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래오래 동물영양학 클리닉에서 이곳 원장이자 한국펫푸드테라피협회 회장인 양바롬 수의사를 만났다.
“당뇨가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자기 똥을 먹는 식분증이 있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보호자가 아이의 혈당수치를 조절해야 하니 음식량을 조절하면서 음식을 너무 조금 줬어요. 아이는 배가 고프니까 자기 똥을 먹은 거고요. 당뇨니까 같은 양을 먹어도 배가 부르게 느껴지도록 탄수화물을 적게 쓰고 단백질을 늘려줬어요. 식이섬유가 들어있는 식재료를 처방하고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래오래 동물영양학클리닉에서 만난 이 병원장 양바롬 수의사(32)는 음식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을 한다. 국내 수의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 수의과대학에서 수의푸드테라피스트 자격증(CVFT)을 취득했다. 국내에서는 두 번째라고 한다. 한국펫푸드테라피협회를 만들어 동물 맞춤형 영양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양 수의사를 찾아오는 이들은, 아이 몸이 아파서 사료 대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이려고 조리법을 물으러 오는 보호자, 사료를 먹이고 있는데 아이에게 맞는 사료인지 궁금한 보호자, 먹여도 되는 영양제인지 검사받는 보호자 등 다양하다.
양 수의사가 말하는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는 사람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즘은 질병에 맞춰 각각의 사료가 나오는데 그것을 기본으로 한다. 당뇨면 간식을 끊고 당뇨용 처방식 사료를 주는 식이다. 소화를 잘 시키게 하려면 소화효소를 먹이거나 유산균을 먹인다. 종양이 있는 아이에게는 오메가 3과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 면역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신경 쓴다.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에게는 최대한 재료를 잘게 잘라서 주고 조리 형태를 소화하기 쉽게 달리한다.
특히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 다 다를 수 있으니 일반 동물병원을 거쳐 반려동물의 혈액검사결과, 기본건강검진결과 보고서를 가져와야 하고 음식 알레르기 유무, 아이의 행동 습관 등을 양 수의사와 문진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사람의 식단관리와 비슷하지만, 사람이 먹는 것을 주어서는 안 된다. 양도 문제지만 사람의 약은 고용량으로 나오는 데다 캡슐 알약에 쓰인 미량의 성분은 표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그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개나 고양이에게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수의사는 “아이의 상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처방해야 정확하다”라며 질병에 따른 처방을 조심스러워했다. 예를 들어 5㎏인 몰티즈라도 중성화를 했는지, 질병 유무, 평소 활동량 등을 다 파악해야 정확한 음식 처방이 가능하다. 만약 중성화를 했고 보통 체형이라면 하루 350㎉의 열량을 섭취하면 된다.
동시에 “모두가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간식으로 입맛을 버리지 말고 비만을 막자는 것이다. 보통 간식에는 칼로리가 적혀있지 않다. 칼로리가 쓰여 있는 간식을 주면서 간식은 먹어야 하는 음식 칼로리의 10%를 넘기지 말아야 밥을 잘 먹는다”라고 조언했다.
양 수의사는 만약 사료 아닌 자연식을 준다면, 맛, 균형, 안전 3가지를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인수공통질병 우려도 있어 안전을 위해서 생식보다는 화식(불에 익힌 요리)을 권한다.
“아이마다 화식에 대한 반응이 다 달라요. 1~2주 치를 만들어뒀다가 데워주기만 해도 잘 먹는 아이가 있고,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은 절대 안 먹는 아이도 있죠. 같은 음식을 두끼 이상 안 먹는 아이도 있으니 아이 기호에 맞게 요리해주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양 수의사는 수제 사료나 수제 간식을 만드는 보호자들이 많아지는데 보호자 스스로 기본 영양소, 칼로리 구하는 법, 강아지의 연령별로 음식 잘 먹이는 법, 아이 몸 상태에 따라 요구되는 영양소 정보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자연식을 먹다가 사료를 먹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 수의사는 “주중에는 맞춤형 사료를 주고 주말에는 특식을 주는 식으로 입맛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춰서 건강 관리를 해달라”라고 말했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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