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섭 고려대 교수가 22일 서울대 수의학과 건물에서 수의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헬스 관점에서 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개’ 특강을 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에서 변이된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3N2형)가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원헬스 관점에서 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개’ 특강을 한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동물바이러스학)는 “H3N2형을 처음 발견한 2006~2007년에는 사람에게 넘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2009년 신종플루 이후 바이러스 재조합이 일어나면서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H3N2형 개 인플루엔자는 2006년 송 교수가 경기 김포 개농장에서 처음 발견했다. 당시 호흡곤란과 열, 콧물 등 폐렴 증상을 보인 뒤 죽어나간 개들한테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2004년 미국에서 발견된 개 인플루엔자 H3N8형과는 달랐다. 말에서 개로 전파된 H3N8형과 달리, H3N2형은 유전자 분석을 해보니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개농장에선 양계장에서 폐사한 닭을 먹이로 줬다.
송 교수는 특히 2012년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 하나가 H3N2형 유전자 하나와 재조합되면서 교체된 것에 주목한다. 8개의 유전자 조각(RNA)으로 나뉘어 있는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판단이다.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조류, 개를 거쳐 변이되면서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또 지난해 10월 서울지역 수의사 40명을 대상으로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가운데 3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개와 접촉이 빈번한 수의사에게 위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예비 조사를 한 것”이라며 “감염이 된다고 다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전국 수의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H3N2형 개 인플루엔자는 공기나 직접 접촉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미 서부지역에서는 한국의 개농장에서 시카고로 입양된 개를 시작으로 수천마리 개들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적도 있다. 고양이도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치사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전용 치료제는 없지만 백신이 개발돼 일반 가정의 반려견들은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을 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수분, 영양 공급을 적절히 해주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식용견 농장의 육견들이다. 2007년 조사를 보면 반려견은 421마리 중 0.5%인 2마리만 감염된 반면, 육견은 7개 농장 326마리 중 43%가 감염됐다. 송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 자체만으로는 치사율이 10% 이하인데 2차 세균에 감염되면 50% 이상 올라간다”며 “백신 가격이 비싸 농가에서 일일이 백신을 맞히기 어려운 만큼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송대섭 고려대 교수가 22일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건물에서 수의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헬스 관점에서 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개’ 특강을 하고 있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동물바이러스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