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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고래 목숨과 석유를 바꿀 건가요

등록 2018-12-12 10:03수정 2018-12-12 10:15

[애니멀피플]
미 트럼프 정부, 고래 등 해양생물 위협하는 지진파 탐사 허가
석유·천연가스 탐색에 260dB ‘공기 대포’ 사용…생태계 악영향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환경단체들은 지진파 탐사에 사용되는 수중 폭음이 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동물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동부 앞바다에 사는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어미와 새끼가 나란히 헤엄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환경단체들은 지진파 탐사에 사용되는 수중 폭음이 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동물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동부 앞바다에 사는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어미와 새끼가 나란히 헤엄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
지난 11월30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서양 해저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기 위한 탐사 허가를 내주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해양수산국이 내린 허가엔 탐사 과정에서 공기 대포를 터뜨리면서 고래 등 해양 포유동물에게 비의도적인 피해를 주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최근 개정된 해양포유동물보호법에 따라 다섯 개 업체에게 이른바 ‘우발사고 피해 허가’를 내준 것이다.

미국 연안의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는 1980년대 초반 이후 허가를 받지 못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대서양 연안의 자원 탐사 계획이 있었지만, 오바마는 해양동물과 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6건의 지진파 탐사 허가를 승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상황은 바뀌었다. 2017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 해상 에너지 전략’이라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2019년까지 미국 해역의 90% 이상에서 석유 시추를 허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11월30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서양 해저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기 위한 탐사 허가를 내주었다고 보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1월30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서양 해저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기 위한 탐사 허가를 내주었다고 보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바마 정부는 대서양 해안에서 80㎞ 이내 해역에서의 석유와 가스 시추를 허가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우위 정책’ 아래 이 거리를 약 5㎞로 축소시켜 광범위한 해역에서 시추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서양 연안에서 지진파 탐사가 시작되려면 해양대기청 산하 해양에너지관리국의 최종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조만간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안보냐 해양 생태계 보전이냐?

미국의 석유 산업계는 소비자를 위한 에너지 가격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서양 연안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이와 같은 조치를 반기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자국 해역에 매장된 에너지 자원을 조사하고 필요하면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정부의 해양대기청은 앞으로 허가될 지진파 탐사가 해양 포유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양동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11월과 4월 사이에는 멸종위기종인 북대서양긴수염고래가 이동하는 해역에서 지진파 탐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진파 탐사 선박에는 해양대기청 소속 조사원이 승선해 주변에 민감한 해양동물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며, 이에 따라 멸종위기 해양 포유동물이 있는 곳으로부터 90㎞ 이내의 해역에서는 지진파 탐사가 금지될 것이다. 그렇지만 탐사 도중에 의도하지 않게 초래되는 해양동물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게 되었다.

지진파 탐사는 선박이 물 속에서 공기 대포를 끌고 다니며 압축 공기를 터뜨려 발생하는 강력한 폭음을 이용한다. 이 폭음이 지진파를 일으키며 해저 몇 킬로미터 아래로 들어갔다가 반사되어 나오는 정보를 판독해 해저 지형과 지질을 파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진파 탐사는 선박이 물 속에서 공기 대포를 끌고 다니며 압축 공기를 터뜨려 발생하는 강력한 폭음을 이용한다. 이 폭음이 지진파를 일으키며 해저 몇 킬로미터 아래로 들어갔다가 반사되어 나오는 정보를 판독해 해저 지형과 지질을 파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행동에 나섰다.12월11일(현지시각) 미국 환경단체들은 공기 대포를 이용한 대서양 해저 에너지 자원 탐사가 고래와 돌고래를 비롯한 수십만 마리의 해양 포유동물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 계획을 취소하라고 트럼프 행정부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소송에는 오시아나(Oceana),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시에라클럽 등의 환경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해양수산국이 공기 대포 사용 허가를 내준 것이 해양포유동물보호법과 멸종위기보호법, 국가환경정책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 지진파 탐사에 사용되는 수중 폭음이 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동물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많은 대서양 연안 지역 사회는 이러한 탐사 허가가 대서양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채취로 이어지면 수산업과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몇 달간 계속될 260데시벨의 폭음

지진파 탐사는 선박이 물 속에서 공기 대포를 끌고 다니며 압축 공기를 터뜨려 발생하는 강력한 폭음을 이용한다. 이 폭음이 지진파를 일으키며 해저 몇 킬로미터 아래로 들어갔다가 반사되어 나오는 정보를 판독해 해저 지형과 지질을 파악한다. 그 결과를 분석해 석유나 천연가스가 매장 유무를 알아내는 기술이다.

그런데 바다는 각종 소리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특히 해양 포유동물들은 먹이와 짝을 찾고, 천적을 피하며, 집단 내의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데 청각에 많이 의존한다. 바다에서 살아가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소리를 이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지진파를 일으킬 정도의 강력한 폭음은 해양 포유동물들의 청력을 손상시키며 심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해양 포유동물 생체음향학과 행동생태학 전문가인 더글러스 노와첵 미국 듀크대학 교수가 미국 연방의회 천연자원위원회에서 한 증언에 의하면 지진파 탐사에 이용되는 공기 대포 폭음은 260데시벨(㏈)까지 달하는데, 이것은 “바로 옆에서 수류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정도의 소음”이며, “사람의 고막을 쉽게 찢어버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이 어구에 걸린 북대서양긴수염고래에 접근해 구조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
미국 해양대기청이 어구에 걸린 북대서양긴수염고래에 접근해 구조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
지진파 탐사에 사용되는 공기 대포의 폭음은 물속에서 무려 4천㎞나 이동할 수 있다. 이토록 강력한 폭음을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하루 24시간 내내 10~12초마다 발생시키는 지진파 탐사가 미국 북동부 뉴저지에서 남동부 플로리다 연안까지 직선거리로 14만㎞가 넘는 구간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에 미칠 영향

몇 년 전에 수행된 미국 연방 해양에너지국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서양 연안에서 공기 대포를 이용해 지진파 탐사를 할 경우 13만8천 마리에 달하는 해양 포유동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멸종위기에 직면한 북대서양긴수염고래도 포함된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북대서양긴수염고래는 겨우 400여 마리 남짓이다. 이 가운데 번식이 가능한 암컷은 100마리에 불과하며, 해마다 출산하는 새끼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2017년 이후 20마리나 사고사 등으로 죽어 안 그래도 이들의 생존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바다거북. 클립아트코리아
바다거북. 클립아트코리아
공기 대포를 이용한 지진파 탐사는 해양 먹이그물의 기초가 되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비롯해 바다거북과 어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지난해 6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지진파 탐사는 해양 먹이그물의 기초를 제공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에 커다란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과 해양과학기술센터 소속 과학자들은 태즈메이니아 남쪽 바다에서 공기 대포를 터뜨리기 전과 이후에 동물성 플랑크톤을 채집하여 조사했다. 이들이 공기 대포를 터뜨린 지 24시간 후 확인했더니 58%의 동물성 플랑크톤 종에서 절반 이상의 숫자가 감소했다. 공기 대포 폭음에 노출된 이후 물속에 있던 죽은 동물성 플랑크톤 숫자는 이전보다 두세 배나 증가했다. 대형 고래류의 주요 먹이가 되는 크릴 유생의 경우는 완전히 다 죽었다. 이러한 공기 대포의 영향은 1200m나 떨어진 곳에서도 확인되었다.

지진파 탐사를 통해 해저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나면 그 다음 단계는 실제 매장을 확인하기 위해 해저에서 진행될 시추탐사다. 지난 2010년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은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바로 그런 작업을 하다가 폭발 사고가 나서 11명이 사망하고, 한반도보다 더 넓은 해역이 기름에 오염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진파 탐사를 통해 해저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나면 그 다음 단계는 실제 매장을 확인하기 위해 해저에서 진행될 시추탐사다. 지난 2010년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은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바로 그런 작업을 하다가 폭발 사고가 나서 11명이 사망하고, 한반도보다 더 넓은 해역이 기름에 오염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이 실험에 사용한 공기 대포는 그 부피가 2.5리터짜리 하나였지만, 미국 대서양 연안에서 지진파 탐사에 사용될 공기 대포의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탐사선은 24~40개에 달하는 공기 대포를 끌고 다니며 한꺼번에 터뜨리는데 이들의 부피를 다 합하면 80~105리터가 된다. 이러한 공기 대포를 24시간 내내 10~12초 마다 터뜨린다면 해양생태계에 미치게 될 영향은 훨씬 커질 것이다.

이것 외에도 지진파에 노출된 바다가재와 가리비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수중 소음이 홍합류에게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고 특정한 화학물질 분비를 촉진시켜 디엔에이(DNA) 손상을 초래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다른 원유 유출사고의 우려도

지진파 탐사를 통해 해저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나면 그 다음 단계는 실제 매장을 확인하기 위해 해저에서 진행될 시추탐사다. 지난 2010년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은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바로 그런 작업을 하다가 폭발 사고가 나서 11명이 사망하고, 한반도보다 더 넓은 해역이 기름에 오염되었다.

이 때문에 미국 환경단체와 대서양 연안 지역 주민들은 대서양에서 석유 탐사가 시도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역 수산업과 관광업계의 지원 속에 대서양 연안 대부분의 주정부가 석유 탐사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 지역 출신 공화당 소속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들도 반대 여론에 동참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용운 객원기자·굿어스 대표 ecol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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