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모기 익사시키고, 거미 태워 죽이지만 법 규제 못 해
“곤충도 고통 느껴…잔인한 영상 생명경시 부를 수도”
모기 익사시키고, 거미 태워 죽이지만 법 규제 못 해
“곤충도 고통 느껴…잔인한 영상 생명경시 부를 수도”

유튜브에서는 모기, 말벌, 거미 등을 가학적으로 괴롭히는 영상이 아무런 제재없이 게시되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모기 익사시키고…말벌 폭발시키고… 13일 애피 취재결과, 과거 곤충학대 논란 이후에도 유튜브는 관련 영상들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곤충 싸움’은 2014년 당시 말벌, 전갈 등을 일부러 싸움 붙인 뒤 죽을 때까지 싸우게 하는 영상으로 논란을 빚었다. 해당 영상에서는 곤충 신체 일부가 잘려나가거나 체액이 흐르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 “재미로 생명을 죽인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 사이 유튜브 내 곤충 학대 영상은 더 다양해졌다. 곤충을 싸움 붙이는 영상은 물론, 실험한다는 명목하에 여러 곤충에게 가학적인 행위를 하는 영상이 다수 게시되어 있다. 여러 주제를 다루는 유튜버가 단발성으로 올린 곤충 영상도 있었으나, 곤충 가학만을 전문으로 하는 채널까지 등장했다.

유튜브에서 ‘곤충 고문’이란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유튜브 갈무리
곤충은 멸종위기만 법 보호 대상 유튜버들은 그들이 주로 괴롭히는 곤충이 해충임을 강조한다. 바퀴벌레, 말벌, 모기가 자신에게 피해를 줬고, 인간에게도 해롭다고 거듭 주장하며 곤충의 죽음을 정당화시킨다. 영상들의 길이는 1분 내외에서 10분까지 다양했으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예능처럼 편집되어 있었다. 제목과 영상 표지 또한 자극적이고, 경쾌한 배경음악을 사용해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외 시청자를 위한 영문 자막도 제공하고 있었다.

유튜브 동영상 정책.
“곤충 학대, 반사회적 문화에 일조” 전문가들은 곤충 가학 영상이 ‘생명경시 풍조’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권행동 카라 신주운 팀장은 “곤충들이 척추동물처럼 울거나 소리치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당 영상들이 불필요한 잔인성을 보인다면 동물학대와 같은 반사회적 문화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 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정부희 소장은 “생명철학에 대한 기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이런 가학적인 곤충영상을 볼 경우, 무의식적으로 ‘저렇게 다뤄도 되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곤충을 보는 관점은 손바닥 뒤집기와 비슷하다. 작은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경이롭지만, 우리보다 약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경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성희 교육연수생 grandprix2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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