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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셀럽’은 못 나와요…평범한 반려인들의 내 새끼 자랑대회

등록 2020-07-20 16:56수정 2020-07-20 18:05

[애니멀피플] 팟캐스트 ‘니 새끼 나도 귀엽다’ 기획자 한민경씨
우주대스타 ‘히끄’네 집 앞에서 간식 이모인 히끄 아부지를 기다리는 오조리 멍멍이 친구들 왼쪽부터 냇길이, 호이, 소금이, 호삼이.
우주대스타 ‘히끄’네 집 앞에서 간식 이모인 히끄 아부지를 기다리는 오조리 멍멍이 친구들 왼쪽부터 냇길이, 호이, 소금이, 호삼이.

반려동물과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니 새끼 나도 귀엽다’는 출연 조건이 특이하다. 개나 고양이가 유명하면 안 되고, 반려인은 SNS 팔로워가 1만을 넘으면 안 된다. 지난 5월 처음 시작한 ‘니 새끼 나도 귀엽다’(이하 니나귀)는 오직 ‘무명’의 반려인들만 모신다. 지상파 방송, 유튜브 할 것 없이 유명인과 동물 스타들을 앞다퉈 다루는 이때, 오직 평범한 반려가족만 주인공으로 모신다니 그런 방송이 인기가 있을까?

방송은 예상을 깨고(?) 핫한 반응을 얻고 있다.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지만, 1회는 누적 다운로드 수가 1만 회를 넘겼다. 10시간 넘게 들었다는 ‘덕후 독자’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딱히 사연도 없고 천재도 아니기에 ‘동물농장’에 나갈 수 없고, 견주에게는 문제가 없고 개들은 태평해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할 수 없는” 반려가족의 이야기에 어떤 매력이 숨어있길래. 지난 16일 제주 동쪽 마을 오조리에서 방송을 기획, 제작하고 진행을 맡은 한민경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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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은 줄을 서시오

제주 성산읍 오조리는 동물 스타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길고양이에서 우주대스타가 된 히끄, 강정마을에서 구조된 작은 누렁이 냇길이, 여행자들의 아침 산책 파트너 호이·호삼이가 모두 오조리에 산다. (▶제주 작은 마을에 동물 스타가 모여 산다) 오조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민경씨는 지난해 반려견 호이, 호삼이와의 반려생활을 책 ‘호호브로 탐라생활’로 펴냈다.

-유튜브 ‘호호브로 TV’도 운영하시는 거로 알아요. 어떻게 팟캐스트까지 기획하게 되셨나요?

=계기는 지난 4월 동네친구인 이연수 작가의 ‘너와 추는 춤 2권’ 북토크 였어요. 코로나 영향으로 온라인 북토크를 진행했는데, 제가 진행을 맡게 됐죠. 그날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냇길이 이야기를 하는 작가님을 봤는데, 목소리와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어요. 다른 반려인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코로나 탓도 있죠. 2020년 계획한 소셜 모임들을 못하게 됐거든요. 제가 뭐든 해야 하는 성격이라.(웃음)

기획자 한민경씨가 팟캐스트 ‘니 새끼 나도 귀엽다’를 위해 그렸던 마인드맵을 펼쳐 보이고 있다.
기획자 한민경씨가 팟캐스트 ‘니 새끼 나도 귀엽다’를 위해 그렸던 마인드맵을 펼쳐 보이고 있다.

기획자 한민경씨는 출연진들의 SNS를 통해 미리 그들의 반려생활을 살펴본 뒤 궁금한 점들을 마인드맵으로 만들어 방송 구성안을 짠다.
기획자 한민경씨는 출연진들의 SNS를 통해 미리 그들의 반려생활을 살펴본 뒤 궁금한 점들을 마인드맵으로 만들어 방송 구성안을 짠다.

-출연 조건이 특이해요. 유명인은 정말 출연을 못하나요?

=사실 모든 반려동물이 반려인에겐 특별해요. 그런데 실제로 조명받는 반려인과 동물은 100명 남짓. ‘셀럽’이라 불리는 일부의 이야기만 너무 한정적으로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주변에는 비록 사진은 잘 못 찍더라도 반려견을 성심성의껏 보살피는 사람, 활동가는 아니지만, 올무에 걸린 고양이를 구조한 사람,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키워내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가 많은데 단지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흘러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언젠가 유명한 분들은 특별편으로 모시긴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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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드라마틱한 본격 ‘평범한 반려생활’

-그럼 현재까지 출연한 반려인들은 어떤 분들이에요?

=2주에 한 번씩 발행하고 있거든요. 현재 5회차까지 나왔고요. 초반 출연진들은 저와 친분이 있는 분들인데요. 1회는 많이들 궁금하셨던 ‘소금이네’ 이야기였어요. 이연수 작가님의 ‘너와 추는 춤’에 멍줍 스토리가 소개되기도 했죠. 소금이네 언니는 오래된 반려견 ‘토로’를 보내고,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인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2회는 개와 고양이가 함께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어우러져 사는 이야기, 3회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족, 4회는 1인 1묘 가구 이야기, 5회는 제가 애피 기고를 통해 소개했던 길고양이 ‘하끄하끄’의 입양을 다뤘어요.

-처음 ‘니나귀’를 듣는 청취자에게 추천하고픈 에피소드가 있다면?

=다 추천해 드려요. 매력이 다 다르거든요! 개인적으로 저에게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꼽자면 1회 소금이네가 조금 특별해요. 반응도 가장 좋았고, 많이 긴장해서 지금 들으라고 하면 부끄럽지만, 그 시작이 있어서 지금의 ‘니나귀’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즐겁게 녹음한 방송은 3회 ‘화음이네 가족’편 이예요. 10살 화음이가 아이의 시선으로 반려생활을 재미있게 잘 소개했고, 듣는 분들도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한 회차가 1시간 분량이잖아요. 아무리 ‘내 새끼’라지만 그렇게 오래 자랑할 수 있나요?

=1시간이 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어디 가서 자기 동물 자랑할 일이 없잖아요. 방송할 때마다 출연자분들 표정을 사진으로 찍어놓고 싶어요. 반려동물 얘기를 할 때 정말 너무 좋아하세요. 이 동물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어떤 아이인지, 무슨 추억이 있는지 질문을 받으면 본인도 과거를 되짚게 되잖아요. 그런 기억들을 반추하는 게 굉장히 행복한 일이 되는 거죠. 말썽 피운 이야기를 할 때도 일단 어투에는 웃음기가 배어있어요.

지난 5월 시작한 ‘니 새끼 나도 귀엽다’는 1회 누적다운로드가 1만회를 넘기는 등 잔잔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팟빵 갈무리
지난 5월 시작한 ‘니 새끼 나도 귀엽다’는 1회 누적다운로드가 1만회를 넘기는 등 잔잔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팟빵 갈무리

-5회차 방송을 들어보니, 울고 계시던데요?

=5회차는 긴급편성이었어요. 제가 구조한 길고양이 하끄하끄가 평생 반려인을 만나서 육지로 떠나게 된 날, 급하게 녹음을 했어요. 하끄하끄를 입양한 분은 사실 오래 키우던 고양이를 잃고 펫로스를 겪던 분이었거든요. 새로운 고양이를 들이겠다는 생각도 못 하고 있을 때, 하끄하끄를 만났고 입양을 결정하게 된 사연을 나눠주셨죠. 저희 고정 코너가 있어요. 나의 반려동물에게 보내는 음성 편지. 먼저 간 고양이 ‘청이’에게 인사를 건넨 반려인 은비씨 단 두 마디에, 녹음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죠. ‘누나는 잘 지내고 있어, 청이도 잘 지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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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씨, 니나귀 출연을 부탁드립니다”

“이토록 유해한 세상에 가끔은 무해함을 선물할 수 있는 방송.”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한민경씨가 내놓은 답이다. 게스트하우스 다락방, 객실 때로는 세탁실에서 녹음되는 방송은 일요일 한낮 2시에 녹음을 시작한다. 초보 진행자와 초보 출연자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진심을 다해 제작하는 방송은 앞으로도 너무나 사소하고 개인적이지만 누구나 공감이 가능한 소중한 기억들을 차곡차곡 소개할 예정이다.

‘니나귀’의 공통질문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3가지’에 대한 반려인 한민경씨의 답변은 책임감, 관찰력, 산책이었다. 그는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으로 산책을 꼽았다. 그럼에도 그의 별명은 ‘오조리 칸트’. 매일 같은 시간 반려견 산책을 시키기 때문이란다.
‘니나귀’의 공통질문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필요한 3가지’에 대한 반려인 한민경씨의 답변은 책임감, 관찰력, 산책이었다. 그는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으로 산책을 꼽았다. 그럼에도 그의 별명은 ‘오조리 칸트’. 매일 같은 시간 반려견 산책을 시키기 때문이란다.

당장 해결해야 할 어려움도 있다. ‘언젠가’ 출연을 하겠다는 반려인은 많은데, 다음 회차에 나오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 프로그램의 꼴을 갖춰갈수록 일반 반려인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한 반려인은 이효리씨도 제주도민이니, 이효리씨가 출연하고 나면 나오겠다며 돌려 거절을 전했다. 급기야 민경씨가 평범한 반려인들의 적극적인 출연을 위해 과감히 예외를 두기로 결정했단다. “이효리님, 혹시 이 인터뷰 보신다면 나와서 뒤에 나올 분들 길 좀 터주세요.”

※ 평범한 반려가족의 동물생활 인터뷰 ‘니 새끼 나도 귀엽다’는 오디오 플랫폼 팟빵(▶링크), 팟캐스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제주/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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