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동물당 창당 논의 첫 세미나

16일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서 한국 동물당의 필요성과 사례를 토론하는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개 식용 철폐 입법실패…동물당 절실해” 왜 지금 동물당인가? 이날 발제자로 나선 동해물 이지연 대표는 “동물 역시 엄연한 사회 일원임에도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 체제에 강제로 편입돼 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어떤 정당도 동물이라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국회의 입법 활동과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동물과 관련해 89개 법안이 발의됐으나 그 가운데 가결된 것은 5건에 불과했다”며 “통과된 법안들도 동물을 번식하거나 이용하는 산업 또는 그 행태를 건드리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 국회의 ‘개 식용 철폐’ 실패를 동물 입법의 한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동물의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를 가축에서 삭제하는 축산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심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곧 폐기할 상황”이라며 “동물을 이용으로부터 구제하는 목적의 법안은 발의도 어렵지만, 발의 후 논의를 진전하고 통과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16일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서점 ‘풀무질’에서 열린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세미나에서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호주 동물당 ‘가공육에 세금부과 하자’ 원내진입에 성공한 해외 동물당의 공통점과 차이점, 정강도 소개됐다. 전범선 풀무질 대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19개의 동물당이 활동하고 있고, 동물정치재단을 통해 연대하고 있다”며 가장 먼저 원내 진출에 성공한 네덜란드 ‘동물을 위한 당’과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는 호주 ‘동물정의당’의 사례를 발표했다. 전범선 대표에 따르면, 두 정당은 동물권 옹호, 축산업 규제, 환경 지속가능성 보장 등 기존 녹색당의 정강에 동물권을 보강한 형태다. 그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에 주목했다. 전 대표는 “네덜란드 동물당보다 호주 동물당이 더 급진적이다. 일례로 네덜란드 동물당은 ‘비건’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반면 호주 동물당은 명확하게 식물성 식단 보급을 당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차이는 네덜란드 동물당은 2002년부터 원내정당이었던 반면, 호주 동물당은 아직 연방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두 정강의 차이가 어디까지 근본적 이데올로기 차이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적 정치 타협인지 불분명하지만, 권리론과 복지론의 스펙트럼에서 두 정강의 차이를 대한민국 동물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정치적 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범선 대표는 두 정당의 특이할 만한 점으로 네덜란드 동물당은 ‘사생활 보장 중시’를 호주 동물당은 ‘가공육 세금부과 정책’ 등을 들었다. 그는 “네덜란드 동물당 정강은 특이하게도 사생활 보장을 중시한다.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편이고,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지방정부보다 중앙정부에 권력을 집중하길 바란다”며 “주로 사회주의 사상의 확장으로 녹색과 동물권 담론이 당장한 배경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동물당이지만, 인간 존엄 실천하는 길” 동물당 정강에 ‘비건’을 포함할지의 여부가 토론에 붙여지기도 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도희 변호사는 “정강에 탈육식, 비건 등을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접근은 전략적으로 해야한다”며 “동물권은 라이프스타일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예민하게 보고 있지 않으면 인지하기 어렵다. 아직 어떠한 계기가 없었던 논비건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영리하게 포섭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자신을 22년차 채식인이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본인이 키우는 반려견을 식탁에 올리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는 것은 동물당이 충분히 만들어져도 되는 시기 임을 보여준다”며 “동물당은 이름이 동물당이지만, 인간존엄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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