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가 사람에게 훈육을 받고 있다. 동물에게 명령어를 전달할 때는 하나의 몸짓에 하나의 뜻을 담아 일관되게 말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랑하는 엄마·아빠께
엄마·아빠! 저를 키워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
그런데 중요한 드릴 말씀이 있어 이 편지를 씁니다.
엄마·아빠! 가끔 화를 내시는데, 도대체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엄마의 손은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자꾸 하지 말라고 화를 내시는데요.
그럼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건가요? 정말 모르겠어요.
이제는 엄마·아빠가 너무 무서워요. 제발 저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사실, 우리 인간들처럼 반려동물들도 아마 너무나 답답해서 위와 같은 편지를 매일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위의 사례는 동물상담실에 빈번하게 의뢰가 들어오는 사연입니다. 동물들에게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혼내기만 하고, 동물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반려견에게 “똥 싸지마!”, “오줌 싸지마!”, “물지 마!”, “짖지 마!”, “먹지 마!”, “뛰지 마!”라면서 계속해서 혼내는데 그들은 사람이 말로 전하는 메시지를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츱라츱라’ 그들의 말로 전할 때, 외국어를 모르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동물과 어떻게 대화하냐고요? 바로 여기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을 주는 학문이 바로 동물행동학입니다. 동물행동학은 진화·유전·학습·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는 과학입니다. 아울러 철저한 관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들의 행동을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실례로, 인간의 사랑 표현이 개에게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사랑을 표현할 때 인간은 마주 보고 뽀뽀나 포옹을 하지만, 개의 사회에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앞발을 들고 달려드는 행위(포옹하려고 손을 들어 안으려는 행위는 개에게 앞발을 들고 달려드는 모습으로 보이겠죠?)는 공격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안으려 할 때, 불편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두려움의 반응입니다.
우리 개는 나의 포옹을 잘 받아준다고요? 그건 그 개가 사람의 포옹을 잘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학습한 것으로, 나의 가족이기에 참아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길에서 새로 만난 사람이 개를 다짜고짜 쓰다듬거나 만지려고 한다면 무섭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위의 사연에서 또한, 인간은 자신의 종의 고유 언어 즉, 말로서 개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반려견은 말보다는 반려인의 몸짓의 미세한 차이에 오히려 최첨단 스캐너처럼 반응합니다. 왜냐하면 개 사이에서는 소리보다는 몸짓으로 대화를 더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지 말라 할 때, 반려인은 본인의 몸짓이 어떠한지 잘 살펴야 합니다. “하지 마!”라는 말을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로 말하고, 다른 몸짓을 한다면 개의 입장에서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한 “하지 마!” 라고 한 이후에는 그러면 무엇이 잘하는 것인지 칭찬으로(긍정강화) 이어져야 효과적입니다.
웰시코기 한 마리가 풀밭에서 꽃 왕관을 쓰고 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개와 사람의 서로 다른 의사소통 체계를 이해하면 우리는 제대로 대화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즉, 사람이 반가워서 점프하는 반려견에게 “뛰지 마!”라고 명령하는 것보다는 무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대부분은 관심을 받기 위해 점프를 하기 때문에 원하는 ‘관심’을 주지 않기 위해 뒤를 돌아서거나 다른 곳으로 걸어가고, 오히려 ‘뛰는 행동’과 상반되는 ‘앉는 행동’을 했을 때 맛있는 간식으로 보상해줍니다. 앉아서 인사하는 행동을 강화하면 점차 뛰어서 점프하며 인사하는 행동은 줄어들게 됩니다. 즉, “뛰지 않고 앉아서 예쁘게 인사하는 것”이 상을 받는 것이며 반려인이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행동학자들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들과의 의사소통 체계의 차이를 이해하면 우리는 동물들과 제대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물과 인간 모두 행복한 세상이 좀 더 빨리 올 것입니다.
동물과 대화를 원한다면?
1. 동물의 (개를 키운다면 개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2. 나의 몸짓이 동물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지 관찰해 봅니다.
3. 명령어는 짧고 일관성 있게 사용합니다.
4. 반려동물과의 효율적 의사소통을 위한 공부를 합니다.
(많은 종류의 책 혹은 행동학 수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5. 만약,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반드시 행동학 전문 수의사나 전문 훈련사와 상담을 합니다.
감수 김선아 수의사(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UC Davis) 수의과대학 동물행동의학과)
글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