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 등은 ‘인천 개 도살 사건’에 대한 2심 무죄 판결이 나온 28일 낮 서울 서초동 법원 앞 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제공
지난 6월 인천에서 개 30마리를 전기를 사용해 도살한 개농장주에 대해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에 대한 사법 학살”이라며 재판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28일 오전 11시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상주)는 인천 개농장주가 개를 전기도살해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동물보호법은 소유자가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며 “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은 ‘목을 매다는 등의 방식만큼의 고통 유발’이 확인되어야 하나 개를 전기로 도살하는 것이 그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가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재판을 참관한 동물보호단체들은 전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 등은 성명서에서 “이번 판결은 동물보호법이 없거나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법을 검찰과 판사가 무시하고 왜곡하여 벌어진 사법학살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동물의 죽음에 대해 인간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는 법원의 비겁한 인도주의와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전근대적 야만성 때문”이라며 “오늘 죽은 것은 동물보호법이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은 해외전시용일 뿐 국내에서는 휴짓조각만도 못하다는 것을 법원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을 규탄했다.
이어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 처벌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동물을 함부로 죽일 수 없으며, 예외적인 경우에 한 해 법이 정한 사유와 방법에 따라야 한다”며 “‘식용’ 목적이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가축들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죽이는 방법의 잔인성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어느 법령에도 ‘동물은 죽여도 된다’고 허용한 조항은 없다”며 재판부의 동물보호법 해석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들과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모임 피앤알 등은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5번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에 무죄를 받은 개 도살 판결은, 지난 6월 인천에서 개 30마리를 전기로 죽인 ‘전살법’에 대한 재판이다. 현재 식용견 도축장 대부분이 행하고 있는 도살 방법으로, 동물보호법 적용이 가능한지 선례로서 판결의 중요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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