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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공해의 역설’…약한 빛일수록 생태계 영향 크다

등록 2018-08-21 16:58수정 2018-08-22 10:42

[애니멀피플]
기생벌 진딧물 사냥, 약한 조명 때 2배 늘어
민감한 종 영향 먹이그물 타고 생태계로 확산
진딧물을 사냥하는 기생 말벌. 가장 흔한 약한 강도의 빛 공해에서 말벌의 사냥이 가장 크게 늘었다. 더크 샌더스 제공.
진딧물을 사냥하는 기생 말벌. 가장 흔한 약한 강도의 빛 공해에서 말벌의 사냥이 가장 크게 늘었다. 더크 샌더스 제공.
인위적인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세계의 80% 이상, 미국과 유럽 등 산업화 지역의 99%가 빛 공해를 겪고 있으며, 그 결과 인류의 3분의 1 이상은 은하수를 보지 못하며 산다.

그렇다면 이런 빛 공해는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어쩌다 곤충이 가로등 불빛에 이끌려 죽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게다가 생태계 영향은 우리가 예상하던 것보다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빛 공해의 정도로 그린 세계 지도. 붉은색으로 갈수록 빛 공해가 심한 지역이다. 팔치 외 (2016) ‘사이언드 어드밴스’
빛 공해의 정도로 그린 세계 지도. 붉은색으로 갈수록 빛 공해가 심한 지역이다. 팔치 외 (2016) ‘사이언드 어드밴스’
더크 샌더스 영국 엑시터대 박사 등 영국 연구자들은 현장실험을 통해 빛 공해가 생태계 먹이그물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식물-진딧물-기생 말벌로 이뤄진 48개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0.1∼100룩스에 걸친 다양한 강도의 빛을 쏘이면서 진딧물 10세대에 걸친 영향을 살펴봤다.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강한 인공조명보다 약한 빛이 먹이그물에 훨씬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생벌은 0.1∼5룩스의 약한 조명이 비칠 때 자연 상태인 대조군에 견줘 2배 가까운 진딧물을 사냥했다. 이 정도의 빛은 이웃 마을의 조명 때문에 하늘이 번하거나 가로등의 직접 조명이 비치는 곳이 아닌 떨어진 곳의 밝기에 해당한다. 강한 빛에서는 기생벌이 혼란을 겪어 진딧물이 있는 식물에서 떠나는 일이 흔했다.

샌더스 박사는 “애초 우리는 인공조명이 강할수록 영향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우리가 가장 흔히 겪는 약한 빛 공해에서도 생태계에 복잡한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아시아의 빛 공해 지도. 한반도의 대조적인 남과 북이 눈길을 끈다. 팔치 외 (2016) ‘사이언스 어드밴스’
아시아의 빛 공해 지도. 한반도의 대조적인 남과 북이 눈길을 끈다. 팔치 외 (2016) ‘사이언스 어드밴스’
야간에 조명을 이용해 사냥을 늘리는 동물은 기생 말벌 이외도 무당벌레, 도마뱀, 조류 등이 알려져 있다. 또 빛 공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종이 일부에 그치더라도 그 영향은 먹이그물을 타고 생태계 전반으로 파급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실험한 “숙주와 기생자의 상호관계는 육상생태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먹이그물의 일부”라며 “밤중에 나타나는 여러 강도의 빛 공해가 생태계 전반의 먹이그물에 광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nders et al., Low Levels of Artificial Light at Night Strengthen Top-Down Control in Insect Food Web, Current

Biology (2018), https://doi.org/10.1016/j.cub.2018.05.078

Fabio Falchi, The new world atlas of artificial night sky brightness. Science Advances, 10 Jun 2016: Vol. 2, no. 6, e1600377 DOI: 10.1126/sciadv.160037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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