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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2 11:38 수정 : 2018.11.02 13:29

원앙 수컷 깃털이 단풍이 비친 물결과 닮았다.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먹이 주기 9년 만에 300여 마리 장관 이뤄
상수리 따먹고 집단 목욕도…짝짓기 앞둔 단장 온 힘

원앙 수컷 깃털이 단풍이 비친 물결과 닮았다.
원앙이 9월27일 경기도 김포시 장릉 저수지를 찾았다. 2009년 봄 장릉에서 원앙 6마리를 처음 만난 후 먹이 주기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300여 마리로 늘어났다. 해마다 장릉을 찾는 원앙 덕분에 “장릉에서 원앙을 만나다”라는 원앙 먹이 주기와 조류사진전이 해마다 열리기도 한다.

김포 장릉 저수지.
원앙의 평화로운 한 때.
은밀하게 숨어 이동하는 원앙.
부리가 붉은 원앙은 아직 깃털을 변환하지 못한 수컷 원앙이다.
산세가 완만한 장릉에 있는 소규모 저수지는 단풍이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하다. 여기에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원앙이 가을을 더욱 발그레 수놓는다.

짝짓기를 앞두고 수컷 원앙의 깃털이 아름다운 색으로 변환하여 암컷에게 자태를 뽐낸다. 아직 변환 중인 수컷 원앙은 갈 길이 바쁘다.

수컷 원앙의 깃털 색이 고울수록 암컷 원앙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수컷 원앙은 다음 해 봄까지 아름다운 깃털을 유지한다.

저수지의 낮은 나뭇가지에는 지정석이 정해져 있어 서열이 낮으면 감히 넘볼 수 없다.
깊어가는 가을이 평화롭다.
몸단장은 수컷의 필수적인 수단이다. 깃털이 고와야 기회가 온다.
그렇다고 암컷이 몸단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컷들은 깃털을 애지중지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손질한다. 깃털이 훼손되면 예비 신랑 축에 끼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저수지 수면 위로 원앙 무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벌써 사랑의 열기로 가득하다. 암컷을 둘러싼 수컷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올해 태어난 새끼들은 덩달아 정신이 없다.

나무에도 원앙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화려한 원앙의 깃털이 울긋불긋 단풍처럼 물들어 보인다. 수면에 반영된 단풍은 거꾸로 뒤집어 놓은 하늘빛 같다.

물 가장자리에 숨어 있던 원앙. 사람의 방해를 받아 나오고 있다.
[%%IMAGE11%%] [%%IMAGE12%%] [%%IMAGE13%%] 10월 20일 원앙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 300여 마리에 이른다. 12월에 이곳 저수지가 얼면 남하했다가, 다시 번식지를 향해 올라오는 내년 3월에 만날 수 있게 된다. 북상과 남하 시기에 머무는 기간은 70~80일 정도다. 원앙의 먹이가 잡식성이라지만 상수리나무에 올라가 상수리 열매를 따 먹는 것은 처음 본다. 날개를 퍼덕이며 균형을 잡고 물갈퀴 발로 제법 나뭇가지를 잘 탄다.

[%%IMAGE14%%] [%%IMAGE15%%] [%%IMAGE16%%] 원앙은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자리를 뜨지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거나 접근하면 눈치를 살피고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피한다. 그러다 매우 놀라면 수면을 박차고 날거나 나무에서 내려와 수면 위로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이런 행동이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 되풀이된다.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사람들과 친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야생의 본능이 살아 있어 경계심이 매우 강하다.

[%%IMAGE17%%] [%%IMAGE18%%] [%%IMAGE19%%] [%%IMAGE20%%] 원앙은 개인의 지정석과 영역이 있고 무리를 나누어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도 평소에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장릉 저수지의 원앙은 이른 새벽부터 활발하게 활동한다. 오전 9시께 휴식에 들어가고 11시께 깃털 고르기, 오후 1시께에는 집단으로 목욕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IMAGE21%%] [%%IMAGE22%%] [%%IMAGE23%%] [%%IMAGE24%%] 물가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온종일 눈에 띄지 않는다 했더니 은밀하게 물 밖으로 걸어 나와 열매와 곤충, 애벌레 등을 섭취한다. 평화로운 저수지의 가을이 원앙과 함께 깊어간다. 새들은 서식지를 정할 때 환경적 요인과 기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밀하게 움직인다.

[%%IMAGE25%%] [%%IMAGE26%%] [%%IMAGE27%%] [%%IMAGE28%%] 그러나 사람의 눈에는 평범하게 보일 뿐이다. 자연을 인간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많은 새가 번식하고 월동하는 ‘정해진 자리’는 약속의 땅이다. 우리가 그 땅을 훼손시키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그 땅을 찾아올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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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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