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와 권유림 변호사(왼쪽)가 고발인 조사를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 출석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복제 사역견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상당한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대표 유영재)는 9일 고발인 조사를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 출석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천 교수 연구팀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수주한 총 42억원의 연구실적 보고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달 22일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유영재 대표는 “검역본부는 이 교수 연구팀이 복제한 검역 탐지견 25마리의 성과를 유리하게 평가해 연구 성과를 만들어줬다”며 “이병천 교수가 42억원 연구사업비로 한 사업은 국민을 기만하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말했다. 복제견 실험 연구평가기관인 검역본부가 실패견들을 가용 가능한 ‘예비견’으로 분류했고, 이로 인해 검역본부의 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해 오히려 국민들이 위험에 노출됐다는 주장이다.
유 대표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학교가 복제한 검역 탐지견에 대한 현장 평가가 100% 합격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자체 내부적 자료와 저희가 확인한 자료를 보면 절반 정도는 불능견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윤리위원회)는 이병천 교수팀이 승인된 동물실험계획서와 다른 내용으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이 교수 관련 의혹을 조사한 서울대 윤리위원회 산하 조사위원회는 “동물실험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은 실험이 이뤄졌고, 해당 복제견 실험 반입, 사용 및 이동에 대해서는 승인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는 이 교수 연구팀 실험에서 ‘직접적인 동물 학대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한편, 실험 대상으로 금지된 사역견을 실험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정부 기관으로 판단을 넘겼다. 조사위원회는 “서울대에 이관된 복제견 3마리(메이, 페브, 천왕이)는 실제 마약탐지 활동을 하는 운영견이 아닌 예비견으로 동물보호법상 사역견에 해당하는지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다 서울대학교 수의대 이병천 교수에게 불법 동물실험을 당했다는 의혹을 받는 비글 ‘메이’. 아래 왼쪽 ‘페브’, ‘천왕이’.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이에 대해 유영재 대표는 “서울대 설명과 달리 메이는 예비견이 아니라 운영견이었다. 실제로 메이는 검역본부의 홍보영상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며 “검역본부와 이 교수 연구팀이 혐의를 벗기 위해 입을 맞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예비견이란 운영견 대신 언제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의 엄연한 사역견이다. 메이가 사역견이 아니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애완견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교수 연구사업이 연구결과 평가기관인 검역본부와 유착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 대표는 현재 검역본부 누리집에서 비공개로 전환된 훈령 제85호 ‘검역탐지동물의 운영 요령’의 인쇄물을 공개했다. 훈령은 검역탐지견의 운영 및 관리요령을 담은 검역본부 내규로 검역탐지견의 처분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훈령에 따르면, 검역견은 인천공항지역본부장이 필요할 경우 탐지견을 관리전환, 매각, 무상양도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검역탐지견의 복지를 고려하여 실험·연구 목적의 관리전환양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고 있다. 유 대표는 “훈령 85호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검역본부 홈페이지에 다 공개가 되어 있던 내용인데 지금은 비공개로 전환된 것이다. 메이 사건이 계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병천 교수 연구팀은 공항 검역탐지견으로 활동하던 복제견 ‘메이’를 실험에 이용하면서 동물 학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진행중이던 ‘스마트탐지견 개발 연구’가 전면 중지된 바 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달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울대 수의대에서 실험 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달라는 청원 게시글을 올린 뒤 같은 달 22일에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지숙 선담은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