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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20 19:41 수정 : 2017.04.07 15:42

2011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보디페인팅을 한 여성이 탐욕스러운 월가 금융자본을 규탄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토요판] 인터뷰
‘불평등 연구’ 브랑코 밀라노비치

2011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보디페인팅을 한 여성이 탐욕스러운 월가 금융자본을 규탄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 세르비아계 미국인 경제학자인 브랑코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객원석좌교수는 불평등 연구 분야의 세계 최정상급 학자로 꼽힌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센터(LIS) 선임학자이기도 한 밀라노비치의 대표작이 최근 국내 번역출간됐다. <한겨레>는 불평등 문제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용적 세계화’(inclusive globalization). 지난 17~20일(현지시각) 나흘간 스위스에서 열린 올해 다보스포럼이 내건 화두다. 다보스포럼은 행사에 때맞춰 내놓은 ‘세계위험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이 시장경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의 모임이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뒤늦은 고백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현실이 모든 걸 말해준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다보스포럼 개막을 앞두고 발표한 ‘99%를 위한 경제’란 보고서를 보면, 1988~2011년 기간 중 세계 최하위 계층 10%의 소득이 해마다 1인당 고작 3달러(3500원) 늘어나는 동안, 최상위 10%의 소득은 1만1800달러(1400만원)씩 불어났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 ‘슈퍼리치’ 8명이 보유한 부를 모두 더하면 4260억달러(503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소득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하위 절반인 36억명의 재산과 맞먹는다. 한국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갑부 18명이 거머쥔 재산은 하위 30% 인구의 재산을 모두 더한 규모다.

최근 국내 번역된 브랑코 밀라노비치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객원석좌교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지난해 출간(원저명 )된 이래 잇달아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불평등 경제학’의 교범으로 꼽힌다. 세계화의 전성기라 할 1988~2008년 20여년 동안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 추이를 예리하게 분석한 이 책으로 인해, 토마 피케티와 앵거스 디턴이 불러일으킨 열기에 이어 불평등 연구의 바람은 더욱 거세지는 중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중산층의 등장으로 국가 간 불평등은 다소 줄어들었음을 보여준 밀라노비치의 작업이 특히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으로 상징되는 포퓰리즘과 보호주의 열풍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밀라노비치와의 전자우편 인터뷰는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진행했다. 한국의 불평등 문제에 관한 의견을 묻고 싶다는 질문에 밀라노비치는 자신이 한국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며 답변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2011년 10월 세계 곳곳에서 열린 월스트리트 반대 시위에 즈음해 서울 대한문 앞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1%만을 대변하는 자본주의는 고장났다’는 문구가 쓰인 펼침막을 들고 있는 모습.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먼저 이 책에 관해 간략히 소개를 듣고 싶다. 이 책을 쓴 동기는?

“세계화 시대의 세계 경제를 묘사하고 소득과 경제력의 분포의 변화를 설명하려는 것이었다. 이 시기는 국내뿐 아니라 국가 간에도 소득분배가 크게 변화한 주목할 만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산업혁명 이후 최대의 전 세계적 소득분배구조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를 묘사하고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이 책에서 펼친 주요 주장을 정리한다면?

“이 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함의와 메시지에서 매우 ‘함축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3개의 주요 주장은 이렇다. 첫째, 국내의 불평등은 높아지고 낮아지기도 하는 쿠즈네츠 파동을 따르는데, 기술 변화와 세계화의 상호작용으로 불평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둘째, 국가 간 평균소득(일인당 GDP)의 엄청난 불평등은 ‘시민권 지대’, 즉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부자 나라에서 태어난 운에 기초한 ‘벌지 않은’ 소득을 가져다준다. 이민은 가난한 나라 시민들도 이 지대를 획득하려는 시도이다. 셋째, 세계화의 영향이 언제나 불균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든 이가 이득을 얻는다 해도 그 이득은 모든 극적인 정치적·경제적 변화와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상이할 것이다. 모든 이가 평등하게 이득을 얻으리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일이다.”

기술변화 종류도 세계화에 영향 받아

-불평등 심화 원인에 관한 당신의 주장은 매우 상세하고 광범위하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기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지만, 당신은 기술·개방·정책이 모두 중요하고 상호의존적이라고 주장한다. 주류 주장과의 차이를 좀 더 설명해달라.

“내 주장의 핵심은 불평등을 심화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중요한 3가지 요인들-세계화, 기술 변화 그리고 경제정책-이 개념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실증분석에서는 따로 구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3가지 요인이 모두 상호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에의 개방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자본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세율과 같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목도하는 기술 변화의 종류도 세계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기술 진보는 현실 세계와 무관한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실행되는 기술 혁신의 종류는 생산요소(자본과 노동)의 가격에 영향을 받고, 그것들은 또한 세계화가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영향을 받는다. 세계화는 노트북컴퓨터에서 스마트폰까지 많은 새로운 상품들을 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을 사용해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세계화가 없었다면 노동비용이 더욱 높았을 것이므로 이 상품들은 그런 특정한 형태와 모양으로 생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화의 존재가 기술 진보의 종류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화두 ‘포용적 세계화’
99%를 배제하는 극단적 불평등 확대
세계화 30년 분석한 ‘코끼리 곡선’ 제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과 맞아떨어져

불평등은 기술·개방·정책 모두와 연관
‘성장→불평등 완화’ 전통적 해석 한계
불평등은 상·하방 순환 반복하는 파동
교육과 노동조합의 역할 줄어들 수도

-쿠즈네츠 파동이라는 개념은 정말 흥미롭다. 그러나 이 파동을 상방·하방으로 만들어내는 힘들은 첫번째 파동과 두번째 파동에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구 고령화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당신의 의견에 동의한다. 첫번째와 두번째 쿠즈네츠 파동에서 몇몇 힘들의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구요인이 그중 하나이고, 교육이 또 다른 예다. 194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첫번째 쿠즈네츠 파동의 하방 국면에서 교육의 확대는 고숙련과 비숙련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평등화 역할을 했다. 당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의 평균 교육연수는 6~7년에서 13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 수준의 상승은 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는데, 교육연수를 최대로 늘려봐야 평균 13년에서 예를 들어 14~15년 이상으로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는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소규모 집단의 교육 수준이 더욱 높아져도 불평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이와 비슷하게 노동조합은 과거에 불평등을 줄이는 데 큰 구실을 했다. 그러나 공장에서 더욱 소규모 단위의 서비스로 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고용구조에서는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더욱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노조의 역할, 고용주와 노동자 간 단체협상의 역할이 덜 중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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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선진국의 중산층 소득은 정체

-세계화, 브렉시트 그리고 트럼프의 당선을 당신의 책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자. 이 사건들은 당신이 말한 ‘코끼리 곡선’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당신은 이 사건들이 선진국에서 세계화 패자들의 반란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가? 이 사건들은 특히 정부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미약하고 소득 불평등이 높은 영미권 국가에서 일어났는데, 다른 선진국에서는 불평등과 세계화의 미래가 다를 것인가?

“‘코끼리 곡선’이 생생하게 보여준 선진국 중산층의 소득 정체가 브렉시트 결정과 트럼프 당선의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증분석의 증거에 기초해 볼 때, 나는 중산층의 소득 정체가 정말로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브렉시트에서 큰 구실을 했던 이민자에 대한 두려움 등과 같은 몇몇 다른 요인도 세계화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끼리 곡선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선진국 중산층의 소득 증가도 나라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선진국들의 중산층 소득 증가는 개도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정체된 것이 사실이며 이것이 코끼리 곡선의 모양을 만들었다. 또한 미국, 일본, 독일 등 규모가 가장 큰 선진국들에서 중산층 소득은 분명 정체했다.”

-포퓰리스트들은 세계화가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비난하고 많은 이들은 이를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세계화나 정책은 정부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될 수 있는 반면, 기술은 상대적으로 외생적이라 생각하며, 그것이 아마도 기술이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기술은 다른 요인들과는 질적으로 다르지 않을까?

“원칙적으로 기술이 외생적으로 ‘보인다’는 것에 동의한다. 초음속 여객기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적어도 50년 전에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술의 사용은 콩코드기 추락(이는 기술 자체와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 이후 언제나 제한적이었고 더 이상 초음속 여객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초음속 여객기는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처럼, 우리는 현실에서 도입되는 기술이 우리가 가진 정치경제 체제의 종류 그리고 노동과 자본의 가격에 좌우되는 많은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세계화는 이 둘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종류의 기술은 세계화로 인해 수익성이 높고 다른 기술은 세계화가 없을 때 수익성이 높을 것이다.”

-21세기 미국의 불평등에 대한 전망과 관련하여, 당신은 자본 몫의 증가, 상위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연관, 부자의 정치적 권력 강화 등으로 퍼펙트스톰이 올 가능성을 우려한다. 당신은 재분배와 교육의 효과에 관해서도 회의적이다.

“당신이 지적한 대로, 미국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 완화에 관한 단기적 전망에 대해 나는 어느 정도 비관적이다. 이제 트럼프의 집권을 목도하며 나는 더욱 비관적이다.(이 책을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전에 집필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2009년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금융위기에 관한 연설을 하는 동안, 행사장 바깥에 모인 사람들이 ‘월스트리트부터 개혁하자’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경쟁은 선도기업이 누리던 ‘지대’ 없앨 것

-비록 미래를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겠으나, 미국에서 앞으로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특히 당신은 정치적으로 비관적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수많은 이들이 평등한 분배를 외치며 샌더스나 코빈을 지지하는 현실도 지켜보았다. 미국에서 평등한 분배를 위한 정치 변화의 희망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가?

“중기적으로 보자면, 미국에서 불평등 심화를 억제하고 아마도 역전시킬 수 있는 적어도 2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정치적인 것인데, 당신이 말한 대로 버니 샌더스가 받은 지지가 보여준다. 나는 샌더스든 다른 정치인이든 다음 선거주기에서는 샌더스가 주장했듯이 불평등에 반대하는 정책들이 더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리라 믿는다. 두번째 요인은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남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도입했던 기업가와 자본가들이 가져갔던 대규모 지대가 점진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노키아와 블랙베리는 한때 그들의 분야에서 선도자였지만, 결국 새로운 생산자에 의해 대체되고 사업을 접었다. 다른 기술선도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운명을 겪을 것이다. 이들이 가져갔고 분명히 불평등을 심화시켰던 대규모 지대는 줄어들 것이다.”

(왼쪽)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오른쪽)브랑코 밀라노비치

-당신은 21세기에는 세계화로 인해 자본에 대한 과세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므로 자산과 같은 기초자본의 불평등 축소가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정책이 현실에서 얼마나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당신은 자본에 대한 정부의 힘이 크게 약화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과세와 정부지출 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양질의 교육과 자산 소유 집중의 완화처럼, 세계화에 제약받지 않고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당한 세금혜택을 통해 소규모 투자자들을 도와줄 의지가 있고, 이른바 종업원지주제(ESOP)를 통해 노동자들의 지분 소유를 도와준다면, 자본으로부터의 소득 집중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소득 분배와 관련이 있는 몇몇 정책 영역에서는 세계화와 상관없이 정부가 더욱 적극적이고 개입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에 대한 과세나 고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과세 등과 같은 영역에서는 세계화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정말로 제한을 가하고 있다고 본다.”

핵심 선진국 중산층의 소득 정체 뚜렷
포퓰리즘 주장에 힘 실리는 배경
자산 등 기초자본 불평등 완화가 관건
‘1차 분배’ 개선하는 정부 역할 필요

특히 빈곤층 소득성장에 해롭다는 게
최신 불평등 연구들의 공통된 결론
로봇이 일자리 없앤다는 우려는 과장
고숙련·저숙련 임금격차 줄어들 수도

-이 책에서 당신은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깊이 논의하지 않는다. 다만 중산층 감소가 소비패턴과 사회지출의 변화로 이어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당신의 의견이 궁금하다.

“소득 불평등과 성장 사이의 관계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어떤 학자들은 불평등이 성장에 바람직하다고 보고했고 다른 학자들은 뚜렷한 관계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불평등이 성장에 나쁘다는 연구도 있다. 과거의 연구들은 매우 개략적이었다. 그것들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지니계수 혹은 또 다른 총계적인 불평등 변수와의 관계만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많은 나라에서 장기적 시간대를 포괄하는 더욱 자세한 미시 데이터(가구 수준)를 가지고 있다. 최근 한 논문에서 나는 다양한 종류의 불평등(빈곤층 사이의 그리고 부유층 사이의)을 검토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소득계층의 소득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좀 더 발전된 데이터를 사용한 여러 연구들은 높은 수준의 불평등이 특히 빈곤층의 소득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짓는다.”

2011년 10월 서울역 광장에서 빈곤사회연대 회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저숙련 노동자 친화적 기술변화도 있다

-당신은 최근의 글로벌 차원의 불평등 감소는 주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성장 덕분이고 아프리카 등 다른 개도국들은 여전히 정체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세계화의 이득은 일국 내에서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국가 간에도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개도국 차원에서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맞다, 세계화의 이득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가 결코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거대하고 다면적인 발전이기 때문이다. 몇몇 이들은 더 많은 이득을 얻을 것이고 다른 이들은 더 적은 이득을, 또 다른 이들은 절대적으로도 손실을 볼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관해, 그들이 어떻게 세계화로부터 이득을 얻을 것인가는 매우 어렵고 다른 주제이기 때문에 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아시아의 사례를 고려한다면, 아프리카에도 노동자들의 숙련과 투자의 유인을 개선하여 외국 자본의 생산적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아마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는 매우 일반적인 제언일 뿐이다.”

-최근 많은 이들이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진보가 매우 높은 실업과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이러한 기술 충격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당신은 이 책에서 불평등을 줄이는, 저숙련 노동자들에 친화적인 기술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에 관해 좀 더 설명을 듣고 싶다.

“기술 진보가 상당수의 노동자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우려는 200년 전 첫번째 기술혁명 때부터 우리와 함께했던 것이다. 각각의 기술 변화가 몇몇 노동을 대체하고 몇몇 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지언정, 전반적으로 기술 변화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또 선진국 부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키고 따라서 불평등을 축소할 몇몇 기술 진보가 존재한다. 그런 기술 진보로 인해 의사, 회계사, 건축가, 디자이너 그리고 교수들은 많은 경우 멀리 떨어진 신흥경제 국가들의 더욱 값싼 노동자들로 대체될 수 있다. 이는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저숙련 노동자에 친화적인 기술 변화이다.”

진행·번역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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