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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1 19:26 수정 : 2011.09.22 10:19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오늘 국감은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 같다. 재정위 의원들의 질의는 모두 전문적이고 경청할 만하다. 저녁 시간이 되어 걸어 나오니 관악산 쪽으로 저녁노을이 장관이다.”

“제 홈피에 알바하는 청년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거 아느냐고 따졌죠. 이번 비정규직 대책에서 임시직은 수습기간(최저임금 적용 예외)을 인정하지 않기로 해 최저임금 이상을 받도록 제도 개선했습니다. 그분이 저의 사부인 셈입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매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책연구보고서를 낸다. 올해는 ‘중국 경제 바로 알기’, ‘소득 재분배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 ‘청년층 고용 문제 진단 및 정책 방향’, ‘고령사회의 변화 전망과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정책 과제’, 네 가지 주제를 다뤘다.

김성식 의원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1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위안화의 세계화에 대비해 서울을 위안화 금융 허브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 2008년 그의 첫 번째 보고서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한국 경제와 금융의 대응 방안’이었다. 당대의 핵심 과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를 내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를 짚고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현실적으로는 국정감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질의하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제를 선정하고 전문가 토론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거의 1년이 걸린다.

김성식 의원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조순’ 연대가 이루어질 때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빈민운동을 했던 제정구 전 의원을 따라서다. 아무리 그래도 학생운동을 했던 그가 하필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민정당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당을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 안에서 끊임없이 개혁을 추구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를 할 때 그는 2년 2개월 동안 정무부지사를 했다. 자연스럽게 손학규 캠프의 ‘참모장’ 구실을 했다. 손학규 대표의 참모들이 지금도 “성식이 형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그리워할 정도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손학규 대표가 동반 탈당을 권유했을 때, 그는 손 대표와 눈물의 이별을 했다. 탈당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성식 의원은 그동안 의정활동에 비해 당내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그랬던 그가 4·27 재보선 뒤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체제에서 정책위 부의장에 발탁됐다. 그는 청년층 창업 대책, 비정규직 사회보험 지원 등의 정책을 주도했다.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다.


보수란 무엇인가?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근대 보수주의의 시조로 불리는 철학자다. 그는 ‘지키기 위해 변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한 보수는 사회 모순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공동체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선제적으로 찾아내 끊임없이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보면 한나라당 안에서는 김성식·정태근 의원 같은 소장파들이 보수주의자에 가깝다.

최근 안철수 파동에 대한 시각도 균형이 잡혀 있다. 김성식 의원은 “맑은 생각, 열정과 헌신, 그만한 사람 드물다”며 “오죽하면 출마설만 가지고 서울시장 선거판이 요동치는지 우리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일시적 거품으로 치부하는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과는 다르다.

최근 한나라당 안팎에서 가짜 보수가 설치고 있다. 심지어 보수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버려야 한다고 선동한다. 한나라당이 보수의 가치를 저버리고 진보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런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이제야 제대로 된 보수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자기 것을 움켜쥐고 빼앗기지 않기 위해 눈을 부라리는 것은 보수가 아니다. 기껏해야 기득권 세력일 뿐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세력은 진정한 보수의 적이다. 급진 모험주의 세력이 진정한 진보의 적인 것과 같은 이치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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