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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100만 마리 밀집 사육, 얼음물 도살해 ‘수출’…“잔혹한 계획”

등록 2023-03-17 11:14수정 2023-03-18 10:24

[애니멀피플]
스페인 회사, 카나리아 제도서 세계 첫 상업양식 세부계획 드러나
㎡당 15마리 밀집, 24시간 조명, 얼음물 도살은 “동물 학대”
한국 등이 주 수요처…세계적 소비 증가로 양식 시도 이어져
카나리아 제도에서 세계 첫 상업양식을 추진하고 있는 대문어. 외톨이 포식자로 지능이 뛰어나고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지각 있는 동물’이다. 앨버트 코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카나리아 제도에서 세계 첫 상업양식을 추진하고 있는 대문어. 외톨이 포식자로 지능이 뛰어나고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지각 있는 동물’이다. 앨버트 코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세계에서 처음으로 육상 수조에서 문어를 대량 양식하려는 사업의 세부계획을 동물단체가 폭로하면서 문어양식이 초래할 동물복지와 환경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동물을 위한 유로그룹’과 ‘세계 농장 컴패션’은 17일 스페인 다국적 수산회사인 누에바 페스카노바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 설립할 문어양식의 세부계획을 입수했다며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상업적 문어양식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의 보도자료폭로 보고서를 보면, 카나리아 제도 라스팔마스 항구의 2층 건물 형태로 건설될 양식장은 문어의 성장 단계별로 수십∼수백 개로 구성되는 4종의 수조로 이뤄지며 연간 3000t(100만 마리 상당)을 생산할 예정이다.

카나리아 제도 수산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이 계획에서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밀집 사육과 얼음물을 이용한 도살 방법이다.

사육장은 1㎡에 문어 성체 10∼15마리를 기르게 돼 있다. 이 단체는 “비좁고 단조로운 수조환경은 자연에서 외톨이 포식자로 영역을 중시하는 문어에게 학대가 될 것이며 과도한 공격성과 동종포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업자의 계획 문서에도 문어의 예상 사망률은 10∼15%에 이를 것으로 나와 있다.

수조는 문어의 번식을 촉진하기 위해 산란계 축사처럼 24시간 불을 밝히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 또한 문어의 스트레스를 높일 것으로 지적됐다. 문어는 자연 상태에서 낮 동안 굴이나 바위틈 같은 어두운 곳에 살며 밤에 주로 활동한다.

세계적으로 문어 수요가 늘면서 양식 시도가 이어진다. 세계 첫 양식사업의 세부계획이 밝혀졌다. 부화 직전 대문어 수정란의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세계적으로 문어 수요가 늘면서 양식 시도가 이어진다. 세계 첫 양식사업의 세부계획이 밝혀졌다. 부화 직전 대문어 수정란의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무엇보다 양식한 문어를 죽이는 방법이 잔인하다는 논란이 인다. 계획서에는 3㎏까지 자란 문어를 영하 3도∼0도의 얼음물이 담긴 500ℓ 수조에 담가 죽이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단체는 “이 도살 방법은 매우 혐오스럽고 비인도적이며 과학적으로도 상당한 고통과 공포를 일으키며 죽음까지의 시간을 길게 만든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어류에서도 이런 도살법의 문제가 드러나 유럽연합 차원에서 금지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단체는 밝혔다.

이 밖에 문어의 먹이로 제공되는 어분과 물고기 기름을 포함하는 사료를 위해 다량의 어류를 잡는 문제와 육상 양식장에서 배출되는 폐수, 질병 등에 의한 문어 대량폐사, 항생제 사용 등의 환경문제도 제기됐다.

누에바 페스카노바 사는 영국 매체 <비비시(BBC)>에 보낸 해명자료에서 “우리 양식장에서 기르는 문어를 포함한 어떤 동물도 정해진 복지 수준을 지키며 동물을 올바르게 다루게 돼 있다. 마찬가지로 도살도 동물에게 어떤 고통이나 괴로움도 주지 않도록 적절히 다뤄진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문어를 순치해 동종포식과 지나친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며 사료는 버려지는 부수 어획 물고기를 쓴다고 덧붙였다.

양식한 문어는 주로 미국, 한국, 일본 등에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19년 처음 상업적 문어양식 계획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현재 이곳 말고도 멕시코와 일본에서도 비슷한 문어 양식장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알에서 깨어난 대문어 유생. 우리나라에서도 문어 양식이 연구되고 있지만 알에서 성체까지 생애 주기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알에서 깨어난 대문어 유생. 우리나라에서도 문어 양식이 연구되고 있지만 알에서 성체까지 생애 주기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라이네케 하멜리어스 동물을 위한 유로그룹 대표는 “더 많은 지각 있는 생물이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유럽연합은 이 계획이 빛을 보지 않도록 철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어는 무척추동물이지만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지적 동물로 영국은 지난해 문어를 ‘지각 있는 존재’로 인정했다. 그러나 단백질 함량이 높고 미식 시장이 늘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어를 광어나 연어처럼 양식하려는 움직임이 일어 동물복지와 환경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세계적 문어 양식 붐, 동물 복지와 환경 문제 우려 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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