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1.15 18:50 수정 : 2015.05.18 08:56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무슬림들은 서구 사회에서 과거 유대인의 위상을 물려받고 있다. 박해받는 소수집단이자, 위협을 주는 우월집단이다. 유대인이 서구 대중들의 불안과 불만 해소 대상이 된 것처럼 무슬림 역시 그렇다.

유대인은 1930년대 독일에서 약 50만명으로 인구의 0.75%에 불과했으나, 70%가 도시에서, 특히 베를린에서 3분의 1이 살았다. 금융업·의사·변호사·소매업 등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진출했다. 일반 대중에게 유대인들의 진출은 실상보다 두드러져 보였다. 1914년 베를린 인구 중 유대인은 5% 남짓이었으나, 전체 세금의 3분의 1을 냈다. 인문계고 김나지움 진학자 4명 중 1명이 유대인이었고,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의 20% 이상이 유대인이었다. 1908년 조사된 프로이센 최고 부자 29개 가족 중 9개 가족이 유대인이었다. 나치는 유대인들이 독일과 서구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선동해 집권했다.

현재 유럽에서 무슬림의 인구는 약 6%가 조금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슬림은 유럽 대중들의 질시와 박해의 대상이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한다는 2011년 노르웨이 대량학살 테러 뒤 인터넷에서는 유럽 등 서구가 수십년 안에 이슬람화된다는 동영상 <무슬림 데모그래픽스>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동영상은 △프랑스는 39년 안에 무슬림 국가 △네덜란드는 신생아의 50%가 무슬림이고 15년 안에 인구의 절반이 무슬림 △독일은 2050년에 무슬림국가가 되고 △2025년에는 유럽 신생아의 절반이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영상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가 프랑스 가정당 평균 1.8명의 자녀가 있는 반면 이 나라 무슬림 가정은 8.1명의 자녀가 있다는 거다. 엉터리 통계다. 가장 출산율이 높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도 출산율이 6명 정도다. 중동 등 무슬림국가의 출산율은 2명 안팎이다. 서구의 무슬림들은 그보다 더 적을 수밖에 없다.

퓨리서치센터의 2010년 조사에서 유럽 인구 7억4255만명 중 무슬림은 4349만명으로 5.9%를 차지했다. 무슬림 인구는 2030년에는 8%가 된다. 서유럽 국가 중 프랑스는10.3%, 벨기에는 10.2%로 1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무슬림 출생률도 유럽 평균치로 수렴한다. 네덜란드 터키계는 1.7명으로 네덜란드 평균 1.8명보다도 적다. 하지만 당장 유럽 대중들은 무슬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무슬림 데모그래픽스>의 허황된 주장은 유럽 대중들의 정서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 미셸 우엘베크도 <복종>이라는 소설에서 2025년 프랑스에서 무슬림 정당의 집권과 무슬림국가화를 다뤄 프랑스 내 이슬람공포증에 기름을 부었다.

1938년 11월7일 파리에서 한 독일 외교관이 유대계 독일 청년에 의해 암살당했다. 곧 독일 전역에서는 유대인 가게들이 습격당하는 ‘수정의 밤’이 일어났다. 깨진 유리창을 수정에 빗댄 말이다. 유대인 박해가 본격화됐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 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지도자 마린 르펜의 지지율이 30%를 넘었다. 네덜란드의 반이슬람 극우성향 자유당은 당장 선거가 치러지면 1당이 되는 지지율로 올라섰다. 독일에서는 57%의 국민이 이슬람으로부터 위협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샤를리 사건은 무슬림판 수정의 밤으로 어른거린다.

서구 사회로의 동화를 거부당한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 희생을 치르고 우월집단으로 살아남았다. 그 유대인들이 중동분쟁, 이슬람주의 무장운동을 촉발했다. 이는 서구에서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구 사회로 동화를 거부당한 무슬림이 살아남은 뒤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역사는 얄궂게 돌고 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정의길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