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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개 10시간, 고양이 13시간…가장 많이 자는 동물은?

등록 2018-08-28 13:43수정 2018-08-28 17:58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탐험
사람 7~8시간, 기린 3~4시간, 소 4시간
동물의 잠이 각각 다른 이유 있다
하루 평균 7~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개나 고양이는 조금 더 길게 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하루 평균 7~8시간 자는 사람에 비해 개나 고양이는 조금 더 길게 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 여름 내내 열대야로 밤에 뒤척이느라 잠을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말복(末伏)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열대야도 없어졌다. 더위를 몰아내는데 강풍과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 ‘솔릭’이 한몫했다. 가을에 한낮엔 불볕더위의 기운이 남아 있어도 새벽엔 시원하다. 요즘은 잘 주무시죠? 몇 시간쯤 주무시나요? 동물들은 몇 시간씩 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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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가까이 자는 닭

닭은 틈난 나면 꾸벅꾸벅 존다. 이를 빗대 낮에 졸고 있는 사람에게 닭처럼 존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자주 조는 닭을 보면 잠자는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 11.7시간 정도 잔다. 사람은 저녁에 잠이 들어 아침까지 곯아떨어지나 닭은 자다 깨다 잠깐잠깐 자 총 잠자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목이 길어 잘 때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눈에 띄어 틈만 나면 조는 동물의 대명사로 불리는지도 모른다. 닭보다 더 오래 자는 동물도 많다.

동물의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야행성 동물은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한다. 반대로 주행성 동물은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 마치 생체시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잠이 들고 잠에서 깨어난다. 예를 들면 박쥐는 밤에 활동하는 동물로 일몰 후 3~5시간 사이에 먹이 사냥이 가장 빈번하다. 새끼를 기르는 어미는 이때 들락날락하며 먹이를 잡아 나른다. 해가 뜨기 전에 활동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 쉴 정도로 기가 막히게 정확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많이 잡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참새나 까치처럼 낮에 활동하는 새들은 동이 틀 무렵에 활발하게 활동한다. 배를 채웠으니 낮엔 빈둥빈둥 쉬고, 해 질 무렵에 다시 먹이를 먹고 잠잘 곳으로 가 밤새 그곳에 머문다. 낮에 활동하는 새들의 행동 패턴은 이렇다.

사람은 하루에 평균 7~8시간씩 잔다. 동물은 사람보다 많이 자거나 적게 자기도 한다. 하루에 기린은 3~4시간, 코끼리는 3.3~3.8시간, 양은 3.8시간, 소는 4시간, 염소는 7.8시간, 토끼는 8.8시간, 침팬지는 9.7시간, 붉은여우는 9.8시간, 재규어는 10시간, 개는 10시간, 오리는 10.8시간, 쥐 12.5시간, 고양이는 13.2시간, 사자는 13.5시간, 코알라는 18~20시간, 나무늘보는 20~22시간씩 잔다. 천적이 있느냐 없느냐 등 주위 상황에 따라 잠자는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나 보통 이 정도 잔다는 얘기다. 행동이 굼뜬 거로 보면 나무늘보랑 막상막하인 팬다는 10~16시간으로 생각한 것 보다 덜 잔다.

기린은 하루에 세 시간 잔다. 짧게 자는 동물 중 하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사냥보호구역에 사는 기린.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기린은 하루에 세 시간 잔다. 짧게 자는 동물 중 하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사냥보호구역에 사는 기린.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야생은 먹고 먹히는 관계에 얽혀 있어 잠잘 때 천적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크다. 잠에 빠져 누가 다가오는지 알 수 없어서 그런다. 생존할 묘책으로 짧은 토막잠으로 여러 번 나눠서 자거나, 자면서도 주위를 계속 경계하거나, 깊은 잠에 빠지지 않는다. 이게 초식동물이 잠자는 방식이며 약한 동물도 매일 겪는 일이다. 그래서 초식동물이 잠자는 시간이 육식동물보다 짧다. 우리가 긴장할 때 깊은 잠이 들지 못하는 것과 같다. 새들의 잠은 더 독특하다. 한쪽 눈은 자고 한쪽 눈은 깨어 있다. 눈을 감고 있는 것과 연결된 뇌는 잠자고, 뜬 눈과 연결된 뇌는 깨어 있어 주위를 살핀다. 오리가 물 위에 동동 떠 자면서 실눈 뜬 한쪽 눈을 가끔 한 번씩 떴다 감았다 하는데 조는 게 아니라 잠자는 중이다.

사슴도 졸 듯 잠잔다. 30~40여 분씩 자는 놈도 있지만 보통 10분 이내로 토막잠을 잔다. 사람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정확히 알려면 머리를 움직여 찾아낸다. 동물은 머리는 그대로 두고도 귀만 움직일 수 있다. 동물의 경우 소리를 모으는 귓바퀴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서 그렇다. 사슴도 자면서 귓바퀴를 움직여 누가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나는지 살핀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앞뒤 안 보고 자리를 박차고 도망간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과 달리 물어뜯을 이빨이나 발톱 같은 무기가 없어 도망가는 것이 최고의 좋은 방법이다. 늘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니 깊은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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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자는 얼룩말

말, 얼룩말 등은 보통 서서 잔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잽싸게 도망가려는 것이다. 간혹 벌러덩 누워 자는 놈들도 있다. 어린 새끼가 그렇다. 서서 자면서 말도 깊은 잠에 빠지지 않고 짧게 끊어서 자는 토막잠을 잔다. 누워서 자는 놈만 깊은 잠에 빠진다. 동물원에 가면 몽고야생말이나 얼룩말이 실눈 뜨고 서서 있는 놈을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눈 뜨고 조는 게 아니라 잠자는 것이다.

동물이 활동하는 시간은 먹잇감이 활동하는 시간에 맞춰져 있다. 새가 부지런해서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새가 잡아먹는 먹잇감인 곤충이 이른 시간에 활동해서 그 시간에 맞춘 것이다. 주행성 곤충인 하루살이, 메뚜기 등은 밤에 쉬고 낮에 활동한다. 낮에 활동하는 참새, 박새 등도 밤에 쉬고 낮에 활동한다. 야행성 곤충과 조류는 이와 반대로 산다. 밤새 굶은 하루살이, 메뚜기, 여치 등이 새벽에 동이 트자마자 먹이를 구하러 나갈 수밖에 없다. 곤충도 배불리 먹고 난 뒤엔 나뭇잎 뒤쪽이나 음침한 곳에서 쉰다. 이 시간에 참새나 박새가 곤충을 잡아먹으려고 나가봤자 눈을 씻고 찾아야 보일까 말까 하다. 그래서 곤충이 활동하는 시간에 맞춰 새들도 일찍 일어난다.

나무늘보는 가장 길게 자는 동물 중 하다. 코스타리카의 마뉴엘 안토니아 국립공원의 나무늘보.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나무늘보는 가장 길게 자는 동물 중 하다. 코스타리카의 마뉴엘 안토니아 국립공원의 나무늘보.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곤충과 새처럼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활동하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밤이 샐 때까지 풀덤불에 숨어 있던 초식동물이 어슴푸레 날이 밝아지면 먹이를 먹으러 슬슬 나오고 이놈들을 잡아먹을 육식동물의 활동도 이때 시작된다. 초식동물이 배불리 먹고 난 다음에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들어앉아 쉬면 사냥감 없는 육식동물도 쉴 수밖에 없다. 빈둥빈둥 쉬거나 잠자는 것 외엔 달리 할 일이 없다.

동물원에 사는 놈들의 조상이 원래 야생에서 살아서 습성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일부러 길들이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주행성 동물은 밤엔 자고 낮에 분주하게 움직인다. 되새김하는 초식동물은 얼른 먹이 먹고 한쪽에 앉아 되새김하며 멍 때린다. 호랑이, 사자처럼 육식동물은 해가 뜨고 질 무렵엔 사냥을 나가지만 낮엔 벌러덩 누워 배 내놓고 잔다. 동물원에서도 그렇단 얘기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동물원에 놀러 와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놈을 보고 싶다며 돌을 던지거나 크게 소리를 내 깨우면 안 된다. 만약에 낮에 쉬는 놈의 활발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동물원 문 열자마자 가든지, 문 닫기 전에 둘러보든지 여름에 야간 개장할 때 가면 된다. 밤에 갔을 때 운이 좋다면 활개를 치듯 걷고 야광 빛이 나는 동물의 눈까지 볼 수 있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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