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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행복한 개 무명이가 배운 ‘신사의 품격’

등록 2017-12-04 09:00수정 2018-02-05 16:44

[애니멀피플] 전찬한의 개이득 수업
사람 좋아해 애정 표현 적극적인
9개월된 래브라도 리트리버 무명이

“가장 행복한 개는 피곤한 개”
반려인과 평온한 일상 보내려면
많이 놀아주고 호기심 해소해줘야
래브라도 리트리버 무명이가 보호자 김혜진씨의 “기다려” 손신호에 따라 간식 먹기 훈련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래브라도 리트리버 무명이가 보호자 김혜진씨의 “기다려” 손신호에 따라 간식 먹기 훈련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람 10명이 지나가면 2~3명에게는 반갑다고 달려가요. 그러면 제가 목줄을 끌어당겨 막아요.”

“아직 그런 나이예요. 사람마다 ‘보디랭귀지’가 다르다 보니 (정작 사람들은 모르는) 어떤 특징을 개는 귀신같이 잡아내요. 반갑다고 알은척하는 거지 공격하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불쾌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개의 눈높이에서 보고 개가 반응할 것 같으면 보호자가 먼저 움직이세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리온 동물병원 교육실, 9개월 된 수컷 래브라도리트리버 ‘무명이’ 보호자 정기영(50)씨가 전찬한 이리온 동물병원 교육 이사이자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훈련 전임교수에게 물었다.

정씨와 아내 김혜진(42)씨에게 반려견 무명이는 귀한 존재이다. 도덕경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이름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한 가르침을 따라 개의 이름은 무명이가 되었다. 그만큼 무명이는 반려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행복한 개다. 하지만 부부는 무명이를 “사랑만으로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어 무명이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해” 그리고 “무명이 스스로 사랑받으려면 적절한 예절을 갖춰야 하니까” 전 이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더욱이 개물림 사고나 대형견 입마개 강제착용 논란 등 개와 반려인을 위한 사회화 교육이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다.

무명이는 전 이사와의 이전 수업에서 ‘앉아, 엎드려, 기다려’ 등의 기본적인 소통은 어느 정도 학습한 상태였다. 하지만 모든 개는 복습을 하지 않으면 완전해지지 않는다. 계속 가르쳐야 한다. 체중 23㎏으로 몸은 다 자랐지만, 생후 9개월이면 사람 나이로 13~14살이다. 한시도 가만있지 않을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 무명이도 청소년 시기를 무사히 지나야만 의젓한 어른이 된다.

무명이가 사람에게 달려들듯, 개가 대상을 공격하는 이유는 10가지 정도 된다고 한다. 애초에 대상을 지배하고자 하는 개들은 다른 개의 다리를 물고 목덜미를 물고 몰이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운팅 행위(교미하는 자세)도 공격성의 한 표현이다. 그 외에도 겁이 나 두려울 때, 그 대상을 소유하고 싶을 때, 자신의 영역을 방어할 때, 몸의 통증을 느낄 때, 기존에 공격하던 대상을 바꿀 때, 모성본능 또는 포식성 등 다양하다.

하지만 무명이 나이대의 개가 사람에게 달려들어 마치 공격해 오는 느낌을 준다면 그 이유는 대부분 ‘놀고 싶어서’일 확률이 높다. 무명이처럼 큰 개가 사람이 좋아서 놀자고 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 이사는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라고 답했다. 에너지가 많은, 몸집이 큰 개를 키우는 보호자들은 “개와의 미래를 평온하게 하기 위한 적금을 들기 위해” 산책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는 의미였다.

“강아지가 놀자고 보챌 때만 놀아주면 계속 놀아달라고 보챕니다. 보채야 놀아준다는 것을 학습한 거죠. 그 전에 충분히 놀아주십시오. 날씨가 춥다고 집 안에만 있으면 물건에 화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추위가 걱정되면 나가 놀 때 옷을 입혀도 됩니다. 놀이가 끝나고 개가 5분 안에 잠이 들면 적절한 운동을 한 것이고, 그래도 활발히 돌아다닌다면 아직 산책이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큰 개는 작은 개보다 행동 범위가 넓기 때문에 보호자가 좀 더 주위를 배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큰 개나 작은 개나 함께 사는 방법은 같은데 큰 개의 행동 범위가 넓고 파급력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먼저 산책할 때, 보호자가 개에게 끌려가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보호자와 눈을 맞추며 걷는 법을 학습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산책하는 길이 항상 똑같으면 개들이 지루해할 수 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섞인 곳을 걷는 것이 좋다. 함께 뛰고 공놀이도 섞어가면서 해야 개가 무료해하지 않고 보호자보다 앞서서 걷지 않는다. 단, 산책에 익숙하지 않은 강아지, 두려움이 있는 개는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나 계단을 내려갈 때도 보호자가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개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문이 열리고 사람과 마주했을 때 개의 위치는 문에서 떨어져서 상대방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비켜서 있는 것이 좋다. 만약 다른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도 좋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개를 키우는 김혜진씨가 25일 서울 강남구 이리온 동물병원에서 훈련사 전찬한씨에게 흥분을 가라앉히는 법 등을 배우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래브라도 리트리버 개를 키우는 김혜진씨가 25일 서울 강남구 이리온 동물병원에서 훈련사 전찬한씨에게 흥분을 가라앉히는 법 등을 배우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계단을 내려갈 때 너무 앞서서 내려간다면 계단 내려가기 전, 계단 중간, 계단 끝나고 잠시 쉬면서 개를 안정시키는 것도 사고 없이 계단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전 이사는 “개들은 자기도 계단을 내려가는 게 부담 되면 그곳에서 빨리 벗어나려 후다닥 달리는 수가 있다. 이때 자칫 잘못하면 함께 구를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길을 걷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사람이나 다른 개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나 다른 개의 보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잠시 멈추는 것도 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수업 초반, 방 안을 탐색하느라 집중하지 못하던 무명이는 장난감을 던져주자 잠시 스트레스를 풀면서 한 시간의 수업을 견뎠다. 보호자인 김씨가 손을 쫙 펴고 “기다려”라고 말하며 간식 먹기 훈련을 하자, 무명이는 길게 누워 오른쪽 왼쪽으로 구르며 간식을 받아먹느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김씨는 “한국은 개를 위한 사회화 교육 기관이 너무 부족하다”며 “개가 크다고 모두 난폭한 것은 아니다. 모든 큰 개가 맹견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개 종류마다 특성이 다르다는 시각을 갖고 반려인과 반려견을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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