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4 11:42
수정 : 2018.11.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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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운영위가 끝난 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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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청와대 운영위 출석 맞아 “조국 해임” 선전포고
시작하자마자 “조국 오늘도 안 나오냐” 공격
예산 심사보단 ‘복지부 감찰’ 등 이슈 공세
김성태의 “임 실장은 2인자” 발언에 좌중 웃음
임 실장 “국회 존중하는 낮은 자세로 일찍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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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운영위가 끝난 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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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선 청와대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 등이 출석했다. 이날은 임 실장이 올해 국회에 출석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국정감사와 예산안 전체회의 등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올해의 ‘마지막 만남’에 앞서 야당은 청와대를 향한 ‘선전포고’를 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청와대 예산 심사는 오후 2시부터였다.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을 촉구한다.…야당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거부될 경우 정상적인 국회 일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최근 야권의 반대에도 김수현 정책실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했다며 내놓은 반발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표정이 특히 비장했다. 그는 “야당을 무시하는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들 분노를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오후 2시 청와대 심사가 시작되자마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공세에 들어갔다. “해임을 촉구”한 조국 민정수석이 불출석한 게 문제였다. “질의 전에 임종석 실장, 조국 민정수석은 오늘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안나오는 겁니까?” “민정 업무 특성상 양해를 구한다”는 답변에 김 원내대표는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 책임과 관련해 조국 수석에 대한 국회의 입장을 알고 있냐”고 몰아부쳤다. 임 실장은 “입장 낸 것 읽어봤다”며 “(해외 순방중인) 대통령이 돌아오면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보고하겠다”고 했다. ‘초반 공격’ 뒤 김 원내대표는 다른 일정을 소화하러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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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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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됐다. 예산안 심사 자리였지만, 예산 얘기는 많지 않았다. 대신 최근 이슈들이 몽땅 테이블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안 사전 유출’ 의혹으로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감찰당한 건을 캐물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련 조항을 인쇄해와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정부가 확대하려는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합법적 노동 시간이 과로사 (위험의) 기준을 넘게 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이 ‘데뷔전’인 김연명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을 향해선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대를 멨다. 박근혜 정부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낸 김 의원은 “김 수석이 학자 시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몰아부쳤다. 김 수석은 “학자 개인의 소신은 정책과 관련된 위치로 들어갈 경우 탄력적으로 여러 상황을 감안해” 변경될 수 있다고 답했다. “저는 국민연금 정책이나 계획을 결정하거나 수립하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어드바이저’ 역할입니다.…보건복지부 장관과 갈등하거나 충돌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김 수석의 말이 길어지자 임시 사회를 맡은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예…. 예, 답변 끝나셨나요…”하며 다음 차례로 마이크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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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성토'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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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원내대표가 회의장에 돌아온 것은 4시를 넘겨서였다. 비교적 조용한 질의응답이 오가고 있을 때였다. 김 원내대표는 위원장석에 앉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다시 처음으로, 조국 수석 얘기였다. “문재인 정권은 누가 뭐래도 적폐 청산 전문 정권 아니냐? 이 적폐 청산 전문 정권이 국회에 (조 수석의 불출석을 관행으로서) 합의해달라고 그러냐?”는 질문에 임 실장은 “어느 정부가 그런 관행이 유지해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역대 정권은 그래서 적폐 청산 얘기를 안했지 않냐”며 소리를 높였다.
“조국 수석 경질 요청을 대통령에게 하겠냐 안하겠냐?” 김 원내대표의 비장함은 절정에 이르렀다. 임 실장은 거듭 “김성태·김관영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사실을 보고하겠다”고만 답했다. “사실만 보고하지 말고…. 임 실장은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권력 2인자예요. 왜, 또 2인자시켜주니까 싫어요?” 김 원내대표의 진지한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2인자’ 언급에서 운영위원들 사이 웃음이 터졌다. 한 여당 의원은 푹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웃음’의 불똥은 김수현 정책실장에게 튀었다. “우리 김수현 실장님. 좀전에 웃었는데, 지금 웃을 여유 없어요, 지금! 예? 좀전에 김동연 (기재부) 장관이 한국당 원내대표실에 인사를 왔습니다. 제발 예산 좀 법정 시일 내에 처리해달라고….” 김 원내대표는 “세상에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는 처음 본다”, “잘린 장관 뭘 믿고 예산 처리를 잘 해주겠냐”며 목소리를 계속 높였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제한 시간을 넘겼지만 운영위원장인 홍영표 원내대표는 5분을 더 ‘충전’해줬다. 여당석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준다”는 소리가 작게 나왔지만 여느 때처럼 고성의 공방은 없었다. 한 여당 의원은 운영위가 끝난 뒤 “오늘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할 말 있으면 다 한 번 해보라’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의 성토가 이어질 동안 임 실장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김 원내대표의 질타가 마무리된 뒤 홍 원내대표는 김연명 사회수석을 불렀다. 앞서 국민연금 관련 발언이 걸렸던 모양이었다. “아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위해서 현행 보험료율로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대통령에게 조언한다고 했나요? 다시 설명해보세요.” 김 수석은 “죄송하다. 제가 3일 전까지만해도 교수였다”며 “(학자 시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겠다고 한) 과거 발언은 다 사실이지만 과거의 맥락과 수치를 현재 똑같이 적용해 이런 저런 안으로 갈 것이라고 유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3시간만인 오후 5시, 홍 원내대표는 산회를 선포했다.
운영위가 끝난 뒤 임 실장은 김 원내대표 자리로 와 악수를 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2인자라고 해서…”라며 웃었고 임 실장도 웃었다. 김 원내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회의장을 떠나는 김 원내대표에게 기자가 “조국 수석 경질 요구가 안 받아들여지면 어떻게 하려고 하냐”고 묻자 “좀 기다려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향후 일정 보이콧도 고려중이냐”는 질문에 김 원내대표는 “기다려봐라. 미리 얘기하면 뭐가 되겠냐”고 답했다. 예산안의 경우 법정 시한인 12월2일까지 여야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정부안 그대로 자동 부의된다. 때문에 야당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오늘 조국 수석 해임 요구 등은 야당으로서 존재감 확인 차원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 본청을 떠나며 임 실장은 “국회를 존중하는 낮은 자세로 (임해서) 일찍 끝났다”며 웃었다.
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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