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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4 08:01 수정 : 2018.05.05 00:03

붉은배오색딱다구리가 소나무에 뚫어놓은 구멍 4개가 가로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수액이 고이면 먹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군산 어청도서 붉은배오색딱따구리 수액 섭취 첫 확인
솔 모양 혀끝으로 소나무·은행나무 구멍 고인 수액 핥아

붉은배오색딱다구리가 소나무에 뚫어놓은 구멍 4개가 가로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수액이 고이면 먹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4월 28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나그네새인 붉은배오색딱다구리를 만났다. ‘치르르릇’ 하는 울음소리를 듣고 쇠딱다구리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붉은배오색딱다구리였다. 난생 처음 본 붉은배오색딱따구리에 마음이 설다. 오색딱다구리보다는 약간 작아 보였다. 어찌된 일인지 그다지 경계를 하지 않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붉은배오색딱다구리.
소나무에 앉아 나무를 쪼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정해둔 지정목이 있어 좀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구멍에 고인 나무 수액을 빨아 먹기 위해서인 것 같다.
나무를 쪼거나 먹이 사냥을 할 때 번잡스럽고 요란한 일반 딱다구리와 달리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한 곳에서 부리로 나무껍질을 차분하게 떼어낸 다음 머리를 드릴처럼 쪼아댔다. 나무줄기에 구멍을 가로로 가지런히 여러 개 뚫는 행동이 독특했다. 작지만 촐싹대지 않는 움직임이다.

배설을 할 때는 화장실에 가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특이한 행동을 했다. 붉은배오색딱다구리의 혀끝은 솔처럼 자잘한 가시가 나 있어 수액을 머금기 쉽게 되어 있다. 봄철에는 주로 수액을 먹으며 다른 계절에는 일반적인 딱따구리처럼 나무껍질 속의 애벌레와 곤충을 사냥한다.

붉은배오색딱다구리가 은행나무 줄기에 뚫은 구멍에 부리를 깊숙히 넣어 고인 나무 수액을 핥고 있다.
오른발 옆과 아래쪽 은행나무 표피에 쪼아댄 흔적이 적갈색으로 보인다.
배변을 위해 한 발 아래로 물러서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몸길이 약 23㎝이며, 이마와 머리꼭대기의 붉은 깃털은 불타오르는 듯하다. 윗부리는 검고 아랫부리는 노란색이다. 뺨과 턱은 흰색, 멱과 목, 가슴은 적갈색이다. 아래꼬리덮깃은 진한붉은색이다. 등은 검은색이고 흰색의 가로줄이 조밀하게 흩어져 있다. 암컷은 검은색 머리에 흰색 반점이 조밀하게 나 있다.

부리를 구멍에 깊숙히 박아 혀에 나무수액을 머금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나무줄기의 표피를 뜯어낸 뒤 빠른 진동으로 쪼아 구멍을 뚫는 모습.
뚫어놓은 구멍을 살펴보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IMAGE11%%]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우리나라에서 번식이나 월동을 하지 않고 우연히 들르는 나그네새여서 좀처럼 관찰하기 힘들며, 서울, 경기도 광릉, 옹진군 소청도에서 관찰된 기록이 있다. 우수리 일대에서 번식하는 집단은 중국 남부로 이동해 월동한다. 매우 넓은 지역에 서식해 인도 아대륙과 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홍콩, 인도, 북한, 한국, 미얀마, 네팔, 태국, 베트남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다. 그러나 생태는 잘 알려지지 않아 연구가 필요하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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