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국내 공영동물원 복지 실태
콘크리트 바닥과 비좁은 사육장…“감금하고 지배하는 19세기 방식”
콘크리트 바닥과 비좁은 사육장…“감금하고 지배하는 19세기 방식”
코끼리의 발 건강은 생명과 직결된다. 흙바닥이 아닌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으로 된 방사장에 나와 있는 코끼리. 어웨어 제공
19세기형 한국 동물원 지난 1월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발표 및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국내 동물원의 오늘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번 토론회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실에서 국내 최초로 전국의 지역동물원들을 들여다보고 조사한 결과를 쓴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열렸다.
사람이 던져 준 먹이에 비만이 된 반달가슴곰. 어웨어 제공
콘크리트 바닥과 비좁은 사육장 이런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국내 일부 동물원은 병렬식으로 이어붙인 철장에 행동 범위가 넓은 표범을 가두는가 하면, 인지 능력이 뛰어난 침팬지에게 아무런 자극을 줄 수 없는 철제구조물만 덩그러니 던져 놓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런 탓에 조사 대상 전체에서 정형 행동과 침울함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달가슴곰 등 대형포유류, 일본원숭이와 같은 영장류, 늑대, 타조, 청금강앵무 등 종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행동을 하거나 털을 뜯는 자해의 흔적을 보였다.
인지 능력이 뛰어난 침팬지가 행동 풍부화 요소가 없는 이중 감금 시설에 갇혀 있다. 어웨어 제공
독일 라이프치히동물원의 침팬지 사육장. 자연 서식지와 가까운 시설에 다양한 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침팬지는 보이지 않는다. 21세기형 동물원의 특징은 동물이 사람의 시선에 언제나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웨어 제공
공포와 무관심을 키우는 동물원 보고서는 사육 환경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곳도 있었지만 많은 동물원이 예산 부족, 환경 조건 등을 이유로 개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이형주 대표는 “2018년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에 의해 주요 동물군별 일부 종에 대한 기준이 마련됐으나 공영동물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안타까워했다. 7살이 된 아이는 오래전 기억을 잊고 종종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육장에 갇힌 동물의 초점 없는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아 아이의 요구를 외면하곤 했다. 동물복지와 권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동물원을 보이콧한다. 보고서에 쓰여 있듯 “야생동물을 관람 목적으로 감금 상태에서 사육하는 동물원의 구조가 윤리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사람들 사이에서 일렁이는 것이다.
한국에서 동물원은 위락 시설에 불과하다. 청각이 예민한 동물이 놀이공원의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는 모습. 어웨어 제공
행동을 바꾸는 동물원이 필요하다 황 수의사는 “동물에 대한 복지는 해당 동물원의 보전, 연구, 그리고 보전교육 기능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을 존중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단순한 구경거리로 전시하는 동물원은 보전교육은 커녕 오히려 야생동물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동물원이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행동변화를 불러일으킬 동물원이다. 황 수의사는 “보전 활동을 제대로 하는 동물원에 다녀온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야생동물의 보전을 위한 궁극적 행동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동물원에서 고릴라를 보고 온 한 사람이 야생에 대한 감동과 경외심을 느끼고, 당장 자신의 휴대폰(스마트폰 부품 원료인 콜탄의 주요 생산지가 고릴라 서식지와 겹침)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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