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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9 10:21 수정 : 2018.11.09 13:01

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외부 시선 피해 8일밤 경찰 출석
“의원직 사퇴해야” 악화되는 여론

평화당, 교섭단체에 한 석이 아쉬워
당 징계 결정 미뤄 ‘시간벌기’ 의혹
‘정계개편’ 앞두고 들썩이던 이 의원
당내에선 “선택지 좁아졌다” 평가도

그래픽_김지야
민주평화당이 ‘음주 운전’ 이용주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일주일 미뤘습니다. “경찰 조사 먼저 받고 당에 소명하겠다”는 이 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인 건데요. 일주일이라는 시간 속에는 이 의원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평화당의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평화당엔 ‘법원’격 기관인 당기윤리심판원이 있는데요. 지난 2월 창당한 평화당에서 이 의원 사건은 당기윤리심판원의 ‘1호’ 안건이 됐습니다. 징계엔 경고→당직자격 정지→당원자격 정지→제명 등이 있는데요. 이 의원이 사건 직후 원내수석부대표 당직을 내려놓은 만큼 당원 자격 정지나 제명이 아니면 징계에 큰 효용이 없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평화당 관계자들은 이 의원을 당에서 배제시키는 조처에 대해선 상당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의석 수 때문입니다. 평화당은 호남에서만 14석을 보유한 원내 제4정당이죠. 올해 초 6석의 정의당과 국회 교섭단체 기준(20석)을 딱 맞춰 공동교섭단체를 이뤘는데요. 이용주 의원은 이 ‘공동교섭단체’ 아이디어를 본인이 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 뒤 공동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는데요. 교섭단체 기준에서 딱 한 석 모자란 19석이 된 것이지요. 손금주, 이용호 등 호남의 무소속 의원들을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합류시킬 경우 다시 교섭단체가 될 수 있는 상황인데요. 교섭단체가 되면 예산과 법안 심사 등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손금주, 이용호 의원이 합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데 이용주 의원이 평화당에서 배제되면 교섭단체 구성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죠. 한 명 채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한 명을 당에서 빼내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왼쪽).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당내에서 이 의원의 존재감과 목소리가 컸던 점도 이유가 되고 있는데요. 이 의원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바 있습니다. 검사 출신인 그는 평화당에서 원내대변인, 법률부대표를 맡았고요. 정책위 제1정조위원장도 맡았죠. 지난 8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다고 했다가 막판 뜻을 접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원내수석부대표에, 전남도당위원장까지 맡아왔는데요. 이번 사건으로 수석부대표 사직서는 수리됐지만, 전남도당위원장의 경우 사의를 밝혔지만 수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평화당에선 ‘이 의원 내려놓기’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평화당의 한 관계자는 징계 결정 연기를 두고 “너무 세게 하자니 어려운 상황이고 그렇다고 약하게 하자니 여론의 눈치가 보이는 ‘계륵’같은 상황”이라며 “일단 여론을 좀 더 보면서 결정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일에서 14일로 당내 징계 수위 확정 날짜를 미룬 게 사실상 ‘시간벌기’ 성격이 있는 것인데요. 하지만 여론은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지는 형국입니다.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특히 경찰 조사를 미루던 이 의원이 언론의 시선을 피해 8일 저녁 8시30분께 ‘몰래 조사’를 받은 점도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당이 새만금 태양광 설치 건 등과 관련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등 존재감을 올리고 있었는데 기운이 빠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의원이 자기 발로 당을 나갈지 여부, 즉 탈당 가능성이 당내 최대 현안이었습니다.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논의였는데요. 지난 8월 정동영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이용주, 김경진 의원이 당의 노선 등에서 갈등을 빚었고 이들의 ‘선도 탈당’ 가능성이 당내에서 거론된 것인데요. 평화당의 지지율이 2~3%대에 불과한 가운데 두 의원이 최종적으로 ‘민주당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요. 이에 박지원 의원이 지난달 “탈당은 하지 말고 정계 개편의 기회가 온다면 함께 노력해보자고 설득했고, 탈당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이 의원이 큰 물의를 빚으면서 향후 정계 개편이 현실화해도 그의 선택지엔 제약이 많아졌다는 해석도 당 안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이 의원 사건은 다음주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14일 당 징계 결정 일정이 예고돼 있고요. 15일에는 국회 전체 윤리특별위원회 회의도 예정돼 있는데, 이 의원 사건이 안건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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