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7 15:02
수정 : 2019.02.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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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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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
명예훼손 고소 방침 이어
“영향력 없는 소수정당 소속”
당 지도부 고민중 야당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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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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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입니다. 20대 남성 비하 논란으로 맞붙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연일 ‘정면충돌’하고 있는데요. 두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과 그에 대한 언급을 두고 날선 비난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홍 의원은 오늘(27일) 아침 <티비에스>(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하 의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행자 : 하태경 의원과 담판 지을 자리를 마련하면 나오실 겁니까?
홍익표 의원 : 저는 그 사람하고 자꾸 엮이는 게 좋지 않은 게 소수 정당이잖아요. 저는 1당의 수석대변인인데. 왜냐하면 이 사람은….
진행자 : 그 쪽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입니다.
홍익표 : 아니, 그래도 미니 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인데. 그런데 자꾸 이렇게 이분의 특징이….
진행자 : 당까지 디스하시는군요, 이제.
홍익표 : 그러니까 자꾸 뭔가 정치적 논란을 만들어서 자기 몸값을 올리려고 하는데,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하태경 의원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전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통화를 하다가 하 의원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의원은 그의 ‘화력’을 두고 “이언주 10명”에 버금간다고 표현했습니다. 하 의원은 오늘 오전 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의원이 청년들을 비하한 것이나 바른미래당을 비하한 것이나 그 본질은 똑같다.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다. 젊은 층, 소수층을 얕잡아보는 오만한 불통 꼰대 마인드”라고 올렸습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홍 의원이 자신들을 비난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논평을 냈습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오만의 끝판왕, 홍익표 의원의 수석대변인직 사퇴를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미니 정당”인 민주평화당도 논평을 내 홍 의원을 맹비난했습니다. 홍익표-하태경 의원의 ‘개인전’이 당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홍 의원은 뒤늦게 “바른미래당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게 유선상으로 이해를 구했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지만,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 논란의 불씨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시작됐는데요. 홍 의원은 “20대가 왜 가장 보수적이냐. 물론 그 당시에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건 등으로 인해 당시 젊은층이 북한에 대해 충격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당시 학교 교육이라는 것도 거의 반공교육이었다.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의식을 심어준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하 의원은 “망언” “극단적 선동”이라며 홍 의원을 비판했고요. 홍 의원은 하 의원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두 의원이 전면전을 벌이는 배경엔 그만큼 ‘20대 남성 지지율’이 정치권에서 주요 화두로 자리잡은 점이 있는데요. 특히 민주당에서는 진보적 성향으로 여겨지던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최근 이탈하는 조짐까지 보이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20대 남성’ 관련 메시지를 준비하면서 “생각지 못했던 주제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고요. 한 의원은 “‘미투 운동’ 등 여성 이슈의 경우 여성계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기조를 잡았는데 이거는 또 새로운 주제”라며 난감해했습니다. 다른 의원은 “젊은 청년층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학가 강연 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는데요. 다들 “뭐라도 하긴 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어떻게’를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20대 청년들이 교육을 잘못 받았다’는 주장(설훈 최고위원)과 함께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반공교육’ 발언이 겹쳐지면서 ‘민주당 꼰대 논란’으로 번지게 됐습니다.
여당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야당 의원인 하태경 의원은 20대 남성표 공략에 깃발을 들고 나섰는데요. ‘워마드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성별 갈등으로 전선을 키우고 본인이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중이었습니다. 하 의원이 홍 의원의 발언을 가장 먼저 공격하고 홍 의원도 이에 질세라 반박을 계속해 나가는 맥락에는 이런 상황도 놓여있습니다.
지난 25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홍익표 의원 등의 발언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며 ‘조기 수습’에 나선 바 있는데요.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감지해 조처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직후 홍익표 의원은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 반발을 했죠.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원내대표가 사과한 것으로 넘어갔으면 나았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탄핵은 물론 선거제도 개혁 등 어느때보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다른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한 상황에서 수석대변인이 이들과 전선을 형성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일부 감지됩니다.
홍익표(52) 의원과 하태경(51) 의원은 1살 차이 또래 재선 의원입니다. 50대인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권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20대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제 20대 이슈는, 있는 현상 자체로 받아들이고 일단 얘기를 충분히 들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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