한 ‘100일 계획’에 대해 미국 쪽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보복관세를 부여하겠다고 한 것에 비해 훨씬 누그러진 태도다. 무역·통상 문제에서 나름의 타협 선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중국의 약점 가운데 하나인 인권 문제는 공개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역시 중국의 약점인 환경 문제도 부각되지 않았다. 중국에 가장 골치 아픈 사안 가운데 하나인 남중국해 문제도 별 쟁점이 안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뒤 “엄청난, 진정한 진전이 있었다”고 한 것은 빈말이 아니다. 이번 회담이 두 나라 관계의 ‘좋은 시작’이라는 평가가 중국 쪽에서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분위기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미-중 전면적 협력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 중요한 예외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다. 두 나라가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풀려는 게 아니라 거꾸로 핵·미사일 문제가 두 나라 관계 진전을 방해하는 양상이 되고 있다. 물론 이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해법을 찾으려는 동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내세우는 중국책임론과 미국책임론은 동북아 정세와 핵 문제의 본질을 냉정히 바라보고 근본적으로 풀려는 의지와 결합할 때만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 회담은 그 실마리를 보여준다. 회담 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두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대북 대화와 논의의 기반이 마련되려면 북한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했다. 무조건 중국책임론을 앞세웠던 이전에 비해 다소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중국은 앞으로 대북 특사 등의 시도를 통해 협상 여지를 키우려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공습한 데서 보듯이 그의 대외정책에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있다. 독트린을 따르지 않는 게 바로 트럼프 독트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거나 북한을 선제타격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한·일 정부 안팎의 강경세력이 이를 은근히 바라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는 건 무책임하다. 북한의 새로운 도발이 없고 이달 말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우리나라의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미-중 협력은 두 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협력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북한은 미-중 갈등 속에서 입지를 키운다. 미국이 체제 붕괴를 꾀한다고 생각하는 한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반대로 미-중 협력이 진전되면 체제 위협에 대한 북한의 불안은 줄어들고, 이 과정은 비핵화 협상과 충분히 연동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다. 한-미 동맹은 군사·안보 협력에 더해 한반도 관련 사안의 평화적 해결에서도 힘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으면 중국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고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국면이 바뀐다. 먼저 극복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역량에 대한 의심이다.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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