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플레이아쿠아리움’ 수족관이라더니…단칸방에 무기력한 사자가?

등록 2019-01-29 16:34수정 2019-01-29 17:14

[애니멀피플]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 직접 가보니

전시관 모서리 바닥에 누운 반달가슴곰은 꼼짝을 안 했다. 눈은 뜨고 있는 거로 보아 잠든 것은 아니었다. 유리 벽 멀찍이 누워있던 백호랑이는 갑자기 일어나 같은 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하이에나는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먹이 구멍’에 코를 갖다 대며 흥분 상태를 보였다. ‘정글의 왕자’ 백사자는 인공바위에 무기력하게 기대어 2시간이 넘게 도통 일어나질 않았다.

지난 18일 SNS상에서 논란이 된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의 백사자 사진. 사진 트위터 @coconut2005
지난 18일 SNS상에서 논란이 된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의 백사자 사진. 사진 트위터 @coconut2005
지난주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굶주린 백사자’ 사진 한장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 속 사자는 옆구리에 갈비뼈를 훤히 드러낸 채 힘없는 모습으로 전시관 유리 가까이에 서 있었다. 사진을 올린 누리꾼이 “눈물이 난다. 이런 데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항의를 제기하자, 플레이아쿠아리움 쪽은 “논란이 된 사진은 조명, 명암, 각도, 거리에 따라 왜곡현상이 발생해 차이감이 있을 수 있다”며 “사자에게 일일 기본 급여를 5~7㎏ 이상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_______
제 자리 맴도는 백호·무기력한 백사자

지난 25일 ‘애피’가 직접 찾은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은 평일 오후임에도 제법 많은 시민이 관람을 하고 있었다. 주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 플레이아쿠아리움 부천은 웅진플레이도시에 입점해 있는 실내 수족관으로 해양생물뿐 아니라 야생동물들도 함께 전시하고,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다. 이름은 아쿠아리움이지만 내부는 아쿠아리움·파충류관·정글존 세 테마로 이뤄져 있었다.

전시관 안 바닥에 누워 미동도 없는 반달가슴곰.
전시관 안 바닥에 누워 미동도 없는 반달가슴곰.
야생동물들을 전시한 ‘정글존’에 들어서자 왼쪽으로 맹수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닥에 누워 미동도 없는 반달가슴곰의 모습이었다. 약 40평 전시관 안에는 두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있었다. 한 마리는 인공바위 위 꼭대기에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어 거의 형체만 보일 뿐이었고, 다른 한 마리도 사람의 눈을 피하듯 모서리에 등을 기대고 누워서 눈만 가끔 깜박이고 있었다.

야행성 동물들의 편안함을 위해 ‘특수썬팅’을 했다는 전시관의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백호랑이관에서도 동물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리 벽과는 가능한 한 가장 먼 곳에 자리를 잡고, 투명한 단칸방에서 되도록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다. 한참 만에 백호랑이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앉아 있던 자리를 좌우로 오가는 정형 행동(스트레스로 인해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리벽 멀리 앉아있던 백호가 갑자기 일어나 정형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리벽 멀리 앉아있던 백호가 갑자기 일어나 정형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갈비뼈 드러난 백사자’ 사진으로 논란이 되었던 백사자는 2시간 넘게 인공바위 위에 누워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갈비뼈 드러난 백사자’ 사진으로 논란이 되었던 백사자는 2시간 넘게 인공바위 위에 누워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논란이 됐던 백사자는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가끔 뉘인 몸을 뒤척일 뿐, 2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자연에서의 사자는 하루 행동반경이 30㎞에 이르고, 평균 4km/h 속력으로 걷는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한 ‘갈비뼈’는 결국 볼 수 없었다. 다만, 사자가 움직일 때마다 전반적으로 마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대체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전시관 내부에는 공통적으로 동물들의 야생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전시관 내에서만 생활하는 동물들이 운동을 하거나 완전히 시선을 피할 만한 공간은 눈에 띄지 않았다. 플레이아쿠아리움 관계자는 “사자 136㎡, 호랑이 165136㎡, 반달곰은 140㎡ 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대한 넓게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실내에 전시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보시는 분마다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좀 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_______
쇠꼬챙이에 닭 날개…아찔한 먹이 체험

하이에나만은 흥분 상태로 보였다. 유리 벽 가까이 빠른 속도로 왔다 갔다 하며 사람이 다가올 때마다 주둥이를 벽에 에 갖다대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먹이주기 체험’ 탓이다. 정글존 중간 부근에는 닭 날개와 당근, 사과 등을 꼬치에 꽂아 팔고 있었다. 입간판에는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2천원의 체험 요금이 적혀 있었다.

정글존에서는 꼬챙이 낀 닭고기를 야생동물에게 주는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글존에서는 꼬챙이 낀 닭고기를 야생동물에게 주는 ‘먹이주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좀체 움직이지 않아 아쉬워하던 어린이들이 꼬챙이에 끼워진 닭고기를 사 들고 유리 벽 앞으로 모여들었다. 백호랑이가 고기 냄새를 맡고 내려오자 순식간에 관람객들이 전시관 앞에 모여들었다. 유리 벽 하단에 쇠파이프 관이 박힌 구멍이 있고, 그 안으로 꼬챙이를 넣어 먹이를 주는 방식이다.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과 어린아이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자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약 지름 5㎝ 정도 되는 투입구 위에는 ‘손을 넣지 마세요’라는 경고문이 눈에 띄었다. 토끼 전시관에서는 그나마 안전장치도 없고 울타리 사이로 당근 등을 넣어주고 있었다. 밀웜을 받아먹는 사막여우의 손짓은 너무 다급해서, 유리 벽을 연신 긁어대고 있었다. 먹이를 파는 직원이 상주하긴 하지만 체험 시에 이를 관리 감독하는 직원을 따로 찾아볼 수 없었다.

‘먹이주기 체험’ 때 꼬챙이를 넣을 수 있게 만든 유리벽 하단의 구멍.
‘먹이주기 체험’ 때 꼬챙이를 넣을 수 있게 만든 유리벽 하단의 구멍.
플레이 아쿠아리움쪽은 “먹이 체험을 한다고 해서 급여량을 줄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백사자와 관련해서는 사진으로 봤을 때, 너무 말라보여서 저희도 놀랐다. 먹이는 하루에 두 번, 아침 9시와 저녁 7시쯤 나눠서 제공하고 있다. 원래 밤에 먹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낮에는 움직임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밀웜을 받아먹기 위해 구멍 쪽을 서성이며 유리벽을 긁고 있는 사막 여우.
밀웜을 받아먹기 위해 구멍 쪽을 서성이며 유리벽을 긁고 있는 사막 여우.
일부 관람객들은 동물들의 모습을 불편해 했다. 5살 아이와 함께 아쿠아리움을 찾은 30대 관람객은 “연회원을 신청해서 왔는데, 야생동물들도 갇혀있는 줄은 몰랐다. 아쿠아리움이니까 수조만 있는 줄 알았다”며 “동물들이 불쌍하다. 표정도 안 좋고 다들 자거나, 구석에 숨어있거나 아니면 빙글빙글 돌거나 너무 불쌍한 것 같다. 더 넓은 데 가서 자유롭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살, 11살 두 아이와 함께 찾은 40대 관람객은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다. 당근이나 밀웜은 괜찮은데, 꼬챙이에 주는 먹이 체험은 좀 위험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_______
아쿠아리움에 웬 야생동물?

지난 22일 현장을 찾은 동물자유연대 강재원 활동가는 “야생의 습성을 영위할 수 없는 공간에서 동물들이 할 수 있는 건 잠을 자거나,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 활동가는 “먹이 체험 또한 동물들이 대체로 무기력한 상황이라 공격성을 보이진 않지만 즉석에서 쇠꼬챙이에 낀 먹이를 주는 것은 다소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강 활동가는 현행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의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어야 한다. 적어도 모든 동물원을 단번에 없앨 수 없다면, 야생동물에게 적당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만이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육 환경에 대해서도 ‘동물 특성에 맞는 적정 서식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만 써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글·사진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