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정책실장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켜 전통적인 미국인, 특히 하층 백인들의 일자리를 찾아주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대선 캠페인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주효해서 과거 산업도시의 위상을 잃고 몰락한 러스트벨트 4개 주에서의 승리가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선된 트럼프는 선거 구호로 외친 것들을 정책으로 입안하려는 움직임을 정력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모든 수입품에 대한 높은 수준의 국경세 부과,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검토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주요 언론, 경제부처, 재계의 연구소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향방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우는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근거해서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대응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초라한 지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사상적 기초로서 자유무역주의의 허구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덤 스미스는 “프랑스의 무역수지 흑자가 확실하더라도 프랑스산 포도주가 포르투갈산보다 싸고 좋다면 영국은 프랑스산 포도주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스미스의 이 서술을 비교우위론이라는 이론으로 정립했다. 두 고전파 경제학자 모두 무역수지 적자의 경우에도 자유무역이 이익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당시 후발 산업국가 독일에서 태어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이 거의 모든 공산품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영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론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무엇보다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산업 후발국은 선발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었다. 보호무역론은 미국에서 유치산업 보호론으로 수용되었다. 사실 미국은 독보적인 보호무역 국가의 전통을 자랑한다. 미국이 유별나기는 하지만, 모든 선발 산업국가들은 보호무역의 귀재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각국의 산업정책은 본질에서 온갖 종류의 보호무역 정책을 달리 부르는 말에 불과하다.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거론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철폐한다고 해서 자유무역이 도달하고자 하고 전제로 삼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에 이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나라는 조세, 환경 규제, 노동권 보호, 소득재분배, 경제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부패의 정도 등 서로 다른 경제·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이한 환경이 교역 상품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자유무역이 제거하려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미치는 영향력에 뒤진다고 말할 수 없다. 경제사회적 환경을 이루는 제도와 정책들의 국가간 차이를 제거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세계 단일 국가만큼 허황한 것이다. 상품 교역만이 자유로웠던 시대에 만들어진 보호무역이론을 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워진 환경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저임금 후발 국가는 선발 국가의 자본이 직접 자국에 들어옴으로써 제한적이나마 선발국의 기술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중국의 성장이 실례다. 또한 노동의 이동은 여전히 국민국가의 경계에 속박된 가운데 대폭 확대된 자본 이동의 자유로 인해 기업은 국내 노동의 임금 인상이나 노동권 보장 요구를 물리칠 유용한 무기를 확보하였다. 국민들이 자유무역협정의 이해관계를 무역수지로 압축되는 국익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자유무역협정 추진으로 이런저런 떡고물이 생기는 정부 관료들이 바라는 바다. 변화된 환경은 자유무역협정을 자본과 노동, 기업과 가계, 정부와 시민, 제조업과 농업, 초국적 자본과 영세 중소기업 사이의 다층적인 이해 대립의 문제로 파악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관점에 설 때라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저탄소 지원금 제도, 철도의 공공성 유지, 우체국보험 가입한도 인상 등 공공성을 제고할 수많은 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앞에서 좌절했거나 막혀 있는 현실에 주목할 수 있다. 경제사회정책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절연시키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 수단으로서 자유무역협정의 진정한 목적이다. 그러나 트럼프노믹스의 보호무역 드라이브는 미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 수단으로 삼았던 자유무역협정이 다름 아닌 미국에 가져온 경제·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그리고 이 시도가 미국 선거 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역설적이다. 트럼프는 주권국가와, 그것을 운영하는 원리로서 민주주의가 존속하는 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이 지구촌 경제의 생생한 현실이며 규범임을 보여주는 경제사적 인물이다. 한국이 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독소조항의 폐지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협정 자체의 폐기가 더 쉽고 빠르고 바람직한 방법으로 보인다.
칼럼 |
[장흥배, 을의 경제학] 보호무역이 민주주의다 |
노동당 정책실장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켜 전통적인 미국인, 특히 하층 백인들의 일자리를 찾아주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대선 캠페인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주효해서 과거 산업도시의 위상을 잃고 몰락한 러스트벨트 4개 주에서의 승리가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선된 트럼프는 선거 구호로 외친 것들을 정책으로 입안하려는 움직임을 정력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모든 수입품에 대한 높은 수준의 국경세 부과,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검토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주요 언론, 경제부처, 재계의 연구소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향방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우는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근거해서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대응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초라한 지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사상적 기초로서 자유무역주의의 허구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덤 스미스는 “프랑스의 무역수지 흑자가 확실하더라도 프랑스산 포도주가 포르투갈산보다 싸고 좋다면 영국은 프랑스산 포도주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스미스의 이 서술을 비교우위론이라는 이론으로 정립했다. 두 고전파 경제학자 모두 무역수지 적자의 경우에도 자유무역이 이익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당시 후발 산업국가 독일에서 태어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이 거의 모든 공산품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영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론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무엇보다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산업 후발국은 선발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었다. 보호무역론은 미국에서 유치산업 보호론으로 수용되었다. 사실 미국은 독보적인 보호무역 국가의 전통을 자랑한다. 미국이 유별나기는 하지만, 모든 선발 산업국가들은 보호무역의 귀재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각국의 산업정책은 본질에서 온갖 종류의 보호무역 정책을 달리 부르는 말에 불과하다.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거론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철폐한다고 해서 자유무역이 도달하고자 하고 전제로 삼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에 이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나라는 조세, 환경 규제, 노동권 보호, 소득재분배, 경제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부패의 정도 등 서로 다른 경제·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이한 환경이 교역 상품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자유무역이 제거하려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미치는 영향력에 뒤진다고 말할 수 없다. 경제사회적 환경을 이루는 제도와 정책들의 국가간 차이를 제거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세계 단일 국가만큼 허황한 것이다. 상품 교역만이 자유로웠던 시대에 만들어진 보호무역이론을 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워진 환경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저임금 후발 국가는 선발 국가의 자본이 직접 자국에 들어옴으로써 제한적이나마 선발국의 기술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중국의 성장이 실례다. 또한 노동의 이동은 여전히 국민국가의 경계에 속박된 가운데 대폭 확대된 자본 이동의 자유로 인해 기업은 국내 노동의 임금 인상이나 노동권 보장 요구를 물리칠 유용한 무기를 확보하였다. 국민들이 자유무역협정의 이해관계를 무역수지로 압축되는 국익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자유무역협정 추진으로 이런저런 떡고물이 생기는 정부 관료들이 바라는 바다. 변화된 환경은 자유무역협정을 자본과 노동, 기업과 가계, 정부와 시민, 제조업과 농업, 초국적 자본과 영세 중소기업 사이의 다층적인 이해 대립의 문제로 파악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관점에 설 때라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저탄소 지원금 제도, 철도의 공공성 유지, 우체국보험 가입한도 인상 등 공공성을 제고할 수많은 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앞에서 좌절했거나 막혀 있는 현실에 주목할 수 있다. 경제사회정책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절연시키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 수단으로서 자유무역협정의 진정한 목적이다. 그러나 트럼프노믹스의 보호무역 드라이브는 미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 수단으로 삼았던 자유무역협정이 다름 아닌 미국에 가져온 경제·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그리고 이 시도가 미국 선거 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역설적이다. 트럼프는 주권국가와, 그것을 운영하는 원리로서 민주주의가 존속하는 한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이 지구촌 경제의 생생한 현실이며 규범임을 보여주는 경제사적 인물이다. 한국이 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독소조항의 폐지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협정 자체의 폐기가 더 쉽고 빠르고 바람직한 방법으로 보인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