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안에 보이는 작품이 닭 학대 논란을 부른 이강소 화백의 작품이다.
‘오리 화가’로 유명한 이강소 화백 전시를 두고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동물권단체 무브는 이강소 화백의 전시 중 퍼포먼스인 ‘무제 75031’이 닭을 학대했다고 12일 주장했다.
사연은 이렇다. 이강소 화백은 지난 4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갤러리 현대에서 전시 ‘소멸’을 한다. 이 화백은 이 전시에서 43년 전 처음 선보인 퍼포먼스 ‘무제 75031’을 재현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닭이다. 전시 전 닭 한 마리를 말뚝에 끈으로 묶어두고 타일 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닭은 바닥에 깔린 가루를 밟으며 일정 반경을 돌아다니는데, 이렇게 돌아다닌 닭의 발자국 모양이 하나의 전시가 된다. 일회성이라 전시가 끝나면 닭의 발자국도 사라진다.
이 단체는 갤러리와 이 화백이 닭을 학대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무브 이지영 활동가는 “이 화백은 43년 전 처음 이 퍼포먼스를 한 후 수차례 재현해왔다.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무시하고 계속하고 있다”라며 “3일 동안 묶여있는 닭에게 깨끗한 물과 먹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닭의 생태를 배려하지 않은 동물 학대 행위”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 현대 앞에서 동물권단체 ’무브’가 이강소 화백 전시가 동물 학대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8일 전시장에서 5분 시위도 했다. 7명의 활동가가 전시장 가운데서 “갤러리 현대는 동물 학대 퍼포먼스 전시 마라”, “이강소 작가는 닭 퍼포먼스 중단하라”, “학대가 예술이냐 폭력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다 쫓겨났다. 갤러리현대 쪽은 “(동물 학대 논란이나 시위에 대해) 할 말 없다. 나중에 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12일 오후 갤러리 앞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이강소 화백의 닭 퍼포먼스는 1975년 파리청년비엔날레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화백은 이 작품으로 당시 파리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다고 한다. 이 화백은 과거 인터뷰(2009년,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살아있는 닭을 보고 놀란 사람들이 많았다. 동물 학대 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는 “닭을 가져다놨으니 생각은 (각자) 알아서 하라”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사진 동물권단체 무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