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1.02 19:15
수정 : 2011.11.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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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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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연령층은 ‘국민의 시대’를 살았다. 전쟁의 상처는 실제 삶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정치적 권리는 없었고 의무만 있었다. 이승만 박정희를 욕하면 경찰서에 끌려가 두들겨 맞았다. ‘하면 된다’가 시대정신이었다. 국가대항 축구 경기를 라디오 앞에 모여 앉아 들었다. 아나운서는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을 수도 없이 외쳤다. 우리 편이 공을 잡기만 해도 골을 넣은 것처럼 흥분했다. 요즘 편파중계의 원조였다. 전화는 잘사는 집에만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40~50대는 ‘국민의 시대’와 ‘시민의 시대’에 걸쳐 살았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했다. 보도통제 때문에 소문이 뉴스보다 더 정확했다. 80년 집권한 신군부는 정치적 억압의 대가로 컬러텔레비전과 프로야구를 선사했다. 집집마다 전화기와 텔레비전이 놓였다. 80년대 민주화 투쟁과 특히 87년 6월항쟁은 이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안겼다. ‘시민의 권리’가 선물로 주어졌다.
20~30대는 1987년 이후에 어른이 된 세대다. 빈곤 탈출과 민주화 투쟁은 머리로만 이해한다. ‘시민의 시대’ ‘소비자의 시대’에 살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한다. 밥을 굶진 않지만 가난하다. 자존심이 강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존중받고 싶어한다. 권위에는 적대적이다.
윗세대 부모는 이들을 ‘왕자’로, ‘공주’로 키웠다. 어린 시절 레고와 전자게임으로 지능을 높였고, 풍족한 용돈으로 청소년기에 이미 음악과 영화의 주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지금은 텔레비전과 전화기를 손에 들고 다닌다. 이들에게 본방사수는 별 의미가 없는 단어다. 인터넷 쇼핑에 능하고, 특히 신상품을 좋아한다.
물론 정치도 소비의 대상이다. 안철수, 박원순, 문재인, 손학규, 유시민을 죽 늘어놓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른다. 가장 최근 ‘출시’된 안철수라는 상품에 호감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안철수 원장이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안철수 원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을 존중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씨가 세대별 특징에 대해 이런 분석을 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세대투표 양상을 보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새로운 유권자층의 등장에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하다. 20~30대 투표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공지영, 조국, 안철수, 박경철, 이외수, 김제동 등 20~30대의 ‘멘토’들이 지속적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아프냐. 괴로우냐. 투표하라. 그러면 그들이 해결책을 찾아서 갖다 바칠 것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올 4·27 재보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대는 야권과 연합해 이명박 정권을 심판했다. 승리의 체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큰일났다. 20~30대 민심이반의 원인을 기껏 ‘전교조 교사들의 세례’에서 찾고 있다. 적대감으로 흰 이빨을 드러내기도 한다. 20~30대는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데, 보수 기득권층과 한나라당은 이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며 뜯어고치려 한다. 이래서는 홍준표 대표의 타운홀 미팅이나 박근혜 전 대표의 고용·복지 정책도 해답이 될 수 없다.
민주당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선생님’을 맹목적으로 따르던 호남 출신 당원들은 어느새 50대를 훌쩍 넘어섰다. 20~30대의 정치적 태도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당장은 반한나라당 연합의 같은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30대 표심은 내년 총선에서 더욱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누구에게 유리할까? 당연히 야권이다. ‘혁신과 통합’의 문재인 상임대표는 “시민이 참여하고 범야권이 통합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강래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사람, 정책, 제도를 혁신해 20~40대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했다. 어느 쪽이 옳은 처방일까?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 틀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20~30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쪽이 정답이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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