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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가 탄소 45% 배출…공평할 수 없는 기후 책임

등록 2020-11-16 14:45수정 2020-11-16 16:21

[애니멀피플] 책에서 만나는 환경 이야기
성장 과실은 독차지하고 기후 책임은 나눠 지자고?
한국 세계 11위 배출국은 성장 후폭풍, 수혜자가 부담해야
기후 불평등은 부의 불평등만큼 심각하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사람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사회적 약자에게 기후대책을 위한 부담을 덤터기 씌워서는 안 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후 불평등은 부의 불평등만큼 심각하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사람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사회적 약자에게 기후대책을 위한 부담을 덤터기 씌워서는 안 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옳은 가치와 바른 의료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국가고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이 지난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고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핑계를 앞세워 기간도 다 지난 의사고시에 재응시할 기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일반 국가고시와는 다른 특혜를 의대생에게만 주기는 곤란하기 때문에 국민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밝혔고 국민은 사과 없는 의대생들의 재응시 요구는 받아줘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자 의협은 또다시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정부와 국민을 압박했지만 결국 재응시는 무산되었다. 차별적 혜택의 근거로 내세운 ‘전교 1등’ 운운하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사회에 만연한 특권의식과 불평등에 지친 시민의 분노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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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풀려면 불평등부터

어느 인간사회든 불평등은 존재하지만 그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사회 지배구조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까지 관리되기 위해선 불평등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정당하다고 사회구성원들이 공감해야 한다. 불평등에 대해 동시대인이 용인할 수 있는 서사, 그것이 그 시대의 이데올로기다.

‘21세기 자본’으로 부와 소득의 불평등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토마 피케티는 새 책 ‘자본과 이데올로기’(토마 피케티 지음, 안준범 옮김/ 문학동네)에서는 불평등과 이데올로기의 역사와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인 ‘능력주의’가 봉착한 한계와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불평등은 이 시대의 화두다. 계층, 세대, 국가, 성별에 따른 불평등은 환경과 기후문제에서도 핵심적인 과제다. 저자는 “불평등 증대는 기후 온난화와 더불어 현재 인류가 당면한 주요 도전이며 또한 불평등과 기후문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둘을 연계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뿐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가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데엔 이미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던 당시부터 전 세계가 합의한 일이다.

가장 먼저 크게 피해를 보는 사람과 지역이 기후변화의 책임은 가장 작다. 이렇게 제일 책임이 작은 사람이 가장 큰 피해를 겪는 부정의는 비단 기후변화문제만이 아니다.

1991년 방글라데시를 덮친 사이클론으로 침수된 마을의 모습. 방글라데시는 기후변화에 기여한 것이 거의 없는데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미 공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1991년 방글라데시를 덮친 사이클론으로 침수된 마을의 모습. 방글라데시는 기후변화에 기여한 것이 거의 없는데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미 공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런데도 다른 문제와는 달리 기후변화의 불평등은 전 세계가 나서 해법을 찾기 위해 연대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의 위기가 계층과 세대, 국가와 성별을 뛰어넘어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공멸하고 말 거라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면한 해결과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시대가 맞닥뜨리고 있는 불평등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할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모델이기도 하다.

저자는 불평등을 드러내기 위해 전작인 ‘21세기 자본’에서부터 상위 1%, 상위 10%, 중위 40%(10%∼50% 사이 구간), 하위 50%(50%∼100% 사이 구간)의 소득과 자산을 비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니계수와 같은 단일지표로는 불평등을 드러내고 해법을 찾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불평등 분석방법을 소득과 자산만이 아니라 탄소 배출량 불평등 분석에도 적용하였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세계 정상의 모습. 역사적인 파리협정이 체결됐지만 불평등 극복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2015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세계 정상의 모습. 역사적인 파리협정이 체결됐지만 불평등 극복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국가별 탄소 배출량 통계에 의해 찾는 해법들이 국가 간 비교와 책임을 나누는 데는 유효하지만 한 국가 내에서 해법을 찾는 데는 크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 국가별 탄소 배출량 비교가 국가 간 불평등과 책임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인 것과 마찬가지로 한 국가 내에서 기후변화의 정책을 수립하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계층별, 지역별 탄소 배출량 비교조사와 같이 국내의 기후변화 불평등과 책임을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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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가 인류 절반 탄소 배출

탄소배출은 국가나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다. 저자는 개인들의 이동과 난방과 같은 직접배출 외에 소비하는 재화들을 통한 간접배출까지 계산에 넣어 개인별 탄소 배출량을 조사했다. 또 각 국가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함께 각 국가의 개인이 탄소 배출량 상위 10%, 1%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조사하였다(그림 1).

그림 1. 세계 탄소배출 분포(2010~2018). 2010~2018년 (직간접) 탄소배출 전체에서 북미와 중국은 각각 21%를 점했다. 그러나 세계평균 (연간 6.2t의 이산화탄소)보다 많이 배출하는 개인 중 북미 인구는 36%, 중국은 15%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 개별 배출 상위 10% 인구 중 북미 인구는 46%, 중국 인구는 12%를 점하고, 개별 배출 상위 1% 인구는 북미에서 57%, 중국에서 6%를 점한다. 출처: ‘자본과 이데올로기’
그림 1. 세계 탄소배출 분포(2010~2018). 2010~2018년 (직간접) 탄소배출 전체에서 북미와 중국은 각각 21%를 점했다. 그러나 세계평균 (연간 6.2t의 이산화탄소)보다 많이 배출하는 개인 중 북미 인구는 36%, 중국은 15%를 차지한다. 탄소 배출량 개별 배출 상위 10% 인구 중 북미 인구는 46%, 중국 인구는 12%를 점하고, 개별 배출 상위 1% 인구는 북미에서 57%, 중국에서 6%를 점한다. 출처: ‘자본과 이데올로기’
2010~2018년의 탄소배출 총합에 북미와 중국은 각각 22%의 책임이 있지만 이것이 북미인과 중국인 모두에게 22%의 책임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탄소 총량의 45%는 탄소배출 상위 10%의 개인이 배출한다. 또 개별 탄소배출 상위 1%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4%를 배출하는데 이는 하위 50% 인류가 배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이다. 국가별로는 전 세계 기후변화에 미국과 중국이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사실은 어느 나라에 살든 탄소 배출량의 책임은 상위 1%, 10%에 속하는 개별 배출자의 책임이 막중하다.

국가 간은 물론 개인 간에도 탄소배출 불평등은 매우 심각한데, 논의되고 있는 기후 관련 정책에서 이러한 불평등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탄소배출에 비례하는 탄소세다. 배출의 원인이 무엇이든 탄소배출에 대해 부가세 형태로 일률적으로 세제를 부과하는 탄소세는 책임에 따라 의무를 부과하는 기후변화협약의 가장 큰 성과인 ‘공동의 차별적 책임’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낡고 관리가 되지 않은 주택에 살고 있거나 주거비용이 덜 드는 도심 외곽이나 농어촌에 사는 가구들은 도심에서 살면서 관리가 잘 된 주택에서 사는 부유한 가구에 비해 소득의 많은 부분을 교통비와 냉난방비에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발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이 더 많은 탄소세를 부담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상품에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부가가치세 형태의 탄소세는 다른 직접세와 달리 소득이 적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어 경제적 불평등을 가중한다. 부가가치세 형태의 탄소세는 소비자의 선택으로 시장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상품을 걸러내자는 것이 취지이지만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 생산단계의 탄소배출을 막으려는 노력은 한계가 분명하다.

발전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곤 한다. 2017년 6월 강원도 삼척 주민들이 석탄화력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발전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곤 한다. 2017년 6월 강원도 삼척 주민들이 석탄화력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의 11%를 포스코라는 단일기업이 배출하고(2017년 기준) 탄소 배출량 상위 10% 기업이 전체 배출량의 약 87%, 상위 1% 기업이 51∼53%를 배출한다(‘국내외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2012~2017), 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19).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며 수출까지 나선 석탄발전은 물론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와 같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고 소비자의 선택만으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는 없다.

또한 인구의 과반수가 수도권에 몰려 살면서 전기차나 수소차로 교통수단만 바꾼다고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은 인구와 재정이 부족해서 수도권은 인구와 자원이 넘쳐나서 지역은 지역대로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한 해 수십조의 수도권 과밀비용을 치러내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나 산업구조개편 없는 ‘넷제로’나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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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기후변화를 재앙으로

산업구조 개편과 지역균형발전이 기후변화 대책의 가장 큰 골격이라는 것을 정책당국자나 전문가, 시민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구조개혁은 국가 차원에서도 결코 감수하기 쉽지 않은 변화이지만 개인에게는 삶을 통째로 뒤흔들어 버리는 절대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지역균형발전 과정에서 모아둔 자산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줄 알면서도 돌아설 민심이 두려워 정치권이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단기적인 고통이 두려워 우물쭈물하기에 이제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구조조정 과정의 피해를 없앨 수는 없지만 피해 원인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사회안전망을 갖추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같이 나눠 질 수는 있다. 책임에 따라 나눈 피해는 그래도 감당하기 수월하다.

상위 10%, 1%의 소득이 점차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기 시작하던 1980년, 상위 10%, 1%의 소득은 총소득의 29%, 7%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43%와 12%로 크게 늘었다(그림 2). 낙수효과니 파이 효과니 하며 성장의 과실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든 국민이 나눠 갖게 될 것이라는 사탕발림은 결국 거짓이었다.

자산의 불평등도 심각하다. 2016년 상위 10%가 우리나라 총자산의 66%를 차지하고 그 다섯 배의 국민, 하위 50%는 2%에도 못 미치는 자산을 나눠 갖고 있다. 상위 10%는 하위 50%에 비해 1인당 160배 이상의 자산을 가진 셈이고 국민 절반이 거의 아무런 자산도 갖고 있지 않은 데 반해 상위 1%는 우리나라 총자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그림 3).

그림 2. 한국의 소득 불평등(1933~2016). 소득 상위 10%의 총소득 점유율(붉은 그래프), 소득 상위 1%의 총소득 점유율(푸른 그래프). 출처: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
그림 2. 한국의 소득 불평등(1933~2016). 소득 상위 10%의 총소득 점유율(붉은 그래프), 소득 상위 1%의 총소득 점유율(푸른 그래프). 출처: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
그림 4. 한국의 자산 불평등(2000~2013). 출처: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
그림 4. 한국의 자산 불평등(2000~2013). 출처: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
한국을 탄소배출 세계 11위 나라로 만든 것은 이러한 성장의 후폭풍이다. 성장의 과실을 불공평하게 나눴는데 기후변화와 같은 책임은 같이 나누거나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가 덮어쓰게 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의 ‘공동의 차별적 책임’의 원칙은 국제용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부는 국가가 기업과 자산가, 고소득자에게 특혜를 준 법률과 조세재정 체계, 자연·사회를 막론한 공적 자원의 사적 전유를 통해 축적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환경도 파괴되고 양극화도 지역 불균형도 심화하였다.

부자 1%가 우리나라 총자산의 45%를 소유한다. 기후변화 대책은 사회 불평등 해결 과정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의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타워팰리스와 구룡마을. 2009년 촬영했다. 김명진 기자
부자 1%가 우리나라 총자산의 45%를 소유한다. 기후변화 대책은 사회 불평등 해결 과정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의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타워팰리스와 구룡마을. 2009년 촬영했다. 김명진 기자
따라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피해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가 관심을 보였던 기본소득을 포함하여 사회안전망 안에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은 왜곡된 구조의 수혜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그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불평등이 수인한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더는 참을 수 없이 불평등이 심해진 사회가 맞닥뜨려야 하는 건 파국이다. 노예제가 그랬고 식민주의가 그랬고 공산주의의 몰락이 그랬다. 기후변화를 재앙으로 만드는 건 불평등이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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