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산업단지 100여곳 “이미 한계수준”…대처방법 없어 하소연
기아차가 차량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한테 환율하락에 따른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납품단가 인하를 추진할 예정이어서 광주지역 산업단지에 초비상이 걸렸다.
기아차 광주공장 협력업체들은 15일 “올 납품단가 조정을 앞두고 광주 하남·평동산단에서 차체·펌프·범퍼·구동축 따위를 만들어 납품하는 생산업체 100여곳의 분위기가 어둡다”며 “3~4월 기아차에서 납품단가를 10~15% 낮춰달라는 요구를 해오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기아차 정규직의 시간당 1만3200원에 견주어 60% 수준인 7000~8000원에 불과하다”이라며 “이미 한계수준에서 납품을 하는데도 추가로 납품값 인하를 요구하면 출혈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ㄱ업체는 “아직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는 못했으나 머잖아 인하 압력이 들어올 것”이라며 “수익이 제조원가의 2~3% 수준이지만 설비나 상표가 기아차에 맞춰져 생존하려면 거부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ㄴ업체는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어 국제적으로 가격경쟁은 어려워진 만큼 기술개발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납품단가를 후려쳐 이익을 내지 못하면 임금수준을 더 낮추거나 2차 협력업체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ㄷ업체는 “기름값과 재료값이 올라 납품단가를 오히려 올려야 하는 형편”이라며 “대기업이 손실을 보지 않으려고 협력업체의 목줄을 죄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ㄹ업체 영업팀장은 “올 들어 수출업체들이 비상경영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상생과 공존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며 “이익을 볼 때는 혼자 챙기고 고통을 볼 때는 함께 나누자니 뻔뻔스럽다”고 분개했다.
반면 기아차 쪽은 “수출환경이 나빠져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납품단가 조정을 추진하는 분위기”라며 “아직 납품단가 조정을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는데 협력업체에서 반발이 터져나와 난감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 10일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원가절감 결의대회를 열고 △낭비요소 제거 △절감목표 달성 △수익성개선추진위 운영 등을 다짐했다. 이 공장은 올해 스포티지·유엔·봉고 등 차량 36만대 생산해 66%를 수출할 예정이어서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수출액이 34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이와 관련해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 10일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원가절감 결의대회를 열고 △낭비요소 제거 △절감목표 달성 △수익성개선추진위 운영 등을 다짐했다. 이 공장은 올해 스포티지·유엔·봉고 등 차량 36만대 생산해 66%를 수출할 예정이어서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수출액이 34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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