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현장/도살장 가는 길 지킨 활동가들
동물해방물결 ‘소 살리기 펀딩’ 통해 소 6마리 구조
구조 일정 못 맞춘 9마리의 소는 결국 도살장으로
동물해방물결 ‘소 살리기 펀딩’ 통해 소 6마리 구조
구조 일정 못 맞춘 9마리의 소는 결국 도살장으로
동물해방물결의 ‘인천 소 구하기’ 프로젝트에서 구조 대상이 됐다가 목장에 남겨진 9마리의 소가 지난 10일 도살장으로 향하는 트럭에 실려 바깥을 보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 애니멀피플 카카오뷰 구독하기(모바일용) https://bit.ly/3Ae7Mfn 작별 인사는 이른 새벽 시작됐다. 지난 10일 새벽 5시 인천시 계양산 둘레길 인근 주차장에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아직 어두컴컴한 숲길 입구에 모인 이들은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도살장으로 실려 가게 될 9마리의 소들을 배웅하기로 했다.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솔밭길을 10여 분 올라가자 소들의 모습이 보였다. 허름한 축사는 고즈넉한 숲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_______
소 15마리 구조에 나서게 된 사연 이날의 운명을 알 리 없는 소들은 사람이 나타나자 울타리 주변에 모여들었다. 양 귀끝과 코에만 까만 점이 있는 새하얀 소가 제일 먼저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름이 ‘달래’라고 했다. “아는 척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은 것 같기도 해요.” 확실한 건 소들을 처음 만난 지난 6개월 전보다는 서로 더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10일 새벽 동해물 이지연 대표가 축사로 들어오자 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섬진강 범람 이튿날인 지난해 8월9일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의 한 건물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연합뉴스
봄동·엉겅퀴…들풀의 이름을 가진 소들 “작년 구례 수해 때 소들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물살을 피해 소들이 지붕에 올라가고, 섬으로 헤엄쳐 갔고, 산사로 피신했었잖아요. 그렇게 어렵사리 살아남은 소들이 결국 도살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뒤늦게 ‘우리가 한 명이라도 데려왔었더라면 어땠을까’ 안타까웠어요. 생추어리가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관련기사: ‘지붕 위 그 소’는 어떻게 됐을까)
7일 임시보호처인 강원도 인제군 한 목장에 도착한 ‘메밀’과 ‘머위’가 물을 마시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유난히 붙어 다니는 두 녀석에게는 엉이와 겅퀴란 이름이 붙여졌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누구를 구하고, 누구를 남길 것인가 8월3일 고심 끝에 강원도 인제군의 임시보호처로 갈 소들이 정해졌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축사의 형태가 기준이 됐다. 세 칸으로 나뉜 축사 중 출입구로의 이동이 가장 수월한 왼쪽 칸의 5마리를 보내기로 한 것. 그리고 왼쪽 칸과 중간 칸의 가림막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왼쪽으로 넘어온 한 마리가 포함됐다. ‘막차’를 탄 소는 엉이였다. 그렇게 머위, 메밀, 미나리, 부들, 창포, 엉이는 7일 새 삶을 찾아 인제로 떠났다.
도살장 차량이 도착하기 전 활동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소들과 인사를 나눴다.
10일 오전 7시 ㄱ목장에 남은 소 9마리가 도살장으로 가는 트럭으로 옮겨지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한 명의 이름이라도 기억해주길” 오전 7시 9마리의 소가 전원 트럭에 올랐다. 활동가들은 소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차량 가까이로 모여들었다. 차에 시동이 걸렸다. “달래, 겅퀴, 꽃다지, 둥굴레, 들콩, 박하, 백도라지, 봄동, 완두야! 잘 가. 미안해.” 한승희 활동가의 호명을 마지막으로 차는 도살장으로 출발했다. 그는 그간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지금은 이름 붙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오늘 떠난 9명의 존재와 죽음을 단 한 명이라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한승희 활동가(왼쪽 두번째)의 호명을 마지막으로 차는 도살장으로 출발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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