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러브둥둥’은 반려인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콘텐츠로 1년 반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28만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빅픽처팀 제공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공유하고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귀여운 건 물론이고 웃기고, 못 생기고, 짠하고, 이상하고 때로는 슬픈 순간까지. 집사들이 지인만 만나면 ‘내 새끼 자랑’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은 우리 집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소개하는 만화가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재되는 웹툰 ‘러브둥둥’은 집사만 아는 이런 귀한 순간들을 10컷 안에 꼭꼭 눌러 담는다. 게시물에는 늘 ‘귀여워서 심장이 부서질 것 같다’는 댓글들이 달리곤 한다. 러브둥둥은 2018년 12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반려동물 이야기를 소개하며 시작했다. 1년 반 만에 28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6월17일 광고대행사 ‘빅픽처팀’에서 러브둥둥 콘텐츠 제작과 브랜딩을 전담하고 있는 전세란 작가(캐릭터개발팀 팀장)를 만났다.
-광고회사에서 웹툰을 만드는 건가요. 특이한데요.
“처음부터 웹툰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제가 디자인 전공이거든요. 빅픽처팀은 광고사들의 SNS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벌여왔어요. 자연스럽게 콘텐츠 제작을 위해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스토리가 잘 나오지 않는 거예요. 제보를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렇게 제보툰을 시작하게 됐어요.”
-거의 매일 웹툰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혼자 제작하기 힘들지 않으세요?
“현재는 매일 1건씩 주 7회 발행을 하고 있어요. 그중 1편은
유튜브 채널 ‘러브둥둥’을 통해서도 업데이트되는 영상툰이구요. 인스타그램은 올릴 수 있는 컷이 10컷으로 제한되다 보니까 그나마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는 제작 부담이 덜한 것 같아요. 제가 주로 주도해서 제작하지만 팀에서 1명이 더 도와주기도 하고요.”
-다른 반려툰과 다르게 제보로 제작되는 게 특이했어요. 하루 몇 건이나 들어오나요?
“하루에 20건 이상 들어와요. 처음에는 인스타그램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받았어요. 그러다가 제보가 많아지니까 확인이 힘들어서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제보를 받았는데, 그것도 넘쳐서 이제는 메일로만 받고 있어요. 많이들 보내주시니까 감사한데, 다 그려드릴 수가 없어서 마음 한쪽에는 늘 미안함이 쌓여있죠.”
-그 많은 제보 다 읽으시나요?
“제보는 무조건 다 읽어요. 얼마나 정성스럽게 써서 보내주시는지 몰라요. 어쨌든 그분들에게는 사랑하는 동물과의 하이라이트를 보내주시는 거잖아요. 같이 행복했던 순간, 슬펐던 순간, 예쁘고 즐겁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극복한 순간까지. 보다가 운 적도 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
“남자친구가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너무 힘들어한다는 제보였어요. 여자친구 분이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편지를 적어서 보내주신 거였어요. ‘집사야 나는 무지개 동산에서 잘 지내. 우리 나중에 꿈에서 만나자’ 이런 내용이었어요. 저도 처음엔 담담했는데, 갑자기 콘티를 짜다가 울컥하는 거예요. 화장실에 5번 넘게 들락날락 하면서 그렸어요.”
현재까지 좋아요 118,000여 건을 받은 인기 콘텐츠 ‘강아지 관찰카메라 편’. 러브둥둥 인스타그램 갈무리
-반려생활이라는 게 거의 거기서 거기일 거 같은데, 특이한 사연 채택 어렵지 않나요?
“물론 비슷한 제보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지만 동물들의 사랑스러운 조금씩 부분은 다 다르잖아요. 누구보다 제보자분들이 그 포인트를 잘 잡아서 보내주시니까 큰 고민은 없어요. 특히 ‘반려동물을 반대하던 부모님이 지금은 제일 챙긴다’ 이런 에피소드는 반전이 예상되잖아요. 그런데도 늘 인기 있는 콘텐츠예요.”
-지금까지 가장 인기 많았던 회차가 뭔가요?
“작년 말 나갔던
‘강아지 관찰 카메라’ 편이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 집에 강아지가 3마리 있는데, 제보자가 종종 강아지가 잘 지내나 카메라로 보시곤 했대요. 어느 날 카메라를 봤는데 강아지 세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잠든 남자친구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던 거죠. 깨우지는 못하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상의하는 듯한 뒤통수가 심쿵 포인트였어요. 웹툰이 나가고 화제가 되어서 기사화가 되기도 했었죠.”
-러브둥둥은 특히 이런 ‘귀여운 포인트’가 살아있다는 평가가 많아요. 노하우가 있나요?
“제가 사실 오랫동안 랜선집사였어요. 동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의 기준이 좀 보수적이었어요. 실제로 동물과 지내지 못하니까 귀여움에 대한 집착이 커졌달까요. 그런 팬심으로 제보를 보다 보니 ‘얘는 이런 점이 귀엽구나, 쟤는 이게 참 귀엽구나! ’보였던 것 같아요.”
-러브둥둥 슬로건이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잖아요.
“맞아요. 콘텐츠를 보시는 분들이 잠깐이라도 행복했으면 했어요. 누구라도 귀여운 걸 보면 행복해지잖아요. 화가 났다가도 사르르 녹기도 하고. 제가 딱 그렇거든요. 많은 팬분들이 친구들 계정을 태그해서 웹툰을 공유해요. 귀여운 걸 보면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잠깐이라도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고 같이 공감하는 거죠.”
-웹툰 제작에 뽑히기 위한 팁이 있을까요?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요. 일단 아무리 귀엽더라도 배제하는 것들은 있어요. 요즘 반려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거나, 여러분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면 배제하는 편이에요. 보내주신 분도 좋은 마음으로 제보했을 텐데, 만약에 댓글이나 반응이 좋지 않거나 하면 서로 기분이 상할 수 있잖아요.”
세상 모든 동물이 랜선집사였던 전세란 작가에게도 얼마전 반려동물이 생겼다는 소식. 강아지 ‘덕순이’는 예방접종을 마치면 출퇴근 멍멍이가 될 예정이다. 전세란 작가 제공
전세란 작가는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제보 사연을 다 그리지 못해서, 간혹 제보자들이 안 좋은 댓글을 받게 되어서 미안하단다. “이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보듬어주고 키우는 분들이잖아요. 한 마디라도 안 좋은 말을 들으면 계속 마음이 쓰여요.”
전 작가의 염려와는 달리 러브둥둥 인스타그램 댓글란에 악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그의 세심함이 바로 동물들의 작은 귀여움을 발견하는 게 아닐까.
세상 모든 동물의 랜선집사였던 그가, 얼마 전 진짜 집사의 길로 들어섰다는 소식이다. 지인이 임시보호 중이던 강아지 ‘덕순이’를 반려동물로 맞이하게 된 것. 태어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는 덕순이는 지금 이갈이 중이란다. 예방접종을 마치면 ‘출근멍’이 될 예정이라고 하니, 러브둥둥 콘텐츠에도 새 바람이 불 것 같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