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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고양이 초코의 ‘특별한 가족’

등록 2020-08-04 15:24수정 2020-08-10 17:23

[애니멀피플] ‘귀엽지 않아’ 3회
고양이 3남매의 막내, 뇌성마비 앓는 초코
서고운나래씨 가족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반려
서고운나래씨와 초코
서고운나래씨와 초코
사람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기르는 ‘애완동물’ 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반려동물=귀엽다’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곤 한다. 그 공식이 어긋나면 혼란스러워 하고 ‘피치 못한 선택’이라며 생명을 내다버리기도 한다. 그들도 병이 들고 늙기도 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인데 말이다. ‘애완’의 의미를 벗어나 진정한 ‘반려’의 의미를 찾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특별한 가족들을 소개한다.

같은 ‘고등어과’로서 ‘부자 케미’를 자랑하는 첫째 레오와 막내 초코. 도도한 성격의 둘째 치즈. 그리고 행복한 미소로 이들을 바라보는 결혼 3년 차 부부. 유튜브 <오캣TV>를 보면 집사부부와 반려묘들의 행복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난 24일 고양이 삼 남매 엄마 서고운나래씨를 안양시 자택에서 만나 고양이 집사의 삶을 들을 수 있었다.

2015년부터 레오, 치즈와 함께 살던 고운나래씨는 결혼 후 셋째 초코를 데려왔다. 건강한 두 아이들과 달리 막내 초코는 조금 특별하다.

-원래 셋째 계획이 있으셔서 초코를 데려오신 건가요?

“저희가 이사를 예정하고 있어서 남편이랑 셋째 계획은 잠정적으로만 있었어요. 그러다 (초코를) 계획보다 빨리 데려왔죠. 처음 (뇌성마비를 앓는) 초코를 봤을 때 굉장히 안타깝다고 생각했죠. 그런 이유만으로 데려오는 건 초코한테도 구조자분에게도 예의가 아니라서 넘어갔는데…. 계속 아이의 모습이 뇌리에 남고 기억나는 거예요.”

입양 직후 초코. 코와 발바닥이 모두 분홍색이다. 서고운나래씨 제공
입양 직후 초코. 코와 발바닥이 모두 분홍색이다. 서고운나래씨 제공
-어떤 모습이요?

“동배 형제들이랑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초코가 동배 형제들의 절반만 해요. 뭘 먹거나 하려 해도 형제들한테 밀리고, 밥 먹을 때도 길에서 앉아서 먹으니까 잘 못 먹고… 털도 바닥에 다 쓸려서 수염이 다 잘려져 있었어요.”

초코는 대뇌 수축이 유발된 뇌성마비를 앓고 있어 제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 2019년 7월 충북 제천에서 구조된 초코는 여러 병원에서 검사 끝에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을 블로그로 지켜보던 고운나래씨는 입양을 결심하고 같은 달 29일 초코를 데리고 왔다.

-초코는 주로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가장 두드러지는 건 걸을 때 흔들리는 거죠. 초코는 걷는 건 고사하고 서 있을 때도 엄청 흔들려요. 한 발짝 걷는 것도 힘들어서 파닥파닥하면서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이에요.

올해 초부터 초코는 뇌성마비의 또 다른 증상으로 발작을 시작했다.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몸이 팍 튀어 오르면서 뒤틀렸다. 주로 새벽 시간대에 5분 정도 발작이 지속됐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고운나래씨는 초코의 발작 영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발작 증상을 잠재울 수 있는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이후로 5일 간격이던 발작 주기는 3주 정도로 완화되었다. 이후 하루 두 번 약을 복용하며 더 이상 발작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약을 멈추면 금세 증상이 올라온다고 한다.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서고운나래씨는 1년 동안 초코가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영상으로 기록했다. 오캣tv 유튜브 갈무리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서고운나래씨는 1년 동안 초코가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영상으로 기록했다. 오캣tv 유튜브 갈무리
-발작을 하면 따로 처치를 해주시나요?

“아이가 그런 증상을 보일 때는 몸이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굳는 게 아니라 막 튀거든요. 어느 방향으로 튈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잡고 있는 게 더 위험할 것 같아서 진정될 때까지 지켜봤다가 쓰다듬어 주고 (경직된 부분을) 풀어줘요.”

_______
맞춤 식탁, 맞춤 훈련…

자주 넘어지는 초코를 위해 바닥에는 항상 카펫이나 폭신한 이불이 깔려 있다. 시중의 고양이 화장실은 턱이 높아 초코는 들어가기가 힘들다. 최대한 낮은 턱의 화장실을 써도 화장실 안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 식사는 초코 전용 맞춤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먹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네. 초코가 다행히 가리는 음식이 없이 잘 먹더라고요. 먹는 거는 워낙 잘 먹어서 걱정이 없는데 대신 먹는 데 몸이 좌우로 흔들려서 특별히 맞춤 제작한 식탁을 써요.”

초코를 위한 맞춤 식탁. 좌우로 몸이 흔들리는 것을 붙잡아 준다.
초코를 위한 맞춤 식탁. 좌우로 몸이 흔들리는 것을 붙잡아 준다.
-초코를 위한 맞춤 식탁의 발상은 어디서 얻으셨어요?

“‘몸이 옆으로 흔들리는 걸 잡아주면 훨씬 편하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독서실 느낌으로 스케치를 해 봤어요. 시판으로 나오는 것이 있나 찾아봤고요. 비슷한 용도의 식탁을 만들어준 공방이 있던데 부산이라 너무 멀었어요. 아이가 크면서 식탁을 다시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 사용하면서 보완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그냥 집 근처 공방에 제작을 맡겼어요.”

걷기 훈련의 성과로 소파에 몸을 기대 걸을 수 있게 된 초코
걷기 훈련의 성과로 소파에 몸을 기대 걸을 수 있게 된 초코
-초코가 걷기 훈련을 한다던데. 어떤 방식으로 하는 건가요?

“벽이나 소파를 따라 걷는 연습을 했어요. 그건 이제 잘 하고요. 그냥 걷는 건 낚싯대 장난감을 이용해서 해요. 사람이 서서 다리 사이에 초코를 끼우고, 맞은편에서 낚싯대를 흔드는 식으로. 초코랑 함께 사람이 조금씩 앞으로 걸으면서 걷는 연습을 하는 거죠. 그러면 좌우로 안 넘어지면서 잘 서 있어요.”

-가족들의 도움으로 초코가 많이 나아졌나요?

“그래도 저희 집에 와서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몸 중심을 못 잡아서) 물도 못 먹고 밥그릇을 다 엎었어요. 지금은 팔굽혀펴기 자세로 먹어요. 걸어서 이동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도 보여요.”

고양이들은 이제 일상의 한 풍경이 되었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치즈, 레오, 초코. 서고운나래씨 제공
고양이들은 이제 일상의 한 풍경이 되었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치즈, 레오, 초코. 서고운나래씨 제공
-주변에 뇌성마비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어떤가요?

“너무 힘들지 않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긴 해요. 하지만 생각보다 평범한 생활이에요. 손이 한 번 더 가고,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맞아요. 그래도 다른 아이들처럼 놀고, 먹고, 자고, 쉬고 하는 것들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고,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오묘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고운나래씨의 말처럼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고,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생활. 이런 생활을 함께 할 수 있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야말로 ‘애완’ 이 아닌 ‘반려’ 동물과 같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생긴다.

이성희 교육연수생 grandprix2018@naver.com
이주연 교육연수생 1025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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