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농장 우리 안에 개들이 갇혀있다. 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대 수의대가 실험동물 생산업체가 아닌 일반 개 농장에서 도사견을 구매해 실험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 실험동물윤리위원회가 실험동물 생산업체를 통해 실험견을 받아 실험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담당 교수는 법에 저촉되지 않으니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주장했고, 윤리위원들은 심의를 통과시켰다.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서울대 수의대 실험용 도사견 출처’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 여부’ 등을 문의한 결과 이런 답변을 받았다고 5일 공개했다.
지난달 28일 작성된 농림축산검역본부 답변을 보면 “도사견에 대한 실험은 과배란 처리에 의한 개 복제를 목적인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연구수행 과제”로 “서울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심의 절차에 따라 수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과배란은 사람과 달리 배란이 불규칙하거나 계절 번식이 많은 동물에게 배란을 유도할 수 있도록 호르몬을 투여하는 실험으로 동물복제 때 쓰인다. 그 과정에서 동물은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실험동물윤리위 심의 대상이 된다. 이병천 교수는 세계 최초 복제견인 스너피를 최근 다시 복제해 재복제견을 만드는 등 동물복제로 유명한 학자이다.
도사견을 이용한 실험에 대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여러 차례 반려했다. “실험계획서에 해당 도사견이 등록된 실험동물 납품업체가 아닌 일반농장에서 생산된 도사견으로 확인되어 (윤리위가) 수차례 심의를 반려”했다.
하지만 연구자인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책임지겠다며 농가로부터 반입해 사용하는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연구자는 등록된 실험동물 납품업체로부터 사용할 수 있는 비글견이 과배란에 어려움을 갖고 있고 몸집이 작아, 적정한 대상 동물(도사견)의 구입이 가능한 사육농가를 선정해 구매 결정을 피력”했다고 적었다. 또 “농가에서 도사견을 반입해 사용하는 데 대한 책임은 연구자가 갖겠다고 하여 위원회의 승인 후 반입(을) 확인”이라고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 이광희 연구관은 5일 “실험동물 생산업체에서 생산되는 비글견은 1마리에 1천만원이나 하고 배란이 잘 안된다. 많은 양의 난자를 원하다 보니, 쉽게 다수의 양을 얻을 수 있는 덩치 큰 동물을 얻기 위해 정상적으로 등록된 개 사육농가로부터 장기간 납품받은 것”이라며 “연구자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은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니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한 것 같다.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위원회에서는 막을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으로는 이런 행위를 규제하기 어렵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해당 동물 종의 사용은 동물보호법 제24조(동물실험의 금지 등),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동물실험 금지 동물)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3조(동물실험금지의 적용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현행법으로는 규제하기 어렵다”라며 “동물실험윤리의 심의 절차와 승인 결정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6월 시행 예정인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연구자가 실험동물 공급자로부터 동물을 공급받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하지만 그 적용대상이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개발’ 등으로 한정돼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동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적용대상에 대학이나 교육기관이 빠져있다. 서울대에서 개농장에서 사들인 개를 실험용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철회하지 않으면 서울대에서 생산한 논문이 국제적 학술지에 등록되어도 되는지 그 윤리성을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왜 승인해줬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니멀피플’은 5일 오전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게 연락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장인 박재학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왜 개농장에서 구입하느냐고 질문하자 이 교수가 20kg넘는 개에게서 난자를 채취해야 하는데 등록된 공급업체 중에는 그런 개가 없다고 해 승인했다. 목적에 따라 번식된 동물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게 옳은데, 현행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으니 법 개정이 가장 필요하다. 서울대는 동물공급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학장은 “절차를 지켰다고 해도 그것은 최소한의 것만 지킨 것이다. 수의과대학이라면 동물을 존중하고 생명을 치료하는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개선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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