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관상어 도입 뒤 유출돼 대서양·카리브 해·지중해 침입종 악명 느리지만 끈질기게 추격해 ‘꿀꺽’ 전략, 수조 실험서 61% 성공률 산호초에선 매복, 열린 곳에선 ‘거북이 경주’ 전략이 침입종 비결
인도-태평양 원산이지만 대서양과 카리브 해, 지중해로 확산해 산호초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큰 문제가 되는 점쏠배감펭. 느린 속도로 끈질기게 추격하는 사냥 비결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독침을 숨긴 길고 화려한 지느러미의 쏠배감펭은 다이버에게 인기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세계적인 침입종으로 악명을 떨친다. 우리나라 남해를 비롯해 태평양과 인도양에 분포하는 이 포식자 물고기는 관상용으로 북미에 도입된 뒤 1980년대 플로리다에서 풀려나면서 대서양 서부, 카리브 해, 지중해 동부는 물론 브라질까지 번져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쏠배감펭은 독 가시 때문에 사람들이 식용을 꺼리고 포식자가 없는 데다 산호초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침입종으로 자리 잡았다. 동작이 느리고 현란한 무늬가 눈에 잘 띄는 이 물고기가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이유는 뭘까.
쏠배감펭은 독침이 있어 포식자가 없고 탐식성인 데다 매달 번식을 해 빠른 속도로 불어난다. 다이버가 작살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퇴치 방법으로 꼽힌다. 픽사베이 제공.
산호초의 복잡한 윤곽과 색깔에 쏠배감펭의 무늬가 녹아들어 매복한 뒤 가까운 거리에 온 먹이를 물과 함께 큰 입으로 빨아들여 삼키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설명이 유력했다. 그렇지만 산호초가 아닌 열린 공간에서도 매우 뛰어난 포식 능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애슐리 피터슨 등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연구자들은 수조 실험을 통해 “속도가 느린 쏠배감펭이 빠른 먹이를 사냥하는 비결은 끈질긴 추격 전략”이라고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아주 넓고 구석에 몰 수 없는 둥근 형태의 수조에 점쏠배감펭과 먹이 물고기인 자리돔을 한 마리씩 넣고 이들의 이동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분석했다. 쏠배감펭은 매복할 곳도 없고 자리돔은 2배나 빠른 속도로 헤엄쳤지만 23번의 실험 가운데 14번 먹이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또 먹이가 9㎝ 이하의 거리로 접근해 최후의 일격을 가했을 때 성공률은 74%에 이르렀다.
쏠배감펭은 먹이를 향해 끊임없이 머리의 방향을 돌리며 느리지만 쉬지 않고 접근했다. 자리돔은 속도는 빨랐지만 변화가 컸고 잠깐의 방심이나 진이 빠져 포식자에게 거리를 주었을 때 치명적인 공격을 당했다.
이런 추격 방식은 매나 박쥐가 먹이가 진행하는 방향을 예측해 빠른 속도로 진행경로를 가로막는 방식과는 달랐다. 그런 빠른 속도를 낼 수 없는 쏠배감펭은 매 순간 먹이 쪽으로 머리를 돌리며 쉬지 않고 방향을 바꾸어 추격을 이어가는 전략을 폈다.
정면에서 본 점쏠배감펭. 비대한 가슴지느러미에는 독액을 주입하는 독침이 달려 있다. 젠스 피터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쏠배감펭이 빠른 먹이를 사냥하는 비결은 토끼와 거북의 경주에서처럼 느리지만 끈질긴 쪽이 이긴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것이 침입종으로 기세를 떨치는 한 이유”라고 밝혔다. 또 “이런 추격 방식이 야생에서도 먹히는지 규명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2.108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