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11 21:16
수정 : 2012.04.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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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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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헌법 제46조 국회의원 의무 조항이다. 국회법을 보면 국회의원은 이렇게 선서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4·11 선거에서 뽑힌 300명의 19대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드린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영광스런 직업이다. 동시에 매우 힘든 직업이다.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일하는 것은 말만큼 쉽지가 않다. 그리고 욕먹는 직업이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어쩌면 ‘욕값’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정치인을 원망하며 살아가게 되어 있다.
국회의원은 제대로 된 정치인의 자격증이다. 국회의원이 아니면 정치인이라고 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은 공동체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이해집단의 엇갈리는 요구에 당황하지 않고 창발적인 타협안을 낼 줄 아는 사람이다. 경세가이자, 갈등 해결의 전문가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전두환, 과도기에 잠시 대통령을 한 최규하 정도를 제외하고,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두 다 국회의원을 지냈다. 초선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꿈꾸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한 가지 특별한 당부가 있다. 정치를 살려내라는 것이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에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정치 혐오증’이라는 장치가 있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싸움이나 한다’는, 말도 안 되는 프레임 말이다. 그런데 그 프레임이 지금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심지어 근래에는 당사자인 정치인들조차 정치 혐오증에 휘말려 정치를 죽이고 있다. 정치 혐오증에서 파생된 괴이한 행태 몇 가지를 짚어 보자.
첫째, 국회의원들의 지나친 대통령 권력 추종이다. 이번에 상당수 새누리당 당선자들은 박근혜 위원장 덕분에 국회의원이 됐다. 바로 이게 문제다. 이들은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의 참모로 뛰어들어 악역을 맡게 될 것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선, 국회의원은 악’이라는 잘못된 신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명심하자.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다. 대통령 후보의 참모가 결코 아니다.
둘째, ‘물갈이’라는 허상이다. 물갈이는 숫자가 아니라 상징이어야 했다. 새누리당이 이재오 의원을 공천하고 친이명박계 초선의원들을 줄줄이 탈락시킨 것은 잘못이다. 반대로 했어야 한다. 꽤 괜찮은 국회의원들이 많이 쫓겨났다. 그 대신 ‘능력있고 참신한’ 인물들이 얼마나 진출했을까. 미안하지만 별로 없다. ‘능력있고 참신한’ 인물에 대한 열망은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갈증이다.
셋째, 외부인에 의한 공천 심사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조직’이다. 따라서 자율성이 생명이다. 외부인들은 정치를 잘 알지 못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정당이 공직후보 공천을 외부인에게 맡기는 것은 정당 고유의 책무를 회피하는 비겁한 행동이다. 이제 제발 그만두어야 한다.
넷째,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 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거울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을 안철수라는 거울이 비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과 야당 정치인들은 안철수 원장 덕을 보려고 기웃거리고 있다. 안철수 원장은 ‘앵그리 버드’ 인형을 나눠주었다. 전형적인 이벤트다. 이벤트는 정치가 아니다. 야당은 안철수 원장에게 기대지 말고 자기 실력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는 나라의 근본을 다룬다. 의회 정치는 대통령 정치만큼 중요하다. 의회가 추락하면 나라가 망한다. 정치 혐오증을 물리치고 의회를 살려낼 책임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이 앞장서기 바란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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