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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야, 우주대스타의 비결이 뭐니?

등록 2018-03-05 09:57수정 2018-03-05 10:11

[애니멀피플] 만세 기자의 히끄 인터뷰
제주 시골마을 사는 흰고양이 ‘히끄’
오랜 길거리 생활 끝 반려인 만나
폭발적 인기 얻은 동물스타 됐다

12만 팬 ‘스타냥' 삶과 대비되는
히끄의 힘겹고 꾀죄죄했던 과거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히끄가 캣타워에 앉아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우주대스타’의 면모가 보인다.
히끄가 캣타워에 앉아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우주대스타’의 면모가 보인다.

고양이 ‘히끄'를 만나러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우주대스타' 고양이를 만나길 열망했던 ‘애니멀피플’ 고양이 명예기자 ‘만세'를 대신해 반려인이 그의 질문지를 받아 인터뷰했습니다. 히끄의 언어 또한 반려인인 ‘히끄 아부지’ 이신아(32)씨가 대신 전합니다. 만세 기자의 동물 스타 인터뷰는 부정기적으로 계속됩니다.

제주 동쪽의 작은 마을, 오조리에는 ‘히끄네집’이 있다. 히끄네집에는 고양이 ‘히끄’가 산다. 희끄무레하게 생겼다고 해서 히끄라 불리게 된 그에게는 여러 개의 별명이 있었다. 2015년 집고양이가 되기 전, 길고양이로 살던 때 거리를 헤매다 새까매져서 돌아오면 그에게 밥을 주던 사람들은 그를 ‘숯끄’ 또는 회색의 ‘회끄’라고 불렀다. 그때는 몰랐다, 오늘날 ‘우주대스타’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인기를 얻을 줄은. 인스타그램에 한 장씩 올리던 히끄의 일상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12만명, 국내 최고의 동물 스타 중 하나로 떠올랐다. ‘랜선 집사’들의 사랑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히끄네집’은 몇달 만에 5쇄를 찍었다. 사람들은 히끄의 무엇에 열광할까. 2월19일 히끄의 작은 집을 찾아 매력을 들여다봤다.

낮은 돌담의 집이 옹기종기 모인 골목을 굽이굽이 돌다 보면 ‘스테이오조'라는 민박을 겸한 히끄네집이 나온다. 히끄를 만난 날, 아담한 민박집 마당에 햇살이 내리쬐었다. ‘히끄 아부지’ 이신아씨가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아래서 오조리의 뜻이 ‘나를 비춘다’는 말이라 설명해줬는데, 과연 그랬다. 햇볕으로 따뜻하게 데워진 나무마루에 히끄가 나른한 듯 누워 있었다. ‘뭐 재밌는 일 없을까’ 생각이라도 하는지 꼬리만 바쁘게 붕붕거린다.

우주대스타의 일상은 여느 고양이와 다름없었다. 아침 7시30분, 알람이라도 울리듯 몸을 일으켜 반려인을 깨우면서 히끄의 하루는 시작된다. 반려인이 늦잠이라도 잘 기색이면 하염없이 응앙거린다. 집고양이가 되기 전 오랜 길 생활을 버틴 비법은 특유의 성실함일까.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밴 고양이 히끄는 늘 같은 시간 잠에서 깨 밥을 먹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반려인이 손님들이 들고 나는 방을 청소할 때면 조용히 안채를 지키고, 일과를 마친 반려인과 마주 앉아 간식을 먹고, 가끔 마당 산책도 한다. 히끄는 무심한 듯한 눈빛과 표정, 무엇에도 쫓기지 않는 듯 느긋한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2월19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 사는 고양이 히끄가 촬영하다 지쳐 잠이 들었다.
2월19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에 사는 고양이 히끄가 촬영하다 지쳐 잠이 들었다.
이틀 동안 진행된 히끄 촬영은 늘 예정한 시간을 넘어섰다. 기자도, 피디도, 심지어 히끄를 매일 보는 반려인 이신아씨도, 밥 먹고 창밖을 내다보고 그루밍을 하는 히끄의 별일없는 순간들을 한없이 바라봤다. 인간의 속도와 다른 듯한 고양이의 시간을 넋을 놓고 좇았다.

이토록 평온한 시간 이전에 히끄에게는 길고양이로 돌담이 겹겹이 둘러쳐진 골목을 헤매던 때가 있었다. 히끄의 모험 시절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2014년 이신아씨가 일하던 게스트하우스에 밥을 얻어먹으러 들르던 히끄는 여느 고양이보다 넉살이 좋았다. 한번은 이웃집이 소란해 들여다보니 히끄가 문 열린 틈을 타고 안방에 들어가 제 집인 양 버젓이 자고 있었다고 했다.

그 무렵 히끄와 이신아씨는 처지가 비슷했다. 이씨는 대학 졸업 후 부모님이 원하는 일과 자신의 뜻이 달라 방황하다 무작정 제주 여행을 했다. 그러다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하게 됐고, 2014년 그 집 마당에서 히끄를 만났다. 떠돌이 고양이 히끄는 잘 곳도 먹을 곳도 마땅찮았다. 음식 쓰레기를 뒤지다 얼굴에 볼터치를 한 듯 김칫국물 자국을 묻히고 다니는 건 부지기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2015년 1월께 히끄는 20여일간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발톱이 빠진 채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신아씨는 만신창이가 되어 나타난 히끄를 보듬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안온한 터전이 없었다. 당시 직접 꾸릴 민박집 자리를 알아보던 터라 스스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으니 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인생에서 어떤 순간에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하듯, 한 사람의 생에 뛰어든 고양이 한 마리도 낯선 갈림길을 제시했다. 히끄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 순간, 거짓말처럼 집을 구했다. 이씨의 표현에 따르면 “아무래도 히끄가 날 가족으로 간택하려고 마법을 부린 듯”했다.

히끄는 때때로 수다스럽다. 가만히 누워서도 꼬리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의사를 표시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의사를 확실히 밝힌다.
히끄는 때때로 수다스럽다. 가만히 누워서도 꼬리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의사를 표시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의사를 확실히 밝힌다.
히끄는 호기심이 많고 사냥 능력이 뛰어나다. 카메라 밖에서 움직이는 물고기 장난감을 잡으려 집중하고 있다.
히끄는 호기심이 많고 사냥 능력이 뛰어나다. 카메라 밖에서 움직이는 물고기 장난감을 잡으려 집중하고 있다.
함께 살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히끄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히끄를 보려고 게스트하우스의 낮은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잦은 시달림에 히끄의 계정에 사생활을 보호해달라는 말을 올릴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 한 마리가 바꿔놓은 놀라운 변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명 고양이의 탄생보다도, 출간된 책의 초판이 며칠 사이에 완판될 정도로 얻은 인기보다도 더 큰 변화가 있었다.

“일상보다는 내면이 많이 바뀌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집이 이렇게 행복한 공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고,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죠.” 이신아씨가 말했다.

애니멀피플 고양이 명예기자 '만세'
애니멀피플 고양이 명예기자 '만세'
히끄와 따뜻한 체온을 나누면서도 길고양이 시절 히끄의 모습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몰라서 무관심했던 유기동물의 삶에 마음을 두게 됐고, 많이 알고 궁금해할수록 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히끄의 일상을 에스엔에스를 통해 계속 전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입양을 꺼리는 꾀죄죄하던 길고양이도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서다. 이신아씨는 “히끄와 함께 살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제주/글 만세 기자 manse@hani.co.kr, 사진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 3월12일 베스트셀러 ‘히끄네집’ 번외편인 이신아씨의 새 칼럼이 지면과 인터넷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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