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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한국 동물당 성패는 ‘개 식용 금지’ 결집이 관건”

등록 2020-05-18 16:39수정 2020-05-20 16:50

[애니멀피플] 동물당 창당 논의 첫 세미나
16일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서 한국 동물당의 필요성과 사례를 토론하는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16일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서 한국 동물당의 필요성과 사례를 토론하는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국내 첫 동물당 창당을 논의하는 합동 세미나가 열렸다.

16일 오후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하 동해물)과 ‘동물법비교연구회’는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서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토론회를 열고 “동물의 처지를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내정당으로서 ‘동물당’이 창당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 동물당의 필요성과 해외 동물당 사례의 시사점을 논하는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김영환 동물법비교연구회 연구원과 윤나리 동해물 공동대표가 진행을 맡고, 이지연 동해물 대표, 전범선 풀무질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다. 토론자로는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김도희 변호사, 미디어 연구자 심효원, DxE 은영 활동가, 홍은전 작가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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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철폐 입법실패…동물당 절실해”

왜 지금 동물당인가? 이날 발제자로 나선 동해물 이지연 대표는 “동물 역시 엄연한 사회 일원임에도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 체제에 강제로 편입돼 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어떤 정당도 동물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국회의 입법 활동과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동물과 관련해 89개 법안이 발의됐으나 그 가운데 가결된 것은 5건에 불과했다”며 “통과된 법안들도 동물을 번식하거나 이용하는 산업 또는 그 행태를 건드리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 국회의 ‘개 식용 철폐’ 실패를 동물 입법의 한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동물의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를 가축에서 삭제하는 축산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심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곧 폐기할 상황”이라며 “동물을 이용으로부터 구제하는 목적의 법안은 발의도 어렵지만, 발의 후 논의를 진전하고 통과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16일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서 열린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세미나에서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16일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서 열린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세미나에서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현실 정치로서 동물당 창당과 국회 진입은 가능한 일일까. 이들은 지난 총선 때부터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지연 대표는 “이제 소수정당도 3%(70만표)만 얻으면 국회에 5석 내외 진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동물 해방이 매우 요원한 지금 이 시점에서 창당은 우리가 반드시 시도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계적인 승리전략을 논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성의당’처럼 신생 소수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점 △‘기본소득당’처럼 연합정당에 참가하면 국회 진입이 성공할 가능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강한 투우반대 운동으로 창당한 스페인 ‘동물당’의 예를 제시하면서 한국 동물당 창당의 성패가 ‘개 식용 반대운동’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20년이 넘도록 외쳐왔지만 해결되지 못한 ‘개 식용 금지’를 너무도 원하는 지지자들을 결집해 내는 것이 관건이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서 자신과 함께 사는 비인간 가족의 동족이 이 나라에서 보다 나은 처우를 받길 바라는 마음들을 모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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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동물당 ‘가공육에 세금부과 하자’

원내진입에 성공한 해외 동물당의 공통점과 차이점, 정강도 소개됐다. 전범선 풀무질 대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19개의 동물당이 활동하고 있고, 동물정치재단을 통해 연대하고 있다”며 가장 먼저 원내 진출에 성공한 네덜란드 ‘동물을 위한 당’과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호주 ‘동물정의당’의 사례를 발표했다.

전범선 대표에 따르면, 두 정당은 동물권 옹호, 축산업 규제, 환경 지속가능성 보장 등 기존 녹색당의 정강에 동물권을 보강한 형태다. 그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에 주목했다. 전 대표는 “네덜란드 동물당보다 호주 동물당이 더 급진적이다. 일례로 네덜란드 동물당은 ‘비건’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반면 호주 동물당은 명확하게 식물성 식단 보급을 당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차이는 네덜란드 동물당은 2002년부터 원내정당이었던 반면, 호주 동물당은 아직 연방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두 정강의 차이가 어디까지 근본적 이데올로기 차이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적 정치 타협인지 불분명하지만, 권리론과 복지론의 스펙트럼에서 두 정강의 차이를 대한민국 동물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정치적 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범선 대표는 두 정당의 특이할 만한 점으로 네덜란드 동물당은 ‘사생활 보장 중시’를 호주 동물당은 ‘가공육 세금부과 정책’ 등을 들었다. 그는 “네덜란드 동물당 정강은 특이하게도 사생활 보장을 중시한다.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편이고,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지방정부보다 중앙정부에 권력을 집중하길 바란다”며 “주로 사회주의 사상의 확장으로 녹색과 동물권 담론이 당장한 배경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호주 동물당이 가공육을 담배와 같이 공중보건을 저해하는 상품으로 보는 것도 특이점으로 꼽았다. 전 대표는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고, 경고 딱지를 상품에 붙이는 것처럼 가공육도 대장암을 유발하므로 똑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호주 동물당은 정강에서 일관되게 육식이 동물권 입장에서 윤리적 문제를 낳을 뿐 아니라, 공중보건과 환경에도 막대한 피해를 준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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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당이지만, 인간 존엄 실천하는 길”

동물당 정강에 ‘비건’을 포함할지의 여부가 토론에 붙여지기도 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도희 변호사는 “정강에 탈육식, 비건 등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접근은 전략적으로 해야한다”며 “동물권은 라이프스타일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예민하게 보고 있지 않으면 인지하기 어렵다. 아직 어떠한 계기가 없었던 논비건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영리하게 포섭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자신을 22년차 채식인이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본인이 키우는 반려견을 식탁에 올리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는 것은 동물당이 충분히 만들어져도 되는 시기 임을 보여준다”며 “동물당은 이름이 동물당이지만, 인간존엄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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