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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물고기 씨 말랐다고 치어 방류는 부작용만…생태계 조성이 답

등록 2023-03-06 11:27수정 2023-03-06 21:29

[애니멀피플]
호수 20곳 장기연구, “어종 아닌 생태계 차원 관리를”
‘산란·양육장 구실’ 연안 얕은 곳 늘리니 어류 늘어나
물고기가 사라지면 흔히 인공증식한 치어를 방류하는 것이 상식적인 방법이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산 좌광천에서 시 직원들이 증식한 어린 은어를 방류하는 모습. 연합뉴스
물고기가 사라지면 흔히 인공증식한 치어를 방류하는 것이 상식적인 방법이지만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산 좌광천에서 시 직원들이 증식한 어린 은어를 방류하는 모습. 연합뉴스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강이나 호수에서 물고기의 씨가 마르면 줄어든 어종을 인공증식해 새끼를 대량으로 방류하곤 한다. 일반인이나 수산당국이 늘 채택하는 상식적인 대응이지만, 물고기 방류가 어족자원을 늘리는 데는 효과가 없다는 대규모 실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라이프니츠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는 호수 20곳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다양한 조건으로 실험해 “어류 보전과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어류의 단일종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호수에서 벌인 다양한 현장. 실험 왼쪽부터 연안에 얕은 구역 확장, 목재 어초 투입, 전통적인 어류 방류. 요하네스 래딩어 외 (2023) ‘사이언스’ 제공.
호수에서 벌인 다양한 현장. 실험 왼쪽부터 연안에 얕은 구역 확장, 목재 어초 투입, 전통적인 어류 방류. 요하네스 래딩어 외 (2023) ‘사이언스’ 제공.

연구자들은 평균 7㏊ 면적의 호수 4곳에는 포식자와 먹이 종을 포함한 5종의 물고기를 ㏊당 97㎏씩 이식했다. 다른 8곳에는 일종의 어초인 나무로 만든 성긴 구조물을 투입했고, 이 가운데 4곳에는 연안에 얕은 구역을 넓히는 공사를 병행했다. 호수 8곳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는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자들은 실험이 이뤄진 니더작센 주 낚시인 협회의 도움을 얻어 실험 개시 2년 전과 실험 뒤 4년 등 모두 6년에 걸쳐 이들 호수에서 포획 모두 15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를 기록해 분석했다.

호수의 얕은 곳을 늘리기 위한 공사. 얕은 수역은 물고기가 알을 낳고 어린 물고기가 포식자를 피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토마스 클레포트 제공.
호수의 얕은 곳을 늘리기 위한 공사. 얕은 수역은 물고기가 알을 낳고 어린 물고기가 포식자를 피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토마스 클레포트 제공.

그 결과 물고기가 가장 많이 늘어난 호수는 연안에 얕은 구역을 넓힌 곳으로, 연안 면적이 12.5% 늘었는데 물고기는 2.71배 늘었다. 얕은 연안은 물고기가 알을 낳고 어린 고기가 자라는 곳이며 먹이터와 포식자로부터 피난처 구실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특히 어린 물고기는 5배 이상 늘었다. 얕은 수역이 늘어난 혜택을 가장 크게 본 물고기는 유럽에 흔한 잉어과 어종인 로치였다.

나무로 만든 어초는 호수 연안의 21%에 뿌렸는데 그 자체만으로는 물고기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논문은 “어초가 유럽농어 등 포식자를 늘렸지만 이는 다른 물고기에게 ‘생태계 덫’으로 작용했다”고 적었다.

나무로 만든 구조물을 투입하자 포식 어종인 유럽농어는 늘어났지만 전체적인 물고기는 늘지 않았다. 플로리안 묄러스 제공.
나무로 만든 구조물을 투입하자 포식 어종인 유럽농어는 늘어났지만 전체적인 물고기는 늘지 않았다. 플로리안 묄러스 제공.

물고기 이식은 전혀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일부 호수에서는 물고기가 줄어들기도 했다. 물고기가 숨을 곳을 늘리지 않고 방류만 하면 먹이와 서식지를 둘러싼 경쟁을 격화시킨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풀어놓은 물고기가 고스란히 잡히거나, 호수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한 형질의 인공증식 어류가 야생 어류를 대체하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주 저자인 요하네스 래딩어 이 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로 핵심적인 생태과정과 서식지를 복원하는 생태계 기반 관리방법이 종에 초점을 맞춘 대책보다는 어종과 어족자원을 회복하는데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df089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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