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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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른이 된 세대다. 87년 당시 15살 중학교 3학년생이 지금 39살이다. 2002년 촛불집회와 월드컵 응원 때 거리에 나왔던 21살 대학생이 벌써 30살이다. 이들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억눌렸던 트라우마가 없다. ‘즐거움’, ‘나눔’, ‘정의’를 추구한다. 앞 세대가 정치적 민주화를 갈구했다면, 이들은 경제적 민주화, 사회적 민주화를 갈구한다. “40대의 민주적 성향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형성된 ‘가치·문화적’인 것이라면, 20~30대의 진보적 성향은 외환위기(1997년)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와 양극화를 겪으면서 형성된 ‘계층적·경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20 대 80’의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저항 의식과 세대 정체성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유창오 <진보세대가 지배한다>) 세대는 계급이다. 20~30대는 주변부에 속속 편입되고 있다. 중심부로 가는 길은 막혀 있다. 세상은 등록금, 일자리 등 20~30대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치적으로 무력하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세대별 유권자 비율은 19살 1.7%, 20대 17.9%, 30대 21.4%, 40대 22.4%, 50대 17.2%, 60대 이상 19.4%였다. 20~30대를 합치면 50~60대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렇다면 20~30대가 선택한 후보가 당선돼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았다. 전체 투표율은 54.5%였지만, 20대는 41.5%, 30대는 45.9%에 그쳤다. 40대 55.0%, 50대 64.1%, 60대 이상 69.3%와 대비된다.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는 20~3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20~30대 투표율이 올라가면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다. 20~30대가 투표하지 않으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이긴다. 한나라당도 이런 선거 지형을 잘 알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무상급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박원순 후보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느냐, 믿지 않느냐”고 따졌다. 고정표 다지기다. 그러면서 박원순 후보 흠집 내기에 열심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물론이고 홍준표 대표까지 나섰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를 상대로 ‘박원순 의혹’을 추궁하는 코미디를 하고 있다. 하긴 옛날에도 그랬다. 선거판을 이전투구로 만들어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떨어뜨렸다. 그런 수법으로 집권층은 기득권을 유지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그랬다. 지금 한나라당이 그러고 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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