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옛 국가안전기획부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유스호스텔에서 23일 오전 어린이와 시민들이 객실을 둘러보고 있다. 대지 5210평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모두 50실의 객실을 갖춘 이 유스호스텔에는 한꺼번에 약 300여명이 투숙할 수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독재자의 고문실에서 청소년의 쉼터로
23일 찾은 옛 남산 안기부 건물은 ‘음지에서 양지로’ 바뀌어 있었다. 서울시는 이날 중구 예장동 옛 안기부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끝내고 서울유스호스텔 개관식(연면적 1972평, 지하 1층, 지상 6층, 수용인원 306명, 총 50실)을 열었다. 바뀐 건물은 남산 한 자락을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던 안기부 41개 건물 가운데 심장부인 본관. 총 공사비 81억1100만원이 들었고, 1년동안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됐다. 서울시는 서울유스호스텔을 삼동청소년회에 맡겨 운영하기로 했다. 먼저 옥상으로 올라가 봤다.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어 편하게 쉬며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남산 한옥마을과 엔(N)타워(옛 남산타워), 충무로 사진 골목 같은 서울의 정취가 한눈에 들어온다. 4~6층은 객실과 공동샤워실, 세탁실 등이 있다. 객실은 6인실·10인실·가족실로 나뉜다. 객실은 모두 예전 안기부 사무실로 쓰였던 곳이다. 남산 안기부의 역사는 중앙정보부가 1972년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던 청사를 남산으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96년에 서초구 내곡동으로 다시 이사갈 때까지 24년 동안 안기부가 머물러 있었다. 남산에 안기부가 머무른 70~80년대가 군사독재의 절정기였던 만큼, 이곳에선 음습한 정치 공작과 끔찍한 고문이 자주 벌어지곤 했다. 73년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가 의문사한 곳도 이곳이었다. 그러나 화사하게 단장된 객실엔 잔혹의 그림자는 남아있지 않았다. 2층에는 서울시청소년교류문화센터 ‘미지’가 들어서있다. 잡지와 디브이디(DVD)를 볼 수 있는 북카페가 있고, 강당과 세미나실도 있다. 1층은 프런트데스크, 식당, 카페, 매점 등이 들어섰는데 통 유리를 설치해 시원스럽다. 유스호스텔로 들어서는 길은 자전거 도로가 닦여 있고, 건물 뒷편으로는 산책로가 있다. 오른편에는 인공 암벽등반장이 있다. 기계실과 전기실, 발전실로 쓰이는 지하는 건너편 지하 3층 벙커건물(소방방재본부)과 연결되어 있다. 벙커는 각종 고문과 폭력이 일어나는 단골 장소였다.
최영희 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은 개관식 축사에서 “어두운 시절의 역사를 품고 있던 이곳이 청소년들의 쉼터로 바뀐다니 기쁘다”며 “광주광역시에도 옛 안기부 건물을 활용해 청소년수련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루 숙박료는 유스호스텔 회원인 경우 6인실 기준으로 청소년 1인당 1만5천원(비회원 1만7천원), 어른은 1만7천원(1만9천원)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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