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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국가의 동물 보호 의무, 헌법으로 규정하자’

등록 2019-03-01 13:07수정 2019-03-01 16:26

[애니멀피플] 동물복지정책 세미나’ 참관기
국가의 동물보호 정책 시행 의무가 헌법에 명시되는 것이 동물보호가 근본적으로 진전됨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클립아트코리아
국가의 동물보호 정책 시행 의무가 헌법에 명시되는 것이 동물보호가 근본적으로 진전됨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클립아트코리아

반려동물부터 실험, 전시동물까지 동물 관련 법과 제도를 아우르는 정책세미나가 2월2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세미나를 기획하고 참여한 김영환 동물법비교연구회 연구원이 세미나 내용을 요약, 정리한 참관기를 보내왔다.

“동물 관련 법과 제도의 점검 및 동물복지 정책 방향 모색”이라는 이름의 모임(약칭 ‘동물복지정책 세미나’)이 25일 국회 간담회실에서 열렸다. 기조강연 “우리나라의 동물 관련 법 현황 및 진단”과 반려동물, 축산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각각에 관한 정책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약 다섯 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반려·축산·야생·실험·전시동물 각각에 대한 정책세미나는 드물지 않게 열리고 있지만 한꺼번에 이 모든 주제를 다루는 세미나는 전국 규모의 선거에서 공약 제안을 하는 자리가 아닌 한 있기 힘든 일이다.

이들을 한꺼번에 다루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동물보호의 길에서, 개별 분야별로는 돌파해 내지 못하는 장벽을 공동의 힘으로 극복하기 위한 디딤돌로서의 의미가 있다. 단단하고 잘 다듬어진 디딤돌이 기조강연에서 드러나기를 기대하며 귀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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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도 동물의 권리를

기조강연은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함태성 교수가 맡았다. 기조강연에서는 동물 관련 법의 향후 과제로서 기존 전통법학의 입법적 변화 모색(국가의 동물보호 정책 시행 의무의 헌법 조문화, 동물의 비물건성의 민법 조문화), 동물법의 이념(동물 생명의 존엄성, 동물복지) 및 기본 원칙(이익의 동등한 고려, 정당한 형량, 불필요한 고통 금지, 협력)의 정립, 동물정책의 조정·통합 기능 강화(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동물정책위원회, 동물보호법 담당 부서의 확대 개편), 동물정책기본법 제정과 동물법 체계 정립(‘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법’으로 개정, ‘노동동물법’ 제정) 등이 제안되었다.

국가의 동물보호 정책 시행 의무가 헌법에 명시되는 것이 동물보호가 근본적으로 진전됨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가장 많은 수의 동물이 고통받고 있는 공간인 농장과 동물이 가장 끔찍한 강도의 고통을 겪고 있는 공간인 실험실에서 작동하고 있는 경제 논리를 제한할 힘은 헌법이 아니라면 나오기 힘들다. 축산동물과 실험동물의 보호와 관련하여 국회의원과 정부 부처를 향해 시민들이 가하는 압력은 동물헌법이 전제될 때 비로소 무게감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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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생명’의 존엄성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인용을 듣고 “소는 내 재산이야”라고 힘주어 말하던 어느 국회의원과 “동물이 재산인 것이 문제의 근원인 것이 아니라 물건인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라는 동물권 변호사 스티븐 와이즈의 이야기가 동시에 떠올랐다. 동물의 비물건성 규정은 재산권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도 견딜 수 없게 날카로운 조문은 아니다.

동물법의 근본이념을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는 것에는 미묘하고도 중요한 이슈가 있다. ‘동물의 존엄성’이라고 하지 않고 왜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는가?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지 않고 왜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는가?

‘동물의 존엄성’이라고 하지 않고 왜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는가?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지 않고 왜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는가? 클립아트코리아
‘동물의 존엄성’이라고 하지 않고 왜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는가?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지 않고 왜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는가? 클립아트코리아
‘동물의 존엄성’은 간단히 말해 어색한 표현이다. 동‘물’과 존엄성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내용으로는 동물의 존엄성이지만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동물 ‘생명’의 존엄성인가? 그것은 법규범의 수범자는 인간인데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말을 쉽게 수용하기 때문이다.

동물법의 이념을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동물보호가 기반을 두고 있는 동물윤리는 생명윤리와 다른 층위에 있기 때문이다. 생명윤리와 동물윤리를 헷갈리는 경우는 흔히 보는데 예를 들어 어느 수의사회에서 3월에 여는 실험동물 관련 연수 교육 프로그램에도 생명윤리라는 말은 있지만, 동물윤리라는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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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법의 기본원칙’이 반가운 이유

생명윤리든 동물윤리든 인권관이든 환경윤리든 모든 윤리는 적용의 층위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면 황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동물 판에서도 이런 현상을 가끔 본다. 생명윤리를 앞세워 낙태죄폐지를 반대하거나, 같은 생물체인 식물을 동물과 차별한다고 해서 종 차별주의라고 낙인을 찍으려는 모습이 그 예이다.

생명이든 무엇이든 어떤 단어에 집착하면 좋은 의미에서 근본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략적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누구든 윤리문제에 대해 입장을 가지지만, 생명윤리, 동물윤리, 인권관, 환경윤리 중 어느 하나라도 이론으로서 정립하는 것은 치열한 실천과 많은 공부 없이 가능하지 않다.

동물법의 기본이념을 ‘동물 생명의 존엄성’으로 하자는 제안은 이처럼 미묘하고도 중요한 이슈를 잘 녹여낸 제안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동물법의 기본원칙’은 그 제목의 존재만으로도 기쁜 일이었다. 동물법의 기본원칙은 제대로 된 동물법을 전개해 나가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조 강연자가 제시한 4대 원칙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을 수 있고 그 차이의 크기가 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익 동등 고려의 원칙’이 동물윤리의 원칙으로서가 아니라 동물법의 원칙으로서 지금 수용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동물정책위원회는 기조강연의 제안으로서는 상당히 취약하다고 느껴졌다. 동물보호를 맡는 정부기관은 조직의 독립성 외에도 자체의 몸통을 가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동물 이용부서로 근무처를 옮기게 되는 구조로는 실험동물과 축산동물의 착취를 종식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이 나올 수 없다.

이하는 분야별 발제와 토론의 요약문이다,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고 얼음같이 냉정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여하튼 이 모임과 같은 형식의 모임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동물보호현장의 투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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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가축’ 삭제, 동물학대자의 소유 제한

반려동물 발제는 동물권연구단체PNR 공동대표인 서국화 변호사가 맡았다. 발제와 토론에서는 임의도살 금지법의 통과, 개 ‘가축’ 삭제, 반려동물생산업의 규모 제한 또는 철폐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또한, 동물학대자가 다시 반려동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정신과적 상담이나 치료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것, 그리고 범죄자 정보를 관리하고 공개하는 정책도 도입할 필요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동물학대자가 다시 반려동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정신과적 상담이나 치료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것, 그리고 범죄자 정보를 관리하고 공개하는 정책도 도입할 필요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학대자가 다시 반려동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정신과적 상담이나 치료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것, 그리고 범죄자 정보를 관리하고 공개하는 정책도 도입할 필요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동물등록제의 보완, 민간 위탁 동물보호센터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유기동물과 유실동물의 차이를 고려한 접근, 유기견을 위한 TNR 정책 고려 등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나아가 저소득 홀몸노인과 장애인 반려 가구에 대한 지원, 애니멀 호더 발생 예방과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 동물복지를 전담하는 콘트롤 타워나 독립기구(예를 들면 동물보호청)의 설립이나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이 부여된 동물복지위원회의 구성 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축산동물 발제는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 최명철 과장이 맡았다. 발제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의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이 발표되었는데 축산 사육환경 개선(사육기준 강화, 관리 및 점검 강화, 농가 지원 강화), 악취 관리 강화, 축산업 경쟁력 제고(스마트 축사 조성 확대, 유통·소비 개선, 계열화 사업자 책임 강화), 축산분야 신수요 대응(동물보호·복지 개선, 말산업 육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토론에서는 시민들의 윤리적 소비, 공장식 축산의 규제,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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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체제부터 바꿔야

야생동물 발제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가 맡았다. 야생동물 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현안들을 보여 준 후 개인 사육 야생동물 관리 및 규제 문제에 집중하였는데 개인소유 불가 야생동물을 정하는 흑색목록 방식에서 백색목록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의 장점을 이야기하였다.

타 부처와의 공조 이전에 환경부 내에서 제대로 된 정책 생산과 실행을 할 수 있는 체제 개편이 절실해 보인다는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타 부처와의 공조 이전에 환경부 내에서 제대로 된 정책 생산과 실행을 할 수 있는 체제 개편이 절실해 보인다는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토론에서는, 발제자가 제시한 야생동물 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현안 중에서 ‘야생동물 서식지, 개체군 및 사육 야생동물 관리에서 환경부와 관련 부처와의 공조’가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데, 사실 타 부처와의 공조 이전에 환경부 내에서 제대로 된 정책 생산과 실행을 할 수 있는 체제 개편이 절실해 보인다는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환경부가 부처의 몸집을 키우며 기관은 늘렸지만 정작 정책과 연구에는 부진했다는 것이다.

한편,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에서는 2019년 정책 추진계획을 설명하였는데, 콘크리트 구조물 농수로에 고라니 등 야생동물 추락·폐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생태·환경적 기능을 고려한 자연 친화적인 농수로 설치·관리방안을 마련·제안할 계획이고, 부상한 야생동물 구조·치료 활성화를 위해,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를 추가로 확충해 나갈 것이며, 고통을 수반하고, 보호대상 야생동물에도 피해를 주는 포획도구(올무, 덫)를 전면 사용 금지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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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실험동물 정보시스템 필요

실험동물 발제는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한진수 교수가 맡았다. 그는 발제에서 전임수의사(AV: Attending Veterinarian) 제도, 윤리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검증 및 보장할 수 있는 한국형 제삼의 감독체계(ex: AAALAC Int.), 검역본부의 조사감독 기능 강화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토론에서는 생명윤리교육의 교과과정 반영, 국가 차원의 실험동물복지 관련 최신의 동향 및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의 필요성이 지적되었다. 그리고 각 동물실험 시설마다 운영되는 윤리위원회를 통해 동물실험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소관 부처가 발표하는 각각의 법령마다 요구되는 척추동물시험고시에 따라 실험 여부가 정해지고 이에 따라 시험계획서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한 해외에서는 기존의 동물실험 방식을 규제조항에서 삭제하거나 시대에 맞는 현대적 시험방법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국내 정부는 이러한 규제 개혁을 주도하는 사례가 없다 보니 산업계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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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개인소유 제한’ 제안

전시동물 발제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맡았다. 그는 발제에서 전시동물 복지와 관련한 개선 방향으로 동물원 수족관 허가제 전환, 주무부처 권한 및 책무 강화, 종별 사육환경 및 관리제공 의무화, 관람객과 직접적 접촉 규제, 금지행위 조항 강화, 정부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방안 마련, 야생동물 개인소유 제한을 제시하였다.

토론에서는 국립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설립하여 향후 폐원하는 동물원 동물의 이송 및 관리 등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동물원과 수족관은 수용하는 동식물의 특성 및 사육·전시·관리환경이 다른 특성을 고려하여 법률의 규정을 달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하였다.

김영환 동물법비교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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