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2018년 봄에 리드브룩 마을의 홍수 피해 저감을 위해 네 마리의 비버를 마을 상류에 방사하기로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영국 정부가 내년 봄에 글로스터셔 지역의 마을 리드브룩에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비버를 방사한다.
마이클 고브 영국 환경식품농림부장관(EFRA)은 지난 8일 포레스트오브딘 지역에 비버 방생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2018년 봄에 실시되며, 리드브룩 마을 상류에 있는 그레이도우 브룩 강 주변 65,000㎡에 달하는 지방정부 소유지에 성체 비버 2마리와 새끼 비버 2마리로 구성된 ‘비버 가족’을 방사할 예정이다. 방사된 비버들이 리드브룩 마을의 홍수를 예방하는 댐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리드브룩은 잉글랜드 남서쪽에 위치한 숲 포레스트오브딘 내에 있는 작은 마을로 잦은 홍수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지난 2012년에는 심각한 홍수 피해를 보았다. 2015년 포레스트오브딘 지역 정부는 배수구 교체 및 신설 등 리드브룩 홍수 피해 예방 사업을 위해 29만파운드(한화 약 4억 23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
비버는 하천이나 늪지대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보금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과 크기의 댐과 수로를 건설한다. 2010년 5월 캐나다 우드버펄로 국립공원에서는 비버가 건설한 길이 850m의 댐이 발견되기도 했다. 비버의 댐은 폭우 때에는 물을 저장하고 가뭄 때에는 물을 흐르게 해 유속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따라서 홍수로 인해 발생하는 극단적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비버가 만드는 댐은 물을 가두면서 홍수 피해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15세기 유럽 전역에 비버 모피 열풍이 불면서 17세기 영국 잉글랜드 전역에서 비버가 사라졌다. 현재 영국에 사는 비버는 외부에서 재도입된 것이다. 주로 독일 남부 바바리안 지역의 유라시안비버종이다. 400년 전에 사라졌던 비버가 재도입되어 개체 수가 급증하자 영국 내에서는 비버를 토종 동물로 보고 보호할 것인지, 외래종으로 보고 개체 수를 조절할 것인지 논란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스코틀랜드는 “비버는 토종동물이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마이클 고브 장관은 ”스코틀랜드의 선언에 따라 비버를 영국 토종동물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비버 재도입은 홍수 예방뿐만 아니라 400여년 동안 손상된 영국의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데본야생트러스트가 비버 캠페인을 하면 내놓은 기념품. 데본야생트러스트 제공
실제로 영국 환경단체 ‘데본야생트러스트’는 2011년 데본 지역 내 타마강 상류에 위치한 20,000㎡ 규모의 개발 제한 사유지에 비버 두 마리를 방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데본야생트러스트의 2017년 ‘데본 지역 비버 프로젝트’ 보고서를 보면, 비버는 해당 지역에 최대 100만리터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13개의 댐을 건설했다. 리차드 블레져 엑시터대 지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해당 지역을 연구한 결과, 이 댐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약 18,000㎡에 달하고 폭우 시 물의 유입량이 약 30% 정도 준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클 고브 의원은 “데본 지역의 비버 방사 실험 성공은 훌륭한 예시가 된다”고 말했다.
영국 비버 재도입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생태자문사 데렉고우 컨설턴트의 대표이자 비버 전문 생물학자 데렉 고우는 18일 ‘애니멀피플’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데본 지역에서 두 마리의 비버가 200m의 강에 13, 14개의 댐을 만들어 약 1000톤의 물을 댐에 저장했다. 리드브룩 지역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약 6000톤의 물을 저장해야 하는데, 해당 지역 강의 길이가 데본 지역 강의 5배 정도로, 약 1㎞에 달한다. 훌륭한 건축가인 비버들을 당연히 홍수 예방 댐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슬 교육연수생
sb02208@naver.com, 남종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